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복음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나

조나단 도슨 | 김재영·박일귀 역 | CUP | 276쪽 | 12,800원

전도에 대해 요즘 시대만큼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시대가 없는 것 같다. 교회에 소속돼 있는 사람도 전도라는 말만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멀리하고 싶어지고, 전도 대상자들 또한 누군가 나에게 접근하는 것을 알게 되면 자동적으로 거부감이 생긴다.

예수 그리스도의 큰 사랑과 은혜를 경험하면 사람은 존재적으로 변하게 되어 있고, 그의 삶의 목표와 방향도 수정되어 그리스도를 위하여 살게 된다. 그리고 그 얼어붙은 마음과 인생을 녹이는 사랑의 결과로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충만한 복음과 그분께서 베푸셨던 용서와 회복을 전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동안 현대교회는 전도라는 것을 오해하고 왜곡했다. 하나님의 사랑을 전해야 한다는 의심 없는 순수해 보이는 포장을 했지만, 그 속은 의심 가득하고 불순한 동기가 많았다. 또한 우리가 전하는 복음은 능력이며 성령님이 역사하심으로 반드시 사람이 변한다는 가르침은 성경적이지만, 그 모델과 지향점이 바울처럼 한 순간에 사람이 회심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설명했다.

이런 전도에 대한 오해와 왜곡은 전도의 방법을 변질시켰고 교회의 이미지를 훼손했다. 어둠과 고통 가득한 세상에서 빛과 기쁨의 공동체 역할을 하는 것이 교회인데, 세상과 사회에 대한 이해 없이 의무적으로 복음을 전해야 된다는 입장 때문에 무례한 교회로 드러나게 되었다. 또한 무한경쟁 시대 속에서 교회 또한 힘의 논리와 적자생존의 노예가 되어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전도를 수행하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는 전도를 통해 일어나는 회심이 복음을 전하는 순간에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놀라운 사건으로 이해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방법들이 공격적이고 목적지향적이며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무지했다. 교회는 전도 대상자를 기다려 주는 시간적 배려와 세상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정신을 잃어버렸다.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대상자의 고민과 삶에 대해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다가가야 하는데, 복음을 전해야만 한다는 강한 당위성이 상대방을 수단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주님의 사랑을 전해야 한다는 마음은 알지만, 그 동기가 이상해졌다.

이 책은 제목처럼 왜 하나님의 놀라운 복음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되었는지를 잘 다루고 있다. 특별히 저자는 자신이 직접 목회하며 접했던 다양한 사례를 보여주며, 복음이 우리 시대에 왜 이렇게 무가치하게 되었는지 그 안타까운 현실을 분석한다. 그러나 그 슬픔에 무너지지 않고 어떻게 복음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고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는지 그 방법들을 제시하고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는데, 1부에서는 전도가 왜 어려워졌는지 그 이유를 분석한다. 여기서 저자는 대상자와 인격적인 관계도 맺지 않고 그 영혼의 문제와 비전과 삶에 대해 관심도 없이, 대상자를 목표물로만 여기는 비인격적인 방법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필자 또한 많이 공감했는데, 교회가 대상자를 교회로 데리고 오는 게 목적이 되어버린 행위가 교회를 보험회사같이 변질시키고 복음의 순수한 동기와 능력을 차단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었다고 한다.

교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한 사람을 데리고 오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먼저 대상자를 사랑하는 마음과 그의 삶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사랑이다. 그런데 어떻게든 상대방을 변화시켜야 된다는 압박감과 상대방도 불쾌하게 여길 정도로 이미 죄인 취급해 버리는 무례한 태도가 하나님의 역사를 막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사랑으로만 받아주고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교회가 전도를 전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주님의 마음으로 한 영혼과 인생에 교회가 정말 관심이 많고 그가 회복되고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는 진심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여기서 자신의 일터와 삶을 전도의 발판으로 삼지 말라고 한다. 우리는 이미 우리가 가는 모든 곳이 선교지라고 가르쳤는데, 저자는 우리의 일상에 충실하여 타인을 도우며 하나님께 영광이 되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전도 프로그램처럼 단번에 복음을 제시하여 결과를 얻으려 하기보다 예수님의 방법처럼 여러 질문을 던지며 그의 관심사에 마음을 함께 하라고 한다. 그리하여 충분한 시간적 배려를 하여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쌓으라 권면한다.

