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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개척교회 덮친 화마로 목회자 자녀 구하경 양 하늘로… “천국에서 보자”

기독일보 김신의 기자

입력 Jun 21, 2019 10:25 AM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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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청장년면려회 - CE 공식 페이스북

ⓒ기독청장년면려회 - CE 공식 페이스북 (포토 : )

지난 8일 찬미워십의 민호기 목사를 통해 알려진 개척교회 가정의 딸 구하경 양이 19일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지난 7일 구태극 목사(대구 향기로운은혜교회)의 가정을 덮친 화마는 30분 만에 사택 전체를 태웠고, 사모와 두 딸이 화상을 입었다. 그중 뒤늦게 대피한 17살 딸 하경의 상태가 매우 위독했다. 하경은 출입구가 막혀 4층 창문에서 뛰어내려야 했고, 그 과정에 허리와 대퇴부 골절, 자궁과 장기 손상, 전신화상 80%등의 손상을 입었다. 사모도 40%의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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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장년 6명, 청년 4명이 출석하고 있는 작은 개척교회를 섬기던 구 목사에겐 치료비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는 게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구 목사는 "연명치료 외에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진단을 받은 상황" "아이의 손을 놓을 수 없기에 기도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하나님께 하경이를 맡겨드리는 것밖에는 할 것이 없다" "딸이 잘 버텨준다면 수술을 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며 기도를 요청했고, 딸 하경은 12일 3차 수술을 마쳤다.

그러나 19일 오후 8시 8분경 끝내 숨을 거뒀다. 하경의 발인예배는 21일 드려졌고, 청평추모공원에 안치됐다.

구 목사는 지인을 통해 "하경이 가는 길, 외롭지 않아 보인다. 많은 친구들이 찾아와, 온 장례식장 안과 밖을 채웠고,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위로를 전해주신다.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썩 잘하진 못했지만 다양한 재능과 서글서글함으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 던 하경이, 그래서인지 어제, 오늘 수백 명의 친구들이 찾아 와선 슬프고 믿기지 않아 울먹이며 곁을 떠나지 못한다"고 전했다.

이 지인은"지금은 평온하게 (장례식장에) 찾아 오신 분들과 얘길 나누시지만, 첫날 경찰서 조서 꾸미러 갔다 오셔서 아무도 없을 때 하경이의 영정사진을 보시며 20여 분을 소리 내어 우시던 목사님, 이곳에 있진 못하지만, 병원서 마음 아파하시며 힘들어하실 사모님, 이 가족에게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임하시길 기도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독청장년면려회(CE)는 "(구 목사님의) 큰 따님이 소천하셨다. 남은 가족들을 위해서 기도 부탁드린다"며 "사모님께서는 큰 딸이 탈출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불길 속으로 들어가셨다가 화상 정도가 꽤 심하시다. 막내 딸도 화상 치료가 진행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가정을 위해서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 여러가지 어려운 경제적 상황들, 도움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또 군복무 중이던 구 목사의 장남도 동생 하경을 향한 편지를 보냈다. 그는 "이제 아프지 말고 나중에 천국에서 보자"며 "너는 우리집의 기쁨이었다"고 했다. 다음은 편지 전문.

하경아, 너와 함께한 마지막 2주는 길었다.
하루는 24시간인데 왜 나는 24시간이 지난 지금도 눈이 떠져 있을까.
이렇게 2주를 버틴 것도 기적이래. 보통 3일 만에 다 하늘나라에 간다는데, 너와 마지막 8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끝까지 버텨주어서 준비할 시간을 주어서, 이렇게 마지막을 함께해주는 수많은 친구, 지인들이 기도해주는 가운데 가서 다행이야.

안 울려고 했는데 차가운 마지막 네 모습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 오빠가 어른이고 맏이로서 안 울고 가족들 챙겨야 하는데 오빠는 아직 어른이 덜 됐나봐.

아직도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사고가 생길 줄 몰랐어.
왜 하필 우리였을까, 그 많은 시간 중에 왜 하필 새벽이었을까 모든 게 원망스럽고 화가 난다.

오빠로서 아무것도 할 수도 알 수도 없던 나의 신분과 처지가, 이때 동안 해주지 못했던 것 모든 것들이 한 편의 장면으로 다 스쳐 지나간다.
내가 집에 있었더라면 더 나아졌을까.

한 번도 이쁘다고 해준 적 없고 못된 오빠로 용돈, 생일 선물 크게 제대로 주지 못하고 나만 챙기기에 급했던 내 동생으로 태어난 것이 너무 미안해서 눈물만 난다. 덤벙덤벙했던 너는 왜 지금에서야 내 눈에 이뻐 보일까.

너는 계속 못생겨야 하는데 지금에서야 사진 속의 너는 너무 이뻐 보인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는 그때 왜 재빨리 나오지 않았냐며 화도 나고 원망하기도 했지만, 너도 사정이 있었겠지.

타버린 집에 저녁에 혼자 너가 뛰어내린 그 자리 앞에 섰을 때,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결국 뜨거움에 몸이 타면서 뛰어 내렸을 때 얼마나 무서웠을까 떨어졌을 때 얼마나 외롭고 아팠을까.

네가 누워서 얼굴도 제대로 보이지 않고 타버린 몸과 입술을 볼 때 오빠는 미안하고 가슴이 먹먹해서 그 아무 말도 하지 못했어. 드라마에서 가슴 치며 우는 게 약간은 이해가 되더라
그 시간에 나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너무 원망스러운 하루하루였어

이럴 줄 알았으면 휴가 때 가족끼리 여행이라도 많이 다닐걸, 오빠가 군대에 가고 난 2년 가까이 동생이랑 한 추억은 사진 한 장도 없다. 그저 너를 때리고 혼내고 욕했던 기억이 마지막까지 나를 너무 힘들게 괴롭힌다. 아직 성인도 안됐는데 얼마나 이쁜 날들이 남은 너에게 하늘은 왜 이런지 원망스럽다

하경아 하늘에서 천국에서 하나님 옆에서 행복하게 있어야 해.
2주 동안 버텨줘서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와 동생들 그리고 친구들과 많은 사람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서 고마워

마지막으로 말 한마디 나눠보고 싶었는데 대답이 없네. 가슴이 너무 먹먹하고 답답해 오빠가 너무 너무 미안해 이제 아프지 말고 나중에 천국에서 보자

너는 우리 집의 기쁨이었다.
처음으로 그리고 앞으로 계속 사랑해 오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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