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종 과정 연명치료 중단'을 골자로 한 소위 '웰다잉법'이 국회를 통과해 2018년부터 시행된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죽음'이 늦춰지고 있지만, 오히려 '삶의 존엄성'은 낮아지고 있다. 마침 나이 많은 어른들을 만날 일이 많은 설 명절을 맞아, '노년과 좋은 죽음' 관련 도서들을 두 차례에 나눠 살펴본다.

마지막까지 잘 사는 삶

존 던롭 | 생명의말씀사 | 288쪽

<마지막까지 잘 사는 삶>은 '노인의학'자이자 60대 암 생존자인 존 던롭(John Dunlop) 박사가 무엇보다 크리스천의 입장에서 쓴, '달려갈 길을 잘 마무리하기 위한 크리스천의 후반부 인생 전략'이다. 저자는 삶과 죽음에 대해 유머러스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노년과 인생 마무리를 잘할 수 있는 실질적 조언들을 해 주고 있다.

저자는 "잘 죽는 것이 우연인 경우는 별로 없다"며 "그것은 평생에 걸친 선택들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한다. 결국, '잘 죽는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 잘 사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마지막을 일부러 계획하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오늘날 그런 계획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그리고 인생을 그렇게 잘 마무리한다는 것은, 죽는 순간까지는 삶으로, 죽은 뒤에는 유산을 통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뜻이다. 저자는 몇십 년·몇 달·몇 시간까지 인생을 잘 사는 법, 노년의 상실을 대하는 법, 느려진 죽음에 준비하는 법, 편안하고 인간적인 마지막을 맞는 법 등 책을 통해 '아름다운 인생 마무리'를 위한 9가지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법: 삶과 죽음을 성경적인 관점으로 이해하라'에서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생명'을 이해해야 하는데,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았고 육체적 생명은 하나님 주신 귀한 선물임을 상기시킨다. 그러면서 삶이 그렇듯 죽음에도 이 세상에서 분리되는 '육체적 죽음'과 하나님에게서 분리되는 '영적 죽음'이 있다고 말한다.

고통과 슬픔이 따르기에,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크리스천이라 해서 죽음에 대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니고, 그런 반응을 보여야 정상이다. 죽음은 원수이지만, 그리스도의 구속으로 인해 '패배한 원수'가 됐다. 그래서 죽음은 하나님의 '선한 목적'에 사용되어, 그리스도의 재림 전까지 하나님의 영원한 품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길이 됐다. 믿는 자들에게는 기쁨으로 가는 통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은 자칫 우리를 냉담하게 만들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아무리 하나님의 주권을 믿는다 해도,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거나 부모를 일찍 여의는 것은 엄연한 비극이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배우자를 잃는 고통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는 삶과 죽음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적 다스리심을 받아들이되, 하나님의 뜻에 맞게 최대한 현명한 선택을 내려야 한다.

현대의학에 의해 어느 정도 '남은 삶의 기간'을 알게 됐다면, △지나온 세월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믿음을 점검하며 △하나님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최우선 사항으로 삼아 기도하고 △인생을 잘 마무리하기로 결단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 △가족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무엇이 되었든 '유산'을 전해 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남은 시간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나이 듦이 고맙다

김동길 | 두란노 | 232쪽

'인생의 겨울을 위하여' 88세의 '어른' 김동길 박사가 크리스천 입장에서 전하는 '나이 듦 이야기'. 

저자는 중년기부터 뜻하지 않은 지인들과의 '사별'을 경험하면서 줄곧 죽음과 노년의 시간을 준비했지만, 언제부터인지 '사명이 있는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묘한 신념이 생겨났다고 한다. 결국 '사람은 왜 가야 하는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다 이루면 가야 한다'는 결론 속에서, 저자는 노년이란 그 사명을 완성해 가는 귀한 시간임을 깨닫게 됐다.

특히 저자는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벧전 1:25)'라는 말씀을 토대로, 신앙을 가진 이의 '새로운 역사관'을 발견하고 있다. 인생은 늙고 병들어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세토록 계신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구원)으로 이어진다는 것. 

