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소 목사는
유진소 목사는 "기도는 우리 마음을 강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설득당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처럼 기도할 때마다 설득당할 수 있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기도는 삶에서부터 나와야 합니다. 기도는 지금 여기, 우리의 가장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써 내려가는 하나님과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커리어입니다. 기도해서 응답받고 나아갔던 것은 경력입니다. 기도에는 천재가 없습니다. 어느 한 순간 기도해서 깊이 들어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진짜 기도의 사람은 오래 그리고 많이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깊게 기도하는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미국 한인들을 대상으로 한 목회(ANC온누리교회)를 마무리하고 2016년 부산 호산나교회에 부임한 유진소 목사가 수요예배 설교를 모아 <기도의 사람>을 펴냈다. 구약의 아벨부터 다윗까지, 17인의 신앙을 '기도'라는 렌즈로, "그들의 가장 구체적이고 실존적인 삶의 자리에서 함께 고민하며 바라본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유 목사가 뽑은 17인은 아브라함, 요셉, 모세처럼 친숙한 이들도 있지만 엘리에셀, 드보라, 엘리처럼 기도라는 키워드로 볼 때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삶에서 뽑아낸 23가지 이야기는 '기도'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다음은 유진소 목사의 이야기.

기도의 사람 유진소 | 두란노 | 304쪽
기도의 사람 유진소
두란노 | 304쪽

-기도에 대한 책은 참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기도를 책으로 배운다는 게 쉽진 않습니다.

"기도는 고전적인 주제이자 모든 신앙인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도에 대한 책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항상 신선하게 우리를 깨우는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부임하자마자 수요예배 때 '기도의 사람'이라는 주제로 성경 인물들에 대해 설교했습니다.

기도를 책으로 배우기 쉽지 않다는 말은, 기도 자체를 배우기 쉽지 않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기도는 영적 사건이자 역사여서 정해진 룰이나 방법, '이렇게 하면 된다'는 게 없기 때문입니다. 기도는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해야 하지요. 그런 면에서 기도의 세계는 너무 방대합니다.

기도란, 한 실존이 하나님을 만나고 관계를 맺어가는 모든 것을 뜻합니다. 그러니 인생이 다양한 것처럼, 기도에 대한 이야기도 방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기도에 대해 공부하고 가르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기도에 대한 책이 필요합니다. 모르겠다고 던져 버리면, 이 중요한 기도를 도울 수 없습니다. 기도는 다양하게 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대를 갖고 책을 썼습니다."

-설교를 기초로 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다른 기도책들과는 약간 결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절대적으로 기도에 대한 이론을 소개하는 쪽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법입니다. 물론 영적 원리야 있겠지만, 기도에는 이론이 없습니다. 실제 기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도에 대해 스케치를 좀 더 하고 싶었습니다. '이것은 저것이다' 하고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특별하고 객관적인 특징들을 하나씩 툭툭 던지는 형태가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도의 사람'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도 '기도'라는 앵글로 성경 인물들을 정리해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기본적 전제는 성경의 사람들은 성공했든 실패했든, 신앙의 본보기이기 때문에 성경에 나왔다는 것입니다. 실패했다면 실패한 대로 본보기가 되지요. 그들이 신앙의 사람이라면, 각자 다양한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향해,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그 삶을 풀어갔던 사람들입니다. 자기 힘만이 아닌, 하나님과의 관계로 말입니다.

그래서 하나님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그것이 바로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성경 인물들을 보면, 우리가 보통 말하는 '기도'라는 카테고리에 정확히 집어넣을 수 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게 기도일까? 기도라고 풀어내도 될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 것도 기도라고 봅니다. 결과적으로, 각 사람의 스토리가 하나의 다양한 기도의 이론이 되고 메시지가 됐습니다. 야곱은 아주 외로울 때 빈 들에서 하나님을 만났는데, 그것이 야곱의 삶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우리가 삶 속에서 외로울 때 어떻게 기도할 것인가 하는 그림이 되는 것입니다.

예전에 <즐거운 성경 66권 탐구>라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성경을 연대기적이 아닌 통시적으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인물 탐구를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때 했던 인물 탐구라는 앵글을 갖고 이번 책을 썼습니다. 기도가 하나님과의 관계인데, 실존적 삶의 자리에서는 내면적인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내적 치유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기도, 그리고 기도의 다양한 원리 등을 책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아벨이나 엘리에셀, 드보라나 엘리 등 기도와 관련해 주목받지 않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성경 인물들을 끄집어 내셨는데요.

