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중인 한수아 선교사. ⓒ류재광 기자
(Photo : ) ▲발표 중인 한수아 선교사. ⓒ류재광 기자

KWMA 주최 한국선교지도자포럼 첫날 한수아 선교사(MVP선교회 본부장)는 '구조적 측면에서 본 한국 선교의 문제와 대안'을 발표했다.

 

한 선교사는 "한국 선교의 문제를 다루고 토론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면서도 "지금까지 선교 문제에 대한 지적은 주로 선교사의 행동이나 지식, 전략과 훈련 등에 집중돼 왔는데, 1990년대부터 비슷한 논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는 데는 구조적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구조적 시각은 한국 선교(사)의 문제는 그 구조적 요인(배경)이 되는 한국교회의 문제를 반영한 것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며 "한국교회의 빠른 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가 선교계에도 직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구조적인 인과관계가 밀접해진 데는 선교회보다 교회 중심의 선교가 펼쳐졌음을 지적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한수아 선교사는 한국교회와 연관된 문제로 성장주의·성과주의와 분열·연합 부족 등을 대표적으로 꼽았다.

한 선교사는 "한국 선교에 있어 성과 내지 성장주의의 문제와 이를 이루는 수단으로서 돈 선교의 문제는 사실 한국교회의 성장주의라는 구조적 문제와 요구에 기인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한국 선교사들은 '무언가를 빨리 성취해야 한다는 노동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사람들'처럼 보이고, 그들은 한국교회를 위해 불과 3-5년 내에 업적을 내야 한다"며 "이러한 명시적·직접적 요구나 압력 뿐 아니라, 선교신학과 가치의 차원에서 한국교회 성장주의 신학과 가치관의 영향으로 암시적·내재적 요구와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선교는 198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했는데, 이 시기는 한국교회 성장주의가 번성했던 시절로 선교운동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 이러한 성장주의와 성과주의적 선교방식은 앞서 언급했듯 그 수단으로서 '돈 선교', '물량주의 선교'와 함께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선교학자 패트릭 존스턴은 "한국인들은 자치·자립·자전이라는 '네비우스 원칙'에 의해 교회가 세워졌음을 자랑스러워하나, 그 원칙을 갖고 일하는 한국인 선교사들은 적다"고 지적했다.

이는 선교에 조급증을 가져온다. 빠른 외형적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선교사들이 착실한 언어공부나 현지화 과정을 통과하기 어렵고, 이를 놓치면 실력 부족으로 더욱 물량적 접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결과 중 하나가 '연구하지 않는 선교'이며, 건축 위주의 '콘크리트 선교'로 이어진다. 교회 개척과 제자 양육은 시간이 걸리고 양보다는 질이 중요하기 때문에, 선교사들이 성과를 요구받으면서 금전적 유인책을 사용하거나 성도를 가로채는 등 비정상적 유인책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 선교사는 "성과 위주의 선교는 개척선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아무리 미전도종족과 전방개척 선교를 부르짖어도 성장이 늦고 성과를 빨리 내기 어렵기 때문에 그곳으로 가지 않게 만든다"며 "내용(실력)보다 외형(학위)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선교사의 학력 인플레이션을 조장하기도 하는데, 이는 한국 사회의 스펙 중시 경향을 따라 수많은 목사후보생들이 유학을 가는 교회 현실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분열 및 연합 부족의 구조적 요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한수아 선교사는 "한국 선교사의 분열과 연합 부족은 사실 한국교회의 분열적 구조에 주로 기인한다"며 "한국 선교사들은 연합 없이 개인주의적 성향을 보이는데, 이런 개인주의적 선교 태도는 성경보다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가깝다"고 밝혔다.

가장 큰 문제는 교단 분열이다. 선교 전문가들은 한국 선교에 있어 1990년대 이후 선교의 중심이 선교단체에서 교단과 개교회중심으로 바뀌었다고 말하는데, 각 교단과 교회들은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선교활동을 수행하고 있어 '경쟁 선교'를 부추기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의 교단간 교세 경쟁이 그대로 해외로 이어져 분열과 경쟁, 중복투자라는 병폐를 낳았다"며 "선교에서 분열 문제는 앞서 언급한 성과·외형 위주 선교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개교회주의'도 주요 요인이다. 한 선교사는 "개교회중심 선교는 전문성 있는 선교단체와의 협력을 약화시켜 '선교의 사사시대' 유발에 기여했다"며 "이런 개교회 파송 추세는 목사·선교사 증가의 한 원인으로, 개교회가 선교사를 뽑을 때 평신도보다는 신학교육을 받은 신대원 졸업자를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전문인 선교사가 더 많이 가야 하는 선교 현장의 필요와 목사·선교사의 비중 감소라는 세계적 조류와 동떨어진 현상이기도 하다.

이밖에 교단 분열과 비슷한 선교단체들의 분열과 증가, 선교계 내의 리더십간 연합 문제 등으로 인해 한국 선교사들은 해당 지역에서 연합하지 못하고 있다. 한 선교사는 "우리가 서로 연합하지 못하는 것은 한편으로 한국교회와 선교계 안에서 그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한국교회는 선교사들에게 '분열의 학습'만 시켜줬기 때문에 우리 안에 분열을 쉽게 여기는 문화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는 선교에 있어 부차적 결함이 아니라 핵심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분열 현상은 선교에 있어 경쟁과 중복 사역을 만들어 내고, 비공식(무소속) 선교사의 증가를 야기하며, 무분별한 단기선교와 낭비적 선교회의(포럼)가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외에 그는 선교계 주요 이슈인 '선교 담론의 취약성', '고비용 선교', '선교사 고령화' 등의 구조적 요인들을 짚었다.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는 큰 틀에서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고 회개하며 기도해야 한다'는 것'으로, 선교의 문제가 '나로 말미암았다'는 심정으로 함께 고민하고 회개해야 한다. 둘째로 '구조적인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제도와 강제력을 동원해 선교정책과 제도를 수립하고, 강제력을 실행하고 전횡을 막기 위한 견제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셋째로 '한국 선교의 생태계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으로, 개인이나 각 기관의 시각을 넘어 서로를 존중하고 연대하면서 한국 전체의 '선교 생태계'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KWMA의 조정 역할이 중요하다.

넷째로 '미전도종족 개척선교'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한 선교사는 "과감하게 개척 지역으로 선교사를 보내면 성과주의와 경쟁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중복투자와 물량주의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다섯째는 '건전한 선교담론 형성 및 청년층 선교동원을 위한 방안 모색'으로, 선교학 교수들이 신학교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거나 선교학 교수들과 선교 실행가 사이의 교류 활성화, 교회 내 선교교육과 청소년 선교캠프 등의 아이디어가 제기됐다.

마지막으로는 '복음과 본질에 대한 선교교육 강화'를 제안했다. 한수아 선교사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지만, 개인의 변화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선교 참여자들은 성장·성과·외형주의를 버리고 본질을 추구하며, 파송교회와 선교단체 등 선교주체들이 선교적 성공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연합 자체가 '복음의 본질'에 해당함을 강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복음과 본질에 충실해야 영적 사역(교회개척과 제자양육)을 잘 하는 한국선교의 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다"며 "우리가 자신을 버리고 하나님께 헌신한다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