"신앙적인 역사 해석은 우리의 행동에 대한 올바른 답을 찾게 합니다. 인류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알면 오늘을 이해할 수 있고, 또 내일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찾을 수 있는 까닭입니다. ... 역사는 흘러가되, '하나님의 사랑'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시련이 많고 고통이 있어도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미래의 선한 무엇인가를 향해 흘러가는 게 역사다 그 말입니다."

영원히 젊게 사는 비결이란 그 어디에도 없고, 우리는 모두 나이가 들 수밖에 없지만, 나이 듦의 시간은 예수 그리스도께로 가는 길목과 맞닿아 있다는 역사적 인식을 갖고 우리 나이에 맞게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소망을 가슴에 품고 살자는 말이다.

"비록 부침(浮沈) 많은 인생이지만, 사랑하는 내 주 그리스도를 뵈올 날을 기다리며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한 걸음 한 걸음을 떼는 백발의 노인들이 많아질 때, 조국의 저녁 하늘은 더욱 아름다운 황혼으로 물들 것입니다."

R. C. 스프로울, 고난과 죽음을 말하다

R. C. 스프로울 | 생명의말씀사 | 256쪽

'고통 속에서 발견하는,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소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수술실에 들어갔던 친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지만, 이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 걱정이 앞섰던 경험으로 책을 시작한다. 

"그날 밤 나는 잠을 설쳤다. 겁이 났다. 그동안의 신학 연구는 그러한 질병을 다루는 법에 대한 실제적 지식을 하나도 제공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놀랍게도 개혁주의 신학계를 이끄는 저명 신학자로서, 명쾌한 논리와 적절한 예화로 딱딱한 성경 교리들을 쉽게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R. C. 스프로울(Sproul)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고난과 죽음, 그리고 '죽음 이후의 삶(천국)'에 대해 개혁주의 신학에 입각해 특유의 필체로 성경적 통찰을 들려 주고 있다. 그는 '하나님께서는 죽음과 아무 연관도 없다'는 교사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 땅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일과 직업에 관해 서로 다른 소명을 갖고 있다. 그러나 죽음의 소명은 모두 공유하고 있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부름받았다. 그 소명은 그리스도의 사역에 대한 '소명'처럼 하나님으로부터 임하는 소명이다. 때로 그 소명은 아무런 경고 없이 갑자기 임하고, 때로는 사전 통지와 더불어 임하기도 한다. 어떤 경우든 그 소명은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으로부터 임한다."

'사탄의 미혹으로 말미암아' 교회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 주제들을 담담히 써 내려가면서, 저자는 "그리스도인의 고난과 죽음은 완전하고 최종적이고 궁극적인 승리를 위한 하나님의 부르심"이라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은 궁극적으로, 혹은 최종적으로 고난을 향한 것이 아니라 고난을 초월한 소망을 향한다. 그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받을 미래의 기업에 대한 소망"이라고 말한다.

서두에 언급한 '친구'는 마지막 2년의 삶을 매우 생산적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스라엘을 방문했고 자기 집을 정리하면서 가족을 돌보았으며, 마지막 순간 우아하고 위엄 있게 죽었다. 정신적·영적으로 스스로 죽음에 대비했고, 죽음을 삶의 일부로 여겼다. 우리는 함께 기도했으며,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 장례식 절차에 관해서도 내게 매우 세밀하게 부탁했다."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다

오시카와 마키코 | 세움과비움 | 248쪽

대부분 낯설고 불편하지만 비상 시 응급조치가 가능한 '병원'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시대, 제목 그대로 집에서 죽음을 맞은 열한 명의 '마지막 이별'에 대해 담고 있다.

'방문 간호 전문가'로서 지금까지 많은 '재택사(在宅死)'를 지켜본 저자는 "재택사가 누구든 선택해야 하는 죽음의 방식은 아니지만, 삶의 과정을 잘 마무리하고자 한다면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가장 편안한 집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이별하는 길을 선택한 17세 아들부터 87세 할아버지까지의 사례를 만나보면서, 연명치료와 존엄사 등에 대해, 그리고 우리 자신의 마지막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