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진보 진영 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그를 내년 대선 후보로 재추대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현직 초선 대통령이 자당 후보가 되지 못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원들의 실망감은 부채 상한 협상 과정에서 사실상 모든 것을 공화당에 양보한 이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미 의회는 디폴트 시한을 불과 몇시간 남겨 놓은 지난 2일 미 연방정부 부채상한을 최소 2조1천억달러 증액하는 대신 향후 10년간 2단계에 걸쳐 2조4천억달러의 지출을 삭감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세수 확보를 위한 대안이 전혀 제시돼 있지 않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해 왔다.


특히 애모리대 정치심리학과 교수인 드루 웨스턴이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게재한 글을 기고한 뒤 이 글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의 차기 대선 회의론은 증폭되고 있다. 웨스턴 교수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의 웅변에 홀렸던 사람들은 그가 대선 출마 전에 한 일이 거의 없다는 불안한 측면을 무시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직접적으로 오바마의 국정경험 부족을 질타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1일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내에서 차기 재선과 관련한 의구심에 직면해 있다"며 "심지어 일부 민주당원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더 좋은 대통령이 됐을 수도 있다는 얘기를 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차 대전 후 미국 정치사에서 실패한 대통령의 표본으로 거론되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오바마를 비유하는 민주당측 인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정치컨설턴트인 모리스 레이드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힐러리가 훨씬 전투적 인물"이라며 "빌 클린턴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는 항상 데프콘1 상황에 대한 즉응체제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민주당원들은 '구매자 후회'(물건을 사고 난 뒤 잘못 산 것 같다는 후회)를 하고 있다면서 "많은 사람은 오바마가 지미 카터처럼 공화당 후보에 패배하거나 단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스트래티지스트인 게리 피어스도 "민주당원들은 오바마의 유약함을 걱정하고 있다"면서 "사람들은 어떤 기적 같은 것을 바라고 있지만 그는 어떤 장악력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티파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빌 클린턴 같은 강경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힐러리는 이에 부합했을 인물"이라며 "그러나 오바마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 동물이며 지나친 저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오바마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 5월초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급격한 하향곡선을 타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많은 사람은 힐러리 국무장관이 마음을 바꿔 차기 대선에 나서 줄 것을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