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칼 바르트 <교회교의학> 강독 세미나: 하나님의 아들의 순종(KD §59)'이 22일 오후 서울 창천동 하.나.의.교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에는 최근 칼 바르트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20-30대 신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한 목회자들까지 100여 명이 참석했다.

현대기독연구원이 주최한 이 세미나에서는 최근 출간된 <칼 바르트 교회교의학 해제: Ⅳ/1 화해론>을 편저한 신준호 박사(독일 Univ. of Heidelberg, D.theol.)가 강연했다. 신 박사는 하이델베르크대학교 신학과에서 칼 바르트를 강의하기도 했으며, 책 이전에 칼 바르트의 <교의학 개요>와 <개신교신학 입문>을 번역한, 칼 바르트 전문가이다.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은 1부 서론(2권), 2부 신론(2권), 3부 창조론(4권), 4부 화해론(5권) 등 총 13권으로 구성돼 있다. 4부의 마지막 책과 5부 종말론은 미완성으로 남아 있는데도, 9천 페이지 이상의 분량이다. 화해론은 칼 바르트가 노년기에 집필해 원숙한 신학사상이 풍부하게 집약돼 있으며, <로마서 강해> 이후 초·중기 사상들도 빠짐없이 반영돼 있다.

신 박사가 풀어낸 <칼 바르트 교회교의학 해제>는 난해한 것으로 잘 알려진 칼 바르트의 원문을 해체·분해한 뒤, 분량을 가급적 줄이면서 한국 독자들에 맞게 다시 썼다. 이번 Ⅳ/1 화해론 '종으로 낮아지신 예수 그리스도'는 "전능하신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어떻게 한 인간 예수의 인격 안에서 인간이 되실 수 있고, 그 사건이 어떻게 하나님과 인류 사이의 보편적 화해일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고 한다.

주최측은 이번 세미나에 대해 "우울과 절망의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라면, <교회교의학>을 통해 신적 생명의 위로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Ⅳ/1 화해론 중 강좌에서 다룰 59장은, 바르트의 그리스도론의 세 국면 중 중심이 되는 첫째 부분이며 '낮아지신 신성'의 깊은 의미를 밝혀주는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신준호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신준호 박사는 강연에서 "화해론은 타락한 신학을 '구원의 신학'으로 되돌리려는 바르트 신학의 핵심"이라며 "바르트는 '화해'가 이미 창조 이전에 있었고, 창조는 화해를 실현하기 위한 무대장치임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그는 "창조는 피조물을 만든 것이나, 피조물 안에는 하나님이 없다"며 "그러나 화해 안에는 성자 하나님 자신이 등장하고, 하나님이 인간이 되셨기에 화해는 창조보다 무한히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박사는 "대부분 사람들은 예정이 있고 창조가 있고 아브라함 이후 시간이 흘러가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으로, 예수님의 시간이 우리의 시간과 같다고 여긴다"며 "그러나 영원 전에 하나님께서 인간성을 취하신 다음 화해 사건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나사렛 예수의 탄생과 고난과 죽음이 영원 전에 '하나님의 예정'과 동시에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 '시간과 영원의 동시성'은 바르트만의 강조점이고, 성경에서는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처럼 요한복음에서 말하고 있다"고도 했다.

'중심 잡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신 박사는 "어떤 운동이든 훈련을 거듭해야 조금씩 중심이 잡히는데, 사유의 훈련도 그렇다"며 "나 자신의 사유가 중심이 되는, '내 생각은 나에게서 출발한다'는 것이 데카르트주의인데, 바르트는 이를 '데카르트적 악마'라 부르면서 반발한다. 바르트는 내 중심이 아니라 '역사의 중심인 예수 그리스도'로 조금씩 옮겨가야 한다고 하고, 여기서 '화해'라는 주제가 나온다. 이것이 Ⅳ부 전체를 설명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신준호 박사는 "중심을 잘 잡지 않은 채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기 어렵고, '내가 성경을 이렇게 이해했는데(나 중심) 대답해 달라'는 방식으로는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며 "그래서 바르트는 그리스도론을 먼저 이야기하고 죄론과 구원론, 칭의와 성화와 소명, 그리고 교회 공동체와 교회 속의 나 자신을 차례로 등장시키는데, 이성을 중심에 놓는 이 '데카르트주의'을 죄의 중심으로 여겼다"고 했다.

