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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교연 2014 정책세미나.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이하 기교연)가 18일(금)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소강당에서 '새로운 교육감의 교육정책과 기독교학교교육'을 주제로 2014년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기교연은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새로운 교육감들의 교육정책의 방향이 향후 기독교학교교육 분야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관련된 전문가들을 모시고 의견을 듣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오늘의 논의를 통해 새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가 이뤄지고, 더불어 기독교학교교육의 나아갈 방향이 공유되고 소통되기를 기대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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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자들의 모습. 이종철 연구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발표하고 있다

첫 발제자인 이종철 연구원(기교연 연구2실 실장)은 '기독교학교교육의 관점에서 본 새 교육감들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를 전했다.

먼저 이 연구원은 "6.4 지방선거를 통해 17명의 시도교육감이 선출됐다. 놀랍게도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13명이나 당선됐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6명 당선된 것과 비교하면 진보 교육감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선거였다고 할 수 있다"며 "13명의 진보 교육감들의 정책 방향은 '고교 평준화와 경쟁교육 완화', '혁신학교 확대', '무상교육 확대', '학생인권조례 강화', '사학 비리 해결'이라는 다섯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다섯 가지가 다 중요한 아젠다들이지만, 사실 기독교학교교육의 영역으로 논의를 한정하면 '기독교학교교육'을 가로막는 두 가지 큰 장애물 중 하나는 '입시 위주 교육'이며 다른 하나는 '학교교육에서의 종교 중립 요구'"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입시 위주 교육은 '내부의 적'으로, 이것이 강화되면 학부모와 학교가 모두 입시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게 된다. 선택과 배제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나와 내 자녀가 뒤처질까 두려워하는 심리가 경쟁적인 교육을 만들어낸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기독교학교교육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고 했다.

또 "학교교육에서의 종교 중립 요구는 '외부의 적'으로, 신앙은 개인적인 것이며 공적 영역에서는 종교적인 것을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우리의 삶에서 종교를 분리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종교 중립이라는 모토는 신화에 가깝다. 학교교육에서 종교적인 면을 삭제해 내는 것은 '무종교의 종교'를 가르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진정한 신앙인에게 있어서 교육은 매우 신앙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틀을 통해 볼 때,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교육정책들은 전체적으로 입시 위주 교육의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진보 성향 교육감은 갈수록 심해지는 이 입시 경쟁 교육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항상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며 "고교 서열화를 막느라 교교 획일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교 다양화가 가능하도록 해 줄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반면 이 연구원은 "진보 성향 교육감들의 교육정책들은 전체적으로 종교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학교교육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학생인권조례의 종교 영역에 해당하는 조항들을 과도하게 적용하여 종교계 사립학교의 본래 설립 취지를 지킬 수 없게 만드는 일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제안사항으로는 "현재 기독교학교정상화추진위원회가 연구 중인, 학생의 종교적 인권을 보장하는 학생 배정 및 전학 제도 도입이 있다"며 "학생을 배정할 때 회피하고 싶은 종교계 학교가 있는 학생은 그 종교계 학교를 빼고 배정해 주고, 실제로 배정된 이후에도 종교적인 이유로 학교를 옮기고 싶은 학생은 전학을 시켜주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원은 "사학 비리 근절을 이유로 사학의 자율적 운영(교장, 교감, 교사 선발 과정)에 관여하겠다는 논리는 위험해 보인다. '사학 비리'는 '비리 해결 방법'으로 풀어야지, 운영의 자율성 훼손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 잘못하면 종교계 사립학교에서 교장, 교감, 교사를 신앙적인 평가 기준을 가지고 선발하는 것을 제한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은 종교계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정책임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병오(문래중 교사,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입사기운동 공동대표) 선생은 '서울시 교육의 예상되는 변화와 기독교학교교육'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예상되는 서울시 교육의 변화로,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 교육 비리 척결 문제, 학교의 자율성 강화 및 혁신학교의 확대, 학교 밖 아이 및 교육소외 계층 지원 강화, 지차체·마을 단위와 학교 협력 강화, 학생 인권 및 민주시민 교육 강화 부분을 꼽았다.

기독교학교교육의 대응에 대해서는 "진보 교육감들이 열어놓은 새로운 교육 지평의 흐름을 기독교 학교교육의 관점에서 잘 소화하고, 거기에 기독교적 정신과 생명을 불어넣어 우리 학교와 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모범을 제시해야 한다. 진보 교육감들이 제시하고 실천하고자 하는 교육의 방향은 문제점과 한계를 일부 가지고 있지만, 현재 교육과 학교가 추구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기독교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기독교학교교육 진영 입장에서는 기독교적 가치를 담아내기 훨씬 더 좋은 여건이 조성됐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혁신학교의 흐름만 하더라도 기독교사들이 팀을 짜서 한두 개의 혁신학교의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김철경 교장(대광고등학교)이 '자율형 기독 사립고와 종교교육', 김경원 목사(정의여고 교목, 전국 교목회 대표)가 '종교계 사립학교의 종교교육 자율성과 학생인권조례', 조인진 교장(글로벌선진학교, 학국기독교대안교육연맹 이사대표)이 '새 교육감의 대안교육에 대한 인식과 대안학교의 미래'를 주제로 강연을 전했다.

박상진 교수(장신대, 기독교교육학)는 종합토론에서 "자사고 폐지, 혁신학교 확대와 입시 위주 교육의 극복, 그리고 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기독교학교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지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부분도 있다. 기독교적 가치 자체가 진보적 성격과 보수적 성격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진보와 보수 중 어느 하나를 기독교적 가치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기독교교육과 그를 통해 교육의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를 구현하는 길은, 특정 이념에 매이거나 진영 논리에 빠져서 갈등의 한쪽 축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별로 현실을 직시하고 기독교적 비판을 통해 건강한 대안을 모색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