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한인교회의 임직식에는 ‘보통 있는 일’이 없는 대신, ‘보통 없는 일’이 그 자리를 채웠다. 시카고한인교회는 11월 29일 오후 4시 장로, 권사 및 안수집사 임직예배를 드리며 외부로부터 일체의 화환이나 꽃다발을 정중히 거절하며 불필요한 거품을 뺐다. 이제 직분을 받고 새롭게 하나님의 일을 하려는 임직자들이 눈에 보이는 겉치레에 연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론, 얼마나 화환이 들어 왔는지로 임직자들이 평가되는 일을 근절하기 위해서였다. 불경기에 성도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 주려는 의도도 있었다.

보통 임직자들에게 교회가 필요로 하는 물질적인 보답을 은근히 요청하는 일도 없었다. 시카고한인교회 임직자들은 이번에 임직을 하면서 교회로부터 어떤 헌금이나 헌물을 요청받지도 않았고 성도들에게 작은 선물조차 돌리지 않았다. 오히려 임직식을 교회 전체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임직자들이 아닌 교회가 성도들에게 수건을 선물했다. 김윤식 장로는 “임직이 하나님 앞에 기쁨이 되고 당사자들에게 축복이 되는 순수한 축제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임직자들은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저녁만찬만 준비했다고 한다.

▲임직식 기념촬영. 사진 앞줄은 서창권 담임목사와 장로들. 뒷줄은 이번에 임직한 이들과 배우자들.
흔히 볼 수 있는 꽃조차 없었던 임직식에는 대신 파란 표지의 책자가 배부됐다. 이 책자 안에는 임직자 한명 한명이 임직하며 느끼는 진솔한 간증과 앞으로 직분자로서 어떻게 사역하고 섬기겠다는 각오가 들어 있었고 서두에는 서창권 목사의 격려사도 들어 있었다. 임직식에 참석한 한 성도는 “임직자들의 글을 읽으며 앞으로 교회의 미래에 대해 큰 희망을 갖게 됐고 이 글이 교회에서 보관되며 교회의 중요한 역사로 남겨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통 임직식에서 보기 힘든 이 파란 책자 외에 교회 로비에는 임직자들이 수개월간 필사해 온 성경이 전시돼 있었다. 어떤 이는 구약을, 어떤 이는 신약을 필사하며 임직을 신앙적으로 준비하고 기도해 왔다는 표현이었다. 이 필사성경은 앞으로 임직하게 될 수많은 예비 임직자들에게 신앙적 도전을 주고 임직의 자세에 관해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좋은 계기가 됐다.

▲임직자들이 필사한 성경이 교회 본당 로비에 전시돼 있다.
또 하나는 보통 임직식이 개교회의 행사이며 같은 노회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것이 보통인데 시카고한인교회에서는 타 교단 인사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이날은 시카고한인교회가 속한 미국장로회(PCA) 한인중부노회로부터 김광태 목사(시카고글로리아선교교회), 박선식 목사(한인중부노회 서기), 조영익 목사(하이랜드장로교회 원로)가 식순을 맡은 것 외에 가장 중요한 순서 중 하나인 설교를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에 속한 그레이스교회의 원종훈 목사가 맡았다. 서 목사는 “그레이스교회는 시카고 지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교회 중 하나이며 원 목사님은 저의 목회에 있어서 든든한 동역자다. 그동안 교단이 달라 설교를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모시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원 목사의 설교에 이어서는 역시 타교단 목회자인 장호윤 사관도 축사했다.

이날 임직식 내내 교회 본당 왼쪽에는 파란 가운을 입은 시카고한인교회 성가대가 있었지만 오른쪽에는 빨간 티셔츠를 입은 구세군 메이페어커뮤니티교회 브라스밴드가 있었다. 브라스밴드는 이번 임직식을 위해 특별히 초청됐으며 임직식 음악 반주를 맡는 것과 함께 30분간 특별 음악회까지 선사했다. 브라스밴드의 수준높은 웅장한 연주에 시카고한인교회 성도들은 ‘아멘’과 박수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음악적 자부심이라면 KCC뮤직컨서버토리를 운영하는 시카고한인교회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지만 임직자들을 격려하고 성도들에게 새로움을 더해 주고자 브라스밴드를 초청했다. 브라스밴드는 임직식 후 교회 로비에 구세군 자선냄비를 설치해 자선냄비 기금을 모금하는 것으로 사례금을 대신했다. 이 덕에 메이페어교회는 자비량으로 시카고한인교회 임직식을 섬겼고 시카고한인교회는 이웃을 돕는 자선냄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시카고한인교회와 메이페어교회의 인연은 좀더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5월달 장호윤 사관이 서창권 목사를 메이페어교회 가족수양회 강사로 초청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민교회는 교회 간 경쟁심 때문에 같은 지역 목회자를 자기 교회 행사의 강사로 초청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장 사관은 “시카고에 훌륭한 설교자가 많은데 왜 강사로 모실 수 없는가”라며 서 목사를 초청했고 은혜 가운데 수양회를 마쳤다. 이 행사에서 브라스밴드의 연주를 듣고 감동한 서 목사는 이번 임직식에 브라스밴드를 초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