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신년을 맞이해 세대교체, 교회연합, 2세 사역, 부흥 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들고 시카고 지역 목회자 40인을 만난다. 이 인터뷰를 통해 시카고 한인교회의 여론을 수렴하고 한인교회의 미래와 나아갈 바를 조명하고자 함이다. 40인 인터뷰는 시카고 교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한 모든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목회자들이 시무하는 교회의 교세, 목회자의 교단적 배경, 목회 연수 등에 관계없는 순으로 게재된다.

열여덟번째 인터뷰는 한사랑장로교회 유원하 목사다. 유 목사는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도미해 소명을 받고 1998년 맥코믹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 후 2000년 한사랑장로교회를 개척해 현재까지 시무하고 있다.

-시카고 교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면서 젊은 목회자들이 교회에 정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세대교체는 이전에도 있어 왔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왜 최근 시카고 교계의 세대교체 과정 속에서 문제가 일어나는가? 저는 젊은 목회자들이 갖고 있는 목회에 대한 경험과 철학이 깊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목회는 무엇보다 오랜 경륜을 통해 얻어지는 끈기와 인내, 온유의 덕이 가장 필요한데 젊은 목회자들에게는 이러한 것들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시카고는 성도들의 마음밭이 상당히 거칠기 때문에 목회자가 목회를 더 잘해야 하는 곳으로 손꼽힙니다. 하지만 새로 부임하는 목회자들이 지역정서에 대해 깊이 고민한 뒤 목회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열정만 가지고 접근했다가 3~4년만에 바닥을 드러내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근본적으로는 목회자를 청빙할 때 교회가 보다 신중하게 목회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험을 통해 목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하지만 청빙돼 오는 목회자 대부분이 젊은 층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들이 목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할텐데요.

젊고 비전있는 목회자가 경험까지 갖추고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저는 목회자 청빙 연령대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각 교회별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목회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이 50대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봅니다. 50대 이상 목회자들을 청빙하지 않는 분위기가 한인교회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 들어와 있는데 성도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렇게 된다면, 보다 이상에 가까운 목회자 청빙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의 수준에 대한 심각한 욕구불만을 갖고 있는 이민자들은 교회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높습니다. 목회자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때 갈등이 심화되는 것입니다. 특히, 시카고라는 특수한 상황이 이러한 것들을 더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시카고로 부임하는 목회자는 다른 지역에서보다 목회를 더 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 본성과 지역정서에 대한 깊은 연구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시카고가 목회자가 꺼리는 지역이라는 소문도 들리는데 사실 어려운 곳에서 목회해야 목회할 맛이 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쉬운 지역에서 목회하신 것이 아닙니다. 쉬운 곳을 찾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목회자들이 더 많이 몰려야 하는 게 정상이라고 봅니다.

-2세 교회가 잘 성장해 나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2세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교회 안에 형성돼야 합니다. 2세들은 1세에 대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이같은 피해의식은 특히, 영어권을 담당하고 있는 1.5세, 2세 목회자들에게서 심하게 나타납니다. 이들은 1세들이 한어권 목회 성장을 위해 영어권 목회를 이용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권 목회가 자생적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독립적인 권한을 주기보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일일이 간섭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1세 목회자들은 한어권 목회방향에 맞춘 정책을 영어권이 일방적으로 따라줄 것을 기대합니다. 정책이라는 것이 영어권 정서는 조금도 반영하지 않은 순한국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세 사역이 잘 되길 기대한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해법은 교회들이 2세 사역에 과감히 투자는 하되 간섭은 일체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2세들에게 요구하기보다 그들의 요구에 맞춰주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저희 교회의 경우, 1세 성도 대부분은 “영어권도 교회의 일부분인만큼 정책에 따라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재정까지 포함해 2세가 독자적으로 사역해 나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어권과 영어권은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이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종속되거나 하는 관계는 아닌 것 같습니다. 2세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주일학교에 교사로 참여해 달라는 부탁 이외에는 영어권 사역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는 게 제 원칙입니다.

단적인 예로 목회를 하다 보면 1세 어른들이 “2세들이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불평을 합니다. 한국 정서에 가까운 1세들은 손아래 사람이 손위 사람에게 인사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지만 미국 정서에 가까운 2세들은 이것을 부자연스럽게 여깁니다. 1세가 “왜 인사하지 않느냐”고 꾸지람을 하면 2세들은 그 다음부터 마음을 닫아 버립니다. 2세를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조차 수반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2세 사역이 잘 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1세가 2세에게 먼저 찾아가 인사하는 아량과 이해심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2세 사역이 싹을 틔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세 교회가 어떠한 형태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나요?

2세 교회 비전 설정은 2세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그들에게 맡겨야 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한지붕 아래 두가족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권 교회가 완전히 독립해 새로운 교회로 성장해 간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현재 영어권 교회들이 개척을 할만큼의 충분한 영성을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러합니다.

