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샌디애고 솔데드 산 위에는 십자가 모양의 한국전 기념비가 있다. (위 사진)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세워진 이 기념비는 25년 전부터 철거 여부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여와 전국적인 관심의 대상이었다.

연방법원은 결국 지난 12일 기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가 연방정부 소유의 공공지인 이 산 위에 세워지는 것은 정교 분리라는 헌법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철거를 판결했다. 향후 90일 내 항소가 없으면 60년동안 솔데드 산 위에 자리하고 있던 십자가는 사라지게 된다.

1989년 무신론자이자 베트남 참전용사인 폴슨은 십자가 모양의 이 참전기념비는 기독교인인 아닌 참전용사들에게는 맞지 않는다며 철거를 주장했다. 그는 솔데드 산은 샌디에고 시 소유의 공공지이기 때문에 특정종교를 상징하는 모형을 두는 것은 정교 분리 원칙에 위배, 철거해야 한다며 캘리포니아주 법원에 제소했다.

법원은 그의 주장을 수용, 특정종교 상징물을 공공지에 두는 것은 캘리포니아 헌법에 위배된다며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참전기념비를 지키려는 사람들은 이는 십자가 형태일 뿐 참전기념비라며 철거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샌디에고 시는 참전기념비와 그 지부를 솔데드산기념사업회라는 비영리단체에 팔았다. 그 지역을 시 소유의 공공지가 아닌 민간 소유로 만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법원은 십자가와 그 밑의 땅만 파는 것은 시 정부가 특정 종교를 우대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2005년 샌디에고 주민들은 십자가 모양 한국전 참전기념비는 기독교를 상징하기보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리는 조형물이라는 내용의 주민투표를 실시해 채택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렇지 않다며 기독교를 명백히 상징하는 십자가가 시 공유지에 세워지는 것은 헌법에 위반이고 주민투표 의견 역시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그리고 샌디에고 시에 그해 8월까지 십자가 모양의 참전기념비를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내 교회 및 기독교 단체들은 십자가 모양의 참전기념비를 지켜야 한다며 항소했고 참전기념비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철거를 반대하는 던칸 헌터 등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원들은 샌디에고 시 소속의 이 산을 연방정부가 수용∙관할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했다. 연방정부가 이 산을 소유하게 되면 주법이 아닌 연방법에 따라 참전기념비가 관할되는데 연방법은 캘리포니아 주법보다 공공지에 특정종교 상징물을 전시하는데 유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법안은 연방 하원과 상원을 통과했고 2006년 8월 14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법이 되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의 법안 서명을 두고 그가 십자가를 지키겠다는 사람들 편에 확고히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대통령이 정교분리를 문제삼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건에 개입하는 것은 보기드문 일이라고 평가되었다.

하지만 무신론자 참전용사 등은 다시 소송을 제기, 연방정부가 소유한 공공지에도 기독교를 상징하는 십자가를 세우는 것은 정교 분리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2011년 연방 제9순회법원은 연방정부 소유의 공공지에 십자가가 있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철거를 반대하는 측은 연방대법원에 항소했지만 연방대법원은 심의를 거부하고 법원으로 돌려보냈고 연방법원은 지난 12일 철거를 명령했다. 이 판결에 대한 항소여부는 연방 법무부가 결정하게 된다.

이 사건은 미국사회에서 종교 분리 원칙에 따라 기독교 상징들이 공공장소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단면을 보여준다.

미국 무신론자들은 충성서약에 있는 ‘신 아래서(Under God)’와 화폐에 쓰인 ‘우리는 신을 믿습니다(In God We Trust)’라는 표현의 ‘God’이라는 단어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청 등 공공 장소에서 십계명을 새긴 조형물과 아기 예수 탄생을 보여주는 조형물들에 대한 철거는 계속되고 있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