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학교 전명희 교수(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가 탈북인 재학생 7명을 이끌고 지난 1월 19일부터 2월 5일까지 약 3주 동안 뉴욕과 워싱턴 DC를 견학했다. 전명희 교수에게서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사학인 한동대학교는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고 있는지 들어보았다.
탈북학생들과 함께 미국 견학을 하게 된 동기는?
최근 2-3년간 한동대에 통일에 대한 마음을 가진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하나님이 인도하셨다고 생각되는데, 그런분들이 연합하는 모임도 생겨났다. 지난해 11월에 가진 '북한중보주간' 행사가 그렇다. 그 기간에 통일 관련 강사도 초청하고, 북한인권문제도 다루고, 기아체험 캠페인도 진행했다. 이런 모임을 통해 한동대 내에도 알리고, 각 교회에도 알리는 등 일단 '통일'에 대한 이슈를 대내외적으로 알리는데 주력했다. 'Until The Day'라고 미국에서 열리는 기도운동처럼 한달에 한번 모임도 계속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중에 특별히 한동대에 다니는 탈북학생들이 모이게 됐다. 현재 한동대에는 10명 정도의 탈북학생이 다니고 있다. 그중 7명을 견학팀으로 구성해 미국에 오게 됐다. 특히, 뉴욕과 워싱턴 DC에서 북한인권을 위해 일하는 분들, 제3국을 위해 일하는 기구나 NGO, 국제기구 등을 방문했다.
견학 목적은?
가장 큰 목적은 탈북학생들이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앞으로 할 일들을 그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북한인권위원회(HRNK), 북한자유연대(North Korea Freedom Coalition, 대표 수잔 숄티), 월드뱅크, 워싱턴한인복지센터, 자유아시아방송(RFA), 평양성경연구소(PBI, 대표 김현식 교수) 등을 견학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 유학을 가서 공부하고 싶은 학생도 있고, 여러가지 현장에서 전문가가 되길 바라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통일시대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한다. 스스로 '앞서 보낸 자들'이라는 클럽을 만들 정도로 '하나님이 우리를 먼저 보냈다'라는 소명의식도 갖고 있다. 이번 견학에서 그런 것들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견학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탈북학생들을 이렇게 모아놓으니까 정말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함께 다니면서 학생들의 어렸을 때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런 경험들에 대해서도 생생했던 것, 좋았던 것, 힘들었던 것, 도움 받았던 것 등등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잠재능력은 많은 이 학생들이 자신감이 없었는데, 미국에 와서 직접 땅을 밟아보고 지내다 보니까 굉장히 눈에 띄게 '할 수 있겠다' 이런 마음을 갖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 뿐만 아니라 시시때때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인권 문제라던지,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탈북고아입양법안 등 여러가지 이슈들에 대해서 토론을 굉장히 많이 하게 되니 탈북학생들이 느끼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 정리가 많이 된 것 같다. 자기들 시각으로만이 아니라 외부인의 시각, 다른 나라의 시각 등 폭넓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서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한동대 내에서 '통일'에 대해 준비하는 게 있다면?
이번 견학은 '교육역량강화사업'이라는 정부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지원이 없더라도 기금모금을 통해 2-3년에 한 번은 하려고 한다.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 될 수도 있다. 이 학생들이 지금 한동대에서는 첫 열매들이다. 한두명 졸업했고, 이제 졸업생들이 막 나오는 시기라, 이 학생들이 잘 하는 것에 따라서 상당히 많은 변화들이 있을거라 생각한다.
지난해 한동대에 '통일과 평화 연구소'가 처음 개소됐다. 북생모(한동대 내 북한을 살리는 교수 모임) 교수님들과 통일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많아지다보니까 그런 염원을 담아서 공식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든 것이다. 그 안에서 다양한 연구도 하고, 그 연구를 통해 학생들도 참여해 기여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될 것 같다.
현재 북한 장애인 실태에 관한 국제연구를 기획하고 있고, 법학부 교수님들 중심으로 북한인권에 관련된 컨퍼런스나 세미나를 계속 할 것 같다. 저 개인적으로는 새터민들이 적응하고 이후에 가족들 관계, 심리 정서적인 문제에 관한 연구들을 계속해서 한 10년 정도 후에 통일 문이 열릴 때는 상당히 큰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한동대가 그런 면에서 쓰임을 받을 수 있고, 청년들이 그런 준비를 하며 학교에 다니길 바란다.
또한, '민족화해와 기독교'라는 교양 특론(통일학 개론)을 만들어서, 2년전부터 교수님들이 돌아가면서 수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견학온 학생들도 대부분 그 수업을 들었다. 지금은 먼저 온 학생들과 통일에 대해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같이 그룹이 되서 준비하고 있다. 우리끼리는 '브리지 빌더'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야 나머지 관심없는 사람들도 나중에 함께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 미션을 한동대에 주시지 않았나 생각된다.
