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 브랜틀리
(Photo : 사마리아인의지갑) 라이베리아에서 의료봉사 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켄트 브랜틀리 선교사.

올해 33세의 켄트 브랜틀리는 의사다. 그는 지난해 7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 폴리스에 있는 자신의 모(母)교회인 그리스도동남부교회에서, 교인들에게 아프리카 라이베리아로 2년간 의료선교를 떠난다는 인사를 했다. 그동안 아이티, 온두라스, 케냐, 우간다 등에서 단기로 의료선교를 해왔기 때문에, 그의 라이베리아 행(行)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켄트는 세계적 복음전도자인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 그래함이 운영하는 해외선교기관인 '사마리아인의 지갑'(Samaritan's Purse) 소속으로 라이베리아로 갔고, 현지인들을 치료하며 "예수가 구세주"라는 복음을 전했다.

당시 라이베리아는 사람들이 치사율이 90%에 달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어갔다.

에볼라는 치료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은 전염병으로, 감염되면 열·구토·설사·장출혈 등의 증상을 보이다 사망하는 악성이다. 지난 8월 9일 기준 라이베리아, 시에라 리온, 기니 등 서부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가 1,770건 발발해, 이 가운데 961명이 사망했다고 세계건강기구(WHO)는 밝히고 있다.

켄트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라이베리아 사람들을 치료했다. 약이 없어 탈수를 막는 정도의 치료가 대부분이었다.

지난 7월 23일 켄트는 몸에 열이 나면서, 혹시 에볼라 바이러스에 자신도 감염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그는 스스로 격리한 후 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이었다.

그는 "그 순간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깊은 평안이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게 수 년 전에 가르치셨던 것을 기억나게 하셨다. 하나님께서 내가 하나님께 신실하게(faithful) 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주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라이베리아에서 의료선교활동을 하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 중, 켄트 이외에 59세의 낸시 라이트볼이라는 여성 간호사가 있었다. 미국의 선교사역(SIM USA) 소속인 낸시 역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명된 환자들을 돌보다 같이 감염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사마리아인의 지갑'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치료제가 있는지 문의했고, CDC는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해 공식적으로는 검증이 되지 않은 ZMapp라는 약을 구하게 되었다. 인체의 면역시스템을 강화시켜 에볼라 바이러스와 싸우도록 하는 것인데, 급하게 라이베리아 도착한 이 약은 한 사람에게 투여될 수 있는 양이었다. 켄트는 간호사 낸시에게 양보했다. 얼마 후 추가로 약이 도착해 투여를 받고, 두 사람의 상태는 호전되었다.

지난 5일 이 두 명의 미국 선교사는 특별기 편으로 귀국해 애틀란타 내 에모리 대학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이 돌아오자 "왜 그렇게 위험한 곳에 선교를 하러 가 나라를 어려움에 빠트렸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었다. 미국 보수계의 대표적 논객인 앤 쿨터가 대표적이다. 그는 6일 보수 성향 웹사이트인 '휴먼 이벤츠'에 '바보 수준으로 격하된, 에볼라 감염의사의 상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의사 켄트에게 "자아도취와 소영웅주의에 빠진 얼간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는 "대체 왜 아프리카에 간 거냐? 치사율 90%인 에볼라의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아프리카 여행을 간 이유는 뭐냐? 더 이상 미국에서는 그리스도를 섬길 수가 없기 때문인가?"라고 했다.

앤 쿨터는 "미국에서는 매년 15,000명이 살해되고 38,000명이 약물 과다복용으로 죽는다. 신생아의 40%는 혼외자고, '한밤 길거리 농구'(1990년대,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의 범죄를 막기 위해 고안된 길거리 농구 시합)의 성공에도 아이들은 여전히 살인과 강간을 한다. 권력에 미친 대통령은 국민의 10%를 무보험자로 만들었고, 모든 엘리트 문화단체들은 순결을 비웃으며 성생활을 찬양한다. 여기서 기독교인이 할 일이 없단 말인가?"라고 했다.

그는 "성경에는 '가서 복음을 전하라'는 말도 있지만 '너의 손을 형제와 가난한 이웃, 그리고 네가 사는 땅에 내밀라'라는 구절도 있다"며 "자신의 나라는 자기 가족과 같다. 자신의 나라부터 먼저 돌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교사들이 미국 내 사회 문제에서 도망쳐 아프리카로 숨어 버렸다고도 했다.

그러자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회의 신학교 총장인 알버트 몰러는 앤 쿨터의 비판에 대해 "선교사들은 미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제3세계에 숨어들어간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해서 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을 신실하게 따르는 진정한 복음선교사들"이라고 말했다.

기독교인들은 모든 민족에게 가서 제자를 삼으라는, 이른바 예수의 지상명령(The Great Commission)에 따라 해외선교를 해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성인 160만명이 단기로 해외선교를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낸시 화이트볼
(Photo : SIM USA) 낸시 화이트볼 선교사(오른쪽)와 그녀의 남편 데이비드 화이트볼(왼쪽).

몰러 총장은 "지상명령에 순종하지 않으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믿음이 없는 것"이라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지를 계산하기 전에,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할 의무가 기독교인들에게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명의 선교사 역시 자신들이 라이베리아로 간 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해서라고 답했다.

켄트는 "내 아내와 나, 그리고 두 자녀들은 에볼라와 싸우려는 특별한 목적을 갖고 라이베리아에 간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그곳의 병원에서 하나님을 섬기라고 부르셨다고 믿었기 때문에 갔다"고 밝혔다.

그는 병원에서 쓴 편지에서 "내가 배운 한 가지는, 하나님을 따라간다는 것은 종종 우리를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인도한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완전히 다른 환경에 있지만, 내 관심은 동일하다. 주님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라이트볼의 남편인 데이비드 아이트볼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부르심 때문이다. 예수가 인간을 위해 한 위대한 사랑을 보라. 그는 하늘을 버리고 고통과 아픔의 장소로 왔다"며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가라고 하시는 곳이 어디든지 가서 섬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의 대표적 논객인 니콜라스 크리스포트는 6일 "두 명의 선교사가 지구적인 전염병을 초기에 막아보려고 한 것은 인도주의적 및 국가적 이해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감사와 찬사를 받아야 한다"고 칼럼에서 밝혔다.

하지만 몰러 총장은 "이 두 선교사는 인도주의자로 간 것이 아니라, 미국 기독교 선교단체에서 파송을 받아 갔다"며 "그들의 관심은 육신의 건강 뿐 아니라 영적인 상태"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지구상의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피조됐지만, 이들은 구원이 필요한 죄인이다. 서부아프리카이든, 미국과 같이 발전된 서구이든, 사람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중요한 것은 질병 예방이나 건강의 미래가 아니라, 천국과 지옥의 영원한 현실에 대한 것"이라고 했다.

켄트는 병원에서 쓴 편지에서 자신과 낸시의 회복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무엇보다 우리가 새로운 환경에서 우리의 삶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에 신실하게 따라가도록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