물론 한인교회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만약 한인교회가 쇠퇴 일로에 접어든다면 2세 교회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해 질 것입니다. 2세가 중심이 된 다민족 교회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2세들이 스스로 결정해 나가도록 배려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시카고 교계 연합사업에 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어떤 사업이 필요할까요?

여태껏 해 왔던 구태의연한 사업보다 한가지를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업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교협이 이러한 일들을 해줬으면 합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 견해로는 교단을 중심으로 한 연합이 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봅니다. 일단, 교단협의체는 회원교회에 대한 직접적인 구속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참여율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교협에 비해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추진하기에 용이하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한 예로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동포 사회에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교단 차원에서 무료 한글학교를 개설해 사회에 봉사하거나 기독교 정서에 입각한 데이케어 시스템을 운영한다든지 해서 동포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밖에도 무료건강검진 등 개교회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같은 교단 교회들이 연합해 추진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인교회가 이민사회의 일원으로써 어떠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까요?

오늘날 교회들이 영혼구원에 대해서는 잘 강조한 반면 교회의 대사회적 역할에 대해서는 제대로 강조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오늘날 교회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 기능이 상당히 약화돼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특히, 시카고 지역은 다른 곳에 비해 더 심각한 수준입니다. 교세가 약하다 보니 교회 유지에만 급급한 것입니다. 교회의 사회적 기능이 부활하지 않는다면 교회 안에 희망은 없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욕을 먹고 교인이 감소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시카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의를 일으키면 일으켰지 좋은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교회들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양로원 방문, 장애우 돕기 등 아주 작은 봉사활동부터 시작해 한인사회 봉사기관 등과 연계해 한인사회 발전에 관심을 쏟고 실질적으로 공헌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시카고 동포사회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영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시카고 교회 부흥을 위한 전도방법을 제시해 주신다면요?

교회가 맡은 역할에 충실한다면 성장은 저절로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마다 성장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전략을 짜는 일에 분주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많은 교회들이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에 관심을 쏟기보다 교회 부흥이나 재정확대 등의 비본질적인 데에만 너무 몰두하고 있어 교회 부흥은 커녕 사회에 안좋은 영향만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성도들 안에 건전한 교회관이 없습니다. 교회가 말씀은 가르치고 삶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말씀만 잔뜩 들어 머리만 잔뜩 커진 성도들이 교회에 걸림돌 밖에 더 되겠습니까? 봉사와 헌신의 삶을 살게 함으로 겸손한 영적 지도자들을 만들어낼 때 그 교회는 건강하게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의 교회성장을 위한 프로그램들이 목회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볼 수는 없을텐데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교회들이 도움을 받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교회에서 성공했다고 우리 교회에도 효과가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자훈련, 가정교회, G-12 등이 어느 교회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가정교회로 전환한 교회 중에 많은 교회가 실패했습니다. 물론 연구와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생겼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정도의 열정과 준비를 가지고 하면 과거의 프로그램을 가지고도 교회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어떤 프로그램이 성공했다고 하면 유행처럼 번지는데 그것은 대단히 성급하고 천박한 현상입니다. 그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그 프로그램이 목회 현장과 목사 자신의 목회철학과 조화를 이루는가 신중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저는 일단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 방법은 이미 검증을 받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유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에는 가급적이면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는 주로 성경을 가지고 성경을 직접 공부하고 부교재 선택도 굉장히 신중하게 결정합니다. 제가 보기에 가장 좋은 것은 목회자 자신의 목회철학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 위에서 언급하신 건전한 교회관이란 어떤 것을 의미하나요?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합니다. 성도들이 몸의 각 지체가 되어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는 것이 바로 건전한 교회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해 성도들 개개인이 교회를 가정과 같이 섬기고 헌신하는 것을 뜻합니다.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이러한 건전한 교회관을 잘 심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될 때 비로소 교회부흥이 일어나게 된다고 확신합니다.

-이민교회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먼저는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한 목회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 이후에야 지역사회 봉사, 세계선교 등의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인교회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이민신학, 목회철학부터 정립돼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아직까지 한인교회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한인교회들이 주어진 사역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와 같은 일들이 잘 진행된 이후 한인교회에게 주어진 사명은 크게 두가지라 생각합니다. 하나는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한인교회가 동포사회에서 영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두말할 것 없이 선교입니다. 특히, 북한선교사역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굉장히 중요한 사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고 영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선교에 있어서 굉장한 이점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전세계 흩어져 있는 이민자들을 위로, 격려하는 사역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주사회에 이민자들이 잘 정착해 교회를 이루고 지역사회 좋은 영향을 끼치며 살아가는 모습은 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미주 한인교회가 좋은 이민교회의 모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역을 모두 다 잘 감당하기 위해서는 이민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려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민신학, 목회철학을 정립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