통일에 대한 기본적인 방향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나?
통일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것은 교수님들이나 학생들이나 다 다르지만 통일이 임박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들 공감하고 있다. 왜냐면 경제적인 개방이 되고 있고, 5년 10년 안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왕래가 가능할 거라고 예상한다.
한동대 특징은 '배워서 남주자'도 있고, 실무형 인재를 강조하기 때문에 통일시대를 살아갈 '휴먼서비스'를 강조한다. 그 안에 법도 들어가고, 복지도 들어가고 상담도 들어간다. 더 넓게 보면 비지니스도 들어가기 때문에 경영이나 이런쪽 하시는 분도 많다. 그런 면에서 통일시대에 실제적으로 발로 뛸 수 있는 분야에 관심이 더 많다. '통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연구하기 보다는, 연구도 하고 준비도 하다가 실제로 현장에서 통일시대에 살아갈 수 있는 전문가들을 키우는 것, 그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좀더 실용적으로 인재를 키우면 좋겠다.
그런 인재를 키우는데 있어서 기독교적 가치관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
먼저는 '통일과 평화 연구소'라고 이름을 지은 것처럼 영어로는 'Peace and Reconciliation'이다. 하나님 안에서 화합되고 하나되는 것, 그 부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신학적으로도 정립해 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신학교수님들도 계시고, 목사님도 계시니 말이다.
두번째는 당연히 인간의 기본 권리 입장에서 어떻게 해도 북한은 최악의 인권 국가이고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이고 복음이 가장 안 전해진 곳이고 땅 끝의 의미가 있으니까, (한국인은 물론 미국인 교수들도 많이 조인해 있지만) 피해갈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대에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깊어지면 통일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게 저희에게는 시대적인 사명이 아닌가? 그런 입장에서 기도하고 있다. 독일 통일의 예처럼 기도하던 사람들을 통해서 (통일이) 정말 갑작스럽게 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에 준비한 사람들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하나님이 언제 여실지 모르고 철저하게 주권은 하나님한테 계신데 저희가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많은 청년들이 크리스천이 아닌 이상 통일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실제로 부담스러워한다. 그래서 정말 통일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크리스천으로서 하나님의 마음을 아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통일이 이뤄지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한다.
동포사회에 한마디
이런 기회가 주어져서 감사하고, 워싱턴에 와서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 학생들도 인생에 멘토가 될 수 있는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서 정말 감사하다. 동포사회의 역할이라는 것이 정말 크다. 지금은 미국이나 캐나다에 젊은 분들 포함해서 동포들을 통해 많은 커넥션이 생기고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사실 한국이 준비가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한국에서 준비가 잘 되면 가속화될 것 같다. 통일은 한국만의 문제를 넘어서 국제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하나님께서 여기 계신 분들이나 한국에 계신 분들이나 다 같이 협력해서 사역하길, 만들어가길 원하시기 때문에 '저희가 이렇게 연결을 하러 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그런면에서 동포사회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견학을 마친 소감은?>
경영경제학부 4학년 김현희:
가장 크게 느낀 것이 '지혜'와 '섬김'이었다. 아무리 풍요롭고 모든 것이 발전된 미국이라 할지라도 거리에 있는 수많은 외로운 사람들을 보면서 배워야 할 것만 분별력있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인권위원회에서 일하는 사람들, 수잔 숄티 대표 등을 만나면서는 '섬김'을 배웠다. 본인들과는 정말 상관없는 북한을 위해서, 탈북민들을 위해서 마음속깊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분들처럼 정말 섬김의 자세로,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됐다.
법학부 4학년 김명준:
희생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보면 재정이 다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금을 구하러 다닌다. 그 희생이 없이는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그 사람들은 자기가 관심을 안 가져도 되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자기 자신을 버려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런 분들이 다 인 것 같다. 희생이라는 게, 헌신과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한 것 같다. 헌신과 사랑을 기반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나아가 세상의 평화에 관심을 가지는 부분에 대해서 좀더 나 자신을 버릴 수 있는 마음,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해야겠다. 지금 당장의 목표는 탈북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뭔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이지만, 나아가서는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아프리카 등을 위해서도 희생하고 헌신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됐다.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한 사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과정을 거쳐왔지만 좀더 각성하고 희생하고 헌신하는 자세로 임하고 이웃을 좀 더 챙길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국제지역 4학년 김성철:
웨스트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 8개월 동안 DC에서 어학연수 및 인턴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알게된 변호사님과 함께 북한의 실상을 알릴 수 있는 책을 영문으로 펴내기로 했다. 내 자신의 이야기를 기본으로 하고, 연구자료와 시를 더할 계획이다. 미국에 와보니까 북한에 대해 모르는 분이 너무 많아서 내가 직접 체험한 북한에 대한 이야기와 중국내 인신매매 과정 등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월 말까지 마무리 작업을 하고 돌아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