그는 "타자의 고통에 연대하고 공감하며, 자신이 고통 중에 있다면 그걸 해결해야 살아갈 힘을 얻고 삶의 의미를 찾고 신학도 해 나갈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그럴 때면 '왜 내게 이런 일이?'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며 "목회자들은 그런 경우 보통 '긍정의 힘'을 강조하지만, 바르트는 여기서 '내 사유가 중심이 되어 질문하고 대답하면 해법이 없다'고 다르게 답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또 "바르트는 이러한 고통의 문제에 대해, 오늘 한두 시간 강의를 들은 것만으로 대답이 나올 수 없다고 보았다"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르트는 우리에게 죽음 너머에 영원한 생명이 약속돼 있고 그 약속이 교회 안에서 함께 이뤄져야 진짜라고 말했다. '죄의 극복이 전제가 되고 그 약속은 그리스도 안에서 먼저 발생했다'다는 것이 교회교의학 화해론의 주된 구조이고, 공동체를 중시했기에 '나의(my)교의학'이 아니라 '교회교의학'을 주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바르트 신학의 첫 초점은 자신을 부인하고 '그리스도 안에 내가,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이라며 "이것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아직 우리 문제에 대한 직접적 해답은 나오지 않지만, 이 첫 출발점이 이번 5주간 강좌에서 다루려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상세정보 

신준호 박사는 "화해의 사건은 바로 성육신의 사건이고, '말씀이 육신 되셨다'는 내용이 59-1장의 주제"라며 "바르트는 '화해는 역사(Historie 아닌 Geschichte)'라고 전제하는데, 이 화해는 '인식적(noetisch)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역사이며 존재적(ontisch)으로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의 역사'"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59-1장에 대해 '하나님 아들의 낯선 곳을 향한 개입(하나님이 하늘나라에서 여행을 떠나 이 땅에 도착하셨다)'이라는 ①여행과 ②비움 ③순종 등 3가지로도 설명했다.

바르트는 이전 신학자들이 '성육신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후대 신학자들이 구상한 개념 아닌가'라는 주장에 대해 "후기 유대교의 느슨해진 율법에도 불구하고 당시 초대교회 공동체는 유일신 개념이 가장 중요했는데, '율법에 살고 율법에 죽었던' 유대인들이 '야훼 하나님' 외에 또 다른 '예수'라는 하나님을 일부러 만들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통용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신준호 박사는 "이 '육신'은 이스라엘 민족에 속한 한 유대인의 육신으로,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자리에 하나님이 도착하셨던 것"이라며 "이는 다른 종교와 달리 특수성 안에 있는 그분의 보편성으로, 이 특수성은 일반적 특수성이 아닌 '하늘의 특수성', 즉 한 인간 안에 인류 존재의 전체가 담겨 있는 보편적 특수성"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러한 보편성으로 모든 열방이 구원을 받았기에, '왜 이스라엘 민족을 통해서'라는 질문은 필요가 없어진다"며 "'왜?'라고 묻는 것은 데카르트적 특수성에서 오는 오해"라고 지적했다.

또 "이 구약과 이스라엘 역사의 증거가 가현설을 막는 방패"라며 "살아있는 사람과 만나지 못했다면 모르겠지만 부활하신 예수는 제자들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인생관 자체의 콘셉트를 바꿔 놓으셨다"고 했다. 신 박사는 "바르트는 제자들이 종교철학을 한 게 아니라, '예수의 증인이고자 했다'고 강조했다"며 "'나는 믿는다, 고로 옳다'는 궤변에 빠져선 안 된다. '우리는 '교인'이 아니고 '증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