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주의생명신학회(회장 장훈태)가 '한국교회 예배,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9일 서울 송파구 우리교회에서 제14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최갑종(백석대 총장)·이은선(안양대)·김순환(서울신대)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최갑종 교수.
최갑종 교수.

"초기 기독교 예배, 그리스도와 성령 중심"

먼저 '초기 기독교 교회의 예배 스타일과 그 교훈'을 주제로 발표한 최갑종 교수는 "초기 기독교 예배는 유대교의 예배 유산, 특별히 성전과 회당 예배를 공유(共有)했다. 동일한 하나님을 예배 대상으로 삼았고 동일한 (구약)성경을 경전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이러한 공유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며 "하지만 초기 기독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유대교가 배척한 예수를 하나님과 동등한 예배 대상인 '주'로 섬겼고, 사도들의 가르침(신약성경)을 구약성경과 동등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예배의 변화는 불가피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오순절 성령 체험과 예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성만찬, 세례, 기도, 예수의 재림에 대한 기대 등이 예배의 변화를 촉진시켰다"며 "유대교의 예배가 정형화된 의식적 예배였다고 한다면, 기독교 예배는 카리스마스적이고 생동적인 예배였다. 예수의 임재의식과 성령의 체험 등이 기도, 찬송, 성경낭독, 설교, 성만찬, 세례, 애찬 등을 형식에서만이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고 했다.

이어 "이방인 신자들의 유입과 유대교와 로마제국에 의한 박해 위협 등과 같은 외부적인 환경도 이러한 변화를 촉진시켰다"면서 "하지만 4세기 이후 한편으로 기독교가 로마제국에 의해 공인을 받고 웅장한 자체 건물을 가지게 되면서, 기독교 예배는 더욱 웅장해지고 다양성을 갖게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대교처럼 의식이 강조됐고, 이로 말미암아 초창기의 카스마스적인 열정은 점차적으로 사라지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우리가 초기 기독교로 돌아간다는 것은 신약성경과 박해 시절의 초기 기독교 문헌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며 "그리고 그들이 보여 주고 있는 카리스마적인 예배 열정과 프로그램을 오늘 우리 예배에도 되살리는 것을 뜻한다. 그리스도와 성령 중심의 기도, 찬양, 말씀(설교), 성만찬, 세례 등을 복원하는 것을 뜻한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을 통해 새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 그리고 예수를 믿는 자들은 이미 새 시대의 백성이 됐다는 것, 그러나 예수의 재림을 기다리면서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세상을 변혁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한 윤리적이고 종말론적인 책임의식을 갖는 것을 뜻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초기 기독교 예배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는 그리스도와 성령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아무리 다양한 의식과 프로그램을 동반한 예배라 할지라도, 그리스도가 임재하지 않고 성령이 함께하지 않는다면 그 예배는 하나님과 그리스도가 없는 예배요 죽은 예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세한 절기설교, 문제 있어"

다음으로 '한국교회 예배 이대로 좋은가 -개혁주의 관점에서의 분석과 대안 모색'을 제목으로 발표한 이은선 교수는 "경배와 찬양은 하나님의 임재 경험을 갈망하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경외보다는 인간의 자아 체험이 중심이 되는 인간의 감정 중심적인 예배가 될 위험성이 높다"며 "예배의 중심은 우리의 은혜, 경험, 체험이 아니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또 "'열린 예배'와 '찬양과 경배 예배'에서 찬양 시간에 기도와 말씀 선포, 찬양이 함께 이뤄지는 것은 예배 신학의 부재 때문"이라며 "경배와 찬양에서 가장 크게 지적되는 문제점은 개교회의 찬양인도자들이 신학적인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음악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사역을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찬양과 경배가 신학적인 검토 없이 교회 성장의 방편으로 도입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야기하게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설교에 대해 그는 "설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직 성경의 원리와 함께 성경의 전체적인 내용을 설교하는 것이고 성경의 가르침을 골고루 가르치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전체 성경을 설교한다는 의식을 가지고 설교 계획을 짜면서 성도의 전체적인 영적 성장을 도모하는 교육설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강해설교가 교회의 절기와 충돌할 경우 적절한 조절이 필요할 것"이라며 "종교개혁자들은 지나친 중세교회 절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극복하고자 했다. 그런데 다시 교회사의 세세한 절기들을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교회를 건강하게 성장시키는 균형 잡힌 설교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체 성경을 설교하면서 동시에 적절한 정도로 부활절이나 성탄절과 같은 절기를 고려하는 설교 계획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울러 "설교의 사사화와 소비주의적인 성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성경의 올바른 주해와 함께 성도의 삶에 대한 적용을 통해 삶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설교에서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 해석자 자신의 삶에서 실천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청중으로 하여금 설교의 본문이 오늘 여기에서 가지는 의미를 해석해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예배 본질 온전히 구현하려면 소통 수단 적절해야"

끝으로 '한국교회 미래, 항상 개혁하는 예배로부터: 한국교회 현대 예배의 진로 모색을 위한 탐구와 제언'을 제목으로 발표한 김순환 교수는 "오늘의 교회와 회중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달라진 환경 속에 놓여 있다. 비록 예배의 본질적인 내용과 목표는 영구불변이지만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사용되는 매개적 요소인 표현 수단들, 예를 들어 언어, 상징, 음악, 도구, 및 물리적 환경 등은 이런 달라진 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응을 요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현장의 많은 교회들이 이런 상황의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본질과 수단을 혼동해서 그럴 수도 있고, 현재를 그대로 보수함이 마치 정체성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인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매개 수단의 변화가 본질의 변질인 것처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 500여 년 역사를 지내 오며 개신교 교단들은 성경과 신학을 통해 복음의 가르침을 상보적으로 공유하면서 그 스스로의 정체성을 담보해 왔을 뿐 아니라, 마치 불문헌법을 가진 국가나 사회처럼 예배에 관해서도 서로 간 모종의 법과 규칙을 가진 듯이 공통된 전통과 실행을 보여 왔다"며 "그런 개신교회가 오늘이라는 상황 속에서 변화를 주저해 적절하면서도 변용적인 대응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질의 가장 온전한 구현은 그 본질을 대하는 소통 당사자들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도록 돕는 수단이 적절할 때 비로소 가능함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