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악셀 하케 | 장윤경 역 | 쌤앤파커스 | 256쪽

복잡한 세상, 단순함을 꿈꾸는 사람들
이를 위해 선택한 '나 중심'의 가치관
인간관계 필요한 것? 무례 아닌 품위

삶은 단순하다. 모두 행복한 삶을 꿈꾼다. 행복해지기 위한 일념으로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위해 노력한다.

단순해지기를 원하는 우리의 바람과는 반대로,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손바닥보다 작은 스마트폰은 평생 읽어도 읽기 힘든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SNS는 관심 없는 사람들의 일상까지 보여준다. 우리는 지극히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인간은 단순해지기를 꿈꾼다. 그래서 이제 뭐든 '쉽게 쉽게' 다루고 넘어가려 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조차 쉽게 생각하려는 경향이 생겨나고 있다. 때론 단순한 생각이 지극히 무례해 보이기도 한다.

얼마 전 서울역에서 발생한 '묻지마 폭행'의 용의자는 폭행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냥"이라고 대답했다. 너무 단순했다.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바꾸기 위해 선택한 것이 '나 중심'의 가치관이다.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은 단순해진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사회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

자기 중심 가치관과 사회는 어울리지 않는다. 많은 직장인이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자신만 생각하는 상사를 '꼰대'라고 부르고, 자기 중심의 부하직원을 '개념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개인적인 행동 하나 하나가 인간관계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인간관계에 필요한 것은 무례함이 아니라 품위다.

품위?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는 것
보이기 위함? 함께 살아가는 방법
사회 제대로 기능하도록 도와주기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의 저자 악셀 하케는 품위를 서로 공감하고 협력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저자는 '품위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는 큰 칭찬이라고 말한다.

2003년 투르 드 프랑스(매년 7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사이클 대회)의 선두에는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이 달리고 있었다. 그 뒤로 독일의 얀 울리히와 바스크 출신 이반 마요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암스트롱은 오른쪽 커브를 돌던 중 길가에서 응원을 하던 어느 관중의 비닐봉투에 핸들이 휘감기면서 넘어지고 말았다. 뒤따라오던 마요 또한 암스트롱과 충돌하며 넘어졌다.

당시 울리히는 종합 성적 15초 차이로 암스트롱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 순간 계속해서 달렸더라면 울리히는 1위인 암스트롱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단번에 종합 선두에도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달리지 않고 멈췄다.

울리히는 두 명의 경쟁자가 다시 일어나 달릴 때까지 기다렸다. 암스트롱은 오히려 이 상황을 기회로 삼아 속도를 한껏 올렸다. 당황한 울리히는 암스트롱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결국 암스트롱은 그 구간에서 1위를 했고,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울리히는 자신의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의 희생자가 된 셈이다.

당대 최고의 사이클 선수였던 두 사람은 훗날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로 인해 암스트롱은 투르 드 프랑스에서의 우승 기록을 모두 박탈당했다.

그럼에도 울리히가 보여준 '품위' 있는 모습은 우리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그의 행동은 우승이나 성공보다 더욱 소중한 가치를 보여주었다.

품위는 법도 아니며 도덕도 아니다. 저자는 품위를 "일종의 사회적 윤활제" 역할이라고 말한다. 각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품위는 보이기 위한 모습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이다.

무례한 행동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 집중되어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른 글에 달린 댓글은 악플로 가득하다. 저자는 이런 현상은 댓글뿐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터넷 게시판의 글이나 기사를 보면 독선적이고 가르치려 드는 어조가 깔려 있다. 자신의 의견이 확실히 옳다고 여기며 다른 견해는 들으려 하지도 않는 것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Ken Wilcox
다름은 틀림이 아니다. ⓒKen Wilcox

극단적으로 변하는 현상의 원인은 두려움이다.

"이들은 본인이 철석같이 믿는 진실을 뒤흔드는 모든 것을 위협으로 느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온 세계관이 흔들림으로써 스스로의 안전이 통째로 위협받는다고 여긴다."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사람은 누구나 안정적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공동체에 소속되기를 원한다. 이때 같은 공동체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배척 및 투쟁의 대상이 된다. 나와 다름은 두려움이다.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방법, 대화
바꾸기 위한 대화? 이해하기 위해
상대방은 적? 나와 목표가 다를 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화가 있다. 저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인용해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서 그는 "인간 사이의 교류와 소통에 호의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무엇보다 그는 타인을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수양을 위해, 즉 스스로를 훈계할 목적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대화는 상대방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해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부부상담 센터 전문가는 상담이 성공하는 경우와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를 대화에서 찾는다.

"심리 치료를 위해 수많은 부부들을 앉혀놓고 상담을 하다 보면 늘 서로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기 일쑤래. 그런데 항상 모든 문장이 '너', '당신'으로 시작한다는 거야. '당신이 또 그랬잖아', '당신이 그랬어야지', '너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야', '너는 항상 그런 식으로 말하더라' 등. 이렇게 일관하는 경우 치유가 쉽지 않다고 해.

반면 상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부부들은 하나같이 공통점이 있다고 하더군. 즉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비난이나 질책을 퍼붓지 않고,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했다는 거야."

올바른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방을 적이라고 인식해서는 안 된다. 상대방도 나처럼 나름의 목표를 가진 사람이며 그 목표가 나와는 조금 다를지라도 그리 나쁜 목표는 아니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인간은 서로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사회 안에 각각 다른 관점과 자신만의 생활 방식을 가지고 살아간다. 때로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무례한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다름 때문에 마찰을 겪을 때도 있다.

극한 분노와 투쟁 막을 방법, 품위
복잡한 세상, 이해관계 뛰어넘을 힘
'하나님의 사랑' 갖고 단순한 삶을

극한의 분노와 투쟁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품위가 필요하다. 저자는 '품위'야말로 '공존의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라고 말한다.

무례한 행동을 좋게 보는 사람은 없다. 모두 서로를 배려하며 살고 싶어한다. 세상은 복잡하다. 인생도 복잡하다. 이런 복잡한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힘이 필요하다.

간음하다 잡힌 여인은 돌에 맞아 죽을 운명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여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셨다. 문제는 복잡하다. 상황도 복잡하다. 그러나 해결책은 단순했다. 사랑이었다. 기독교인이 가져야 할 '품위'는 '하나님의 사랑'이다.

단순함이 무례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 안에서 단순함은 가장 '품위'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사는 법이 있다면, 하나님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하나님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삶이 되길 바란다. 기독교인이 가장 품위 있는 인생이 되길 소망한다.

김현수 목사
행복한나무교회 담임, 저서 <메마른 가지에 꽃이 피듯>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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