"그들을 '기도의 사람'으로 묶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그들의 삶에서 기도에 관한 메시지를 뽑아내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성경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아벨 이야기도 짧지만, 그 사람의 삶의 자리와 실존, 그리고 마음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말씀을 바라보고, 그 문제를 갖고 하나님께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신앙적 고민이나 상황들을 보니 훨씬 더 풍성해졌습니다. 나타난 건 작지만, 다 보인다고 할까요?

그래서 말씀하신 것처럼, 유명한 인물들보다 그렇게 유명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듯한 인물들 이야기를 쓰면서 개인적으로는 훨씬 좋았습니다. 그것이 절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전기를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습니다. '스팟 뉴스(spot news)'처럼 그들 삶 속 한 지점에서 있었던 기도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부족할 리 없었습니다. 또 팩트뿐 아니라 그 팩트가 나오게 된 내면을 살펴보고 기도로 연결시키니 훨씬 더 풍성해졌습니다."

▲자신의 책을 보면서 설명하고 있는 유진소 목사. ⓒ이대웅 기자
자신의 책을 보면서 설명하고 있는 유진소 목사

-하나님을 직접 대면했던 책 속 구약 인물들의 기도에서, 지금 우리의 기도를 직접 비교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것이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과 직접 소통하는 그 부분이 지금 우리가 하는 기도와 다르다고 보는 것 자체가, 그동안 그 인물들을 바라보는 잘못된 관점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직접 소통했지만, 영적으로 어떤 경지에 들어가서 한 것일까요? 저는 지금 우리 내면과 생각, 의식 속에서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고 기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문제되지 않습니다.

'탈신학화'가 아니라 '탈영적화'를 시킨다고 할까요(웃음). 그들과 하나님과의 관계를 내면과 마음과 생각 속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바꿔주고, 그러면서 지금 우리 안에서 직접적인 소통의 부분을 너무 많이 막아놓았던 부분을 열어야 합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다윗이 들었다면, 우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맞춰 가니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신비주의적이나 비현실적 접근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나중 일을 알려주시기도 한다고 하셨지만, 우리는 그런 신비주의적인 것을 추구해선 안 된다고도 하셨습니다.

"영적인 것을 흑백논리나 객관적으로 딱 정리하는 게 가장 어렵습니다. 인생이 다 그렇겠지만, 신앙은 '균형(balance)'의 문제입니다. 균형이 맞으면 정답이지만, 균형을 잃으면 잘못된 것이 되지요. 균형을 잃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원리로 접근한 게 아니라, 그것 자체가 틀리지 않지만 균형이 다소 맞지 않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물음이 올 때마다 결론을 내지 않고, 이건 이래서 좋지만 저런 저래서 나쁘다고 양쪽을 모두 이야기하려 합니다. 나머지는 성도들과 독자들이 기도하면서 스스로 만들어가야 할 부분이지, 제가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제 기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상반되는 이야기를 할 때도 있습니다. 신비적인 하나님의 그림을 보고 들어갈 수 있지만, 잘못 하면 신비주의자로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를 다 포기하지 말고, 당신만의 균형을 잡아 보십시오. 이것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능력 밖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듣는 기도'를 강조하셨는데, 그것이 참 어렵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는 것은 이렇습니다. 하나님은 계속 말씀하고 계시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정답은 나 자신이 주파수를 계속 돌려서 맞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파수란 나를 계속 부인하는 작업들이겠지요. 거기에는 단지 내 자신에 대한 자기부정뿐 아니라, 더 많은 경우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 갖고 있는 나름의 구조 같은 것들을 내려놓는 데서 오는 두려움도 감당하겠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걸 내려놓지 못하기에 듣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 작업을 해야 하고, 저는 그것이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기도가 쌍방의 소통이라면, 내 이야기만 하고 끝내선 안 되겠지요. 더 많이 들어야 하는데, 들으려면 내 주파수를 바꾸는 작업을 계속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주파수 바꾸는 작업을 잘 못하십니다. 이렇게 바꿔서 뭔가 느낌이 왔는데도, 여전히 내 편견과 관점, 나만의 안전지대나 편안한 구조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닐거야' 라고 하다 보면 들리지 않게 됩니다.