2부에서는 우리가 전해야 하는 복음의 성격이 무엇인지 다룬다. 저자는 복음을 역사적(교리적), 개인적(인격적), 우주적(사회적) 차원으로 설명한다. 복음 메시지의 역사적 성격은 우리가 믿는 바를 변화시키는 것이고, 그리스도 중심이며, 그분은 경배받으실 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 복음은 우리의 인간됨을 변화시키고 겸손하게 하는 메시지인데, 우리의 신분을 바꾸고 모든 죄 가운데서 속량하여 놀라운 자유를 가져다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역사적, 개인적 복음은 자연스럽게 우주적 복음으로 연결되며, 우리가 믿는 내용과 어떻게 살아가느냐를 변화시킬 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자리 또한 변화시킨다. 그리하여 이 우주적 복음은 우리가 세상과 상호 작용하고 하나님의 선교에 동참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영적이고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일에 선한 영향을 주어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어간다.

무엇보다 여기서 저자는 성경이 복음을 다양하게 전하는 방식을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복음의 메타포로 칭의, 속량, 양자됨, 새 창조, 그리스도와의 연합 등 5가지 주제로 복음을 설명한다. 이 다섯 가지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지만 각각이 전하는 고유한 복음이 있다. 이렇듯 저자는 복잡한 세상에서도 복음이 충분히 세상을 압도하여 능력으로 나타날 수 있고 상대방을 이해하여 의미 있는 예수님을 전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3부에서는 이 책에서 가장 실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복음의 5가지 메타포를 통해 각 사람에 맞게 복음이 어떻게 믿을만한 이야기가 되는지 증명한다. 자신을 증명하려고 분투하는 사람에게, 실패하고 상처받고 망가진 인생에게, 친밀함을 원하는 외로워하는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편협하다고 비판하는 이들에게, 사람들의 인정에 목매다는 이에게, 이렇게 저자는 복음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것을 자신이 실제 만났던 사람들과의 대화와 복음전도를 통해 보여준다.

전하는 자나 듣는 자나 복음전도를 생각하면 인상부터 써지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전하는 자는 교회에서 주는 압박감이나 큰 당위성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상황에 대한 이해보다, 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부족하다고 큰 죄처럼 말하니 짜증이 생긴다. 게다가 교회에서 전도를 위해 개발하고 도입하는 온갖 전도 프로그램은 신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교회를 보험회사 같은 곳으로 변질시킨다.

듣는 자 또한 길거리나 자동차나 지하철과 아파트에서 행해지는 전도 행위를 보거나 당할 때,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더 증폭된다. 전하는 자는 전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뜨거운 열정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받는 자는 무례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좋은 소식을 가지고 다가오지만 전혀 좋은 소식으로 들리지 않고, 안 그래도 지친 사람들을 더 피곤하게 한다. 필자는 교회의 이런 현상들을 보며 현대의 전도는 오히려 복음의 장애물이라 생각했고, 공적인 장소에서의 전도는 피하는 게 지혜로운 것이므로 이것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복음전도를 줄여야 한다거나 해서는 안 된다가 아니라, 오히려 복음전도를 회복해야 된다고 설득한다. 복음이 좋은 소식이 되지 못하는 이유를 알았으니, 그 문제를 해결하고 복음의 풍성함과 다면성을 가지고 다양하게 인격적인 접근을 시도하기를 권면한다. 교인이 되었다는 당위성이 아니라 그리스도와의 연합의 기쁨과 감격이 사랑으로 흘러나야 하고, 이런 중심으로 전도할 때 복음 자체에서 능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복음전도를 향한 저자의 열정과 분석과 대안에 감동을 받았다. 필자는 목회자이지만 학생과 청년 때 사랑하는 친구에게 복음을 전한 이후 지금까지 특별한 전도의 열매를 맺지 못했고, 오히려 다른 변명으로 합리화했다. 게다가 현대교회에서 전도를 위한 여러가지 프로그램 도입과 많은 전도 행사와 무례한 모습을 보며, 이것은 교인들을 힘들게 하고 대상자들 또한 피곤하게 하는 것이니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리고 실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며 부정적인 인상만 가득했다.

그러나 저자의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복음전도의 희망을 보았고, 우리가 잘못한 것이지 우리가 간직하고 전하는 복음은 여전히 빛나는 보석임을 확인하였다. 저자의 분석과 대안은 현대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적절했고 오늘날 교회에 도전이 된다고 생각된다.

그리하여 기독교를 외면하는 시대, 교회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 복음을 믿지 않으려는 사람들 속에서 복음전도의 가능성과 용기를 이 책을 통해 얻게 되니 감사하고, 복음의 증인된 자들에게 일독을 권해본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열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