참 많은 경우 하나님 음성을 들었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필립 얀시의 표현대로 우리는 하나님을 '뜻밖의 장소에서 만납니다'. 늘 쓰던 주파수가 아니라 다른 주파수로 갔을 때 비로소 들린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음성을 들었는데, 긴가민가 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지금도 살아서 역사하시고 말씀하시며 당신의 자녀들을 인도하신다는 기본적인 신뢰를 깔지 않으면 들을 수 없습니다. 진짜 들은 것 같았을 때도 '아니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음성대로 가다 보면 하나님께서 '아니면 아니라고' 말씀하시거나 깨닫게 하시지 않겠습니까.

물론 성경이라는 잣대로 분명히 그 음성을 재 봐야 하겠지요. 저는 성경 안에서 분명히 가능한 것이라면, 하나님께서 직접 '컨펌(confirm)'하실 때까지 그 방향으로 갑니다.

우리가 깜깜할 때 거실로 나가서 어떻게 불을 켭니까? 이 방향 같으면 계속 손을 내밀고 앞으로 가잖아요. 그런데 엉뚱한 벽이 손에 닿으면 아니다 하고 다시 다른 방향으로 가지요. 우리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습니다. 분명 스위치는 어딘가에 있으니까요. 느낌이 왔다면, 일단 가야 합니다. 그런데 다른 게 있다면, '아니구나' 하고 돌이키면 됩니다."

▲유진소 목사는 책에서
유진소 목사는 책에서 “신앙은 철저한 선택의 연속으로,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신앙이 입증되고 신앙의 능력이 나타난다”며 “우리에게 신앙이 있다는 건, 다른 상황을 갖는다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상황 속에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기도는 커리어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커리어'라는 말 자체는 그 사람이 살아갔던 이야기, 그 삶을 세워주는 어떤 것을 말합니다. 영적으로 볼 때, 기도는 그 자체가 한 건마다 요청해서 받아먹고 응답받는 걸로 끝나지 않습니다. 영적인 역사를 만들어가면서, 내 인생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기도를 많이 하고 응답도 많이 받은 사람들은, 과거에 받은 응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영성을 형성하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기도가 참 중요합니다. 기도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만약 대통령과 관계가 있는데 이런 문제 저런 문제로 함께 여러 번 일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일이 다 지나갔다 해도, 그 모든 것이 대통령과 제가 얼마나 가까운지를 말해주는 근거가 되지 않습니까? 기도가 그런 것입니다. 기도하고 응답받은 이야기는 없어지는 게 아니라, 영적 커리어를 형성합니다. 제가 본 기도의 사람들은 그랬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호산나교회 목회 2년째인데, 이민교회 경험과 어떻게 같고 다른지 궁금합니다.

"목회 자체는 똑같습니다. 둘 다 한국인들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약간 차이는 있지만,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 오히려 힘든 건 미국 이민교회는 처음부터 제가 개척했기 때문에 모든 성도들과 관계가 형성돼 있는데, 이곳은 이미 있는 관계 속에 끼어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계성이 세워지지 않은 가운데 담임목회를 해야 하는, 오랜 관계와 익숙함의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호산나교회가 워낙 건강하고 튼튼한 곳이라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서울에서 목회하고 싶진 않으셨는지요.

"저는 여기가 참 좋습니다. 일단 부산에서도 서쪽 끝이어서 다른 큰 교회들에 비해 마음도 재정도 겸손한 지역입니다(웃음). 막 개발되는 지역이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기쁘기도 합니다. 교회가 맡아서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은 어차피 정해져 있는데, 좋은 곳을 맡겨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계속 고민하는 지점은 이 지역을 어떻게 하나님 나라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이미 사이즈는 충분하기에,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주는 '진짜 교회'에 대한 비전이 있습니다. 미국 목회에서도 제 주제는 '진짜 교회'였습니다."

-이 책으로 '기도를 배울'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을 쓰면서 늘 마음에 한 가지 목적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신앙인으로서 내가 기도할 수 있는 사람임을 깨닫고 그 사실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도해야 하는 줄도 알고 실제로 기도를 많이 하지만, 필요할 때 기도의 사람으로서 자신의 특권과 축복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도에 대한 열등감을 많이 갖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안에 '기도'라는 카테고리가 정해져 있어서 그렇지, 우리는 하나님을 믿는 순간부터 '기도의 사람'이라는 특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책을 읽으시고, 자신만의 '기도의 사람' 이야기를 각자 잘 쓰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