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성길 교수(연세의대 명예교수)
민성길 교수(연세의대 명예교수)

사람들 중에 인간의 정신은 고귀하지만, 육체(몸)는 조만간 죽어 썩어질 것으로 하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인간의 몸을 정신만큼 중요시한다. 이제 일반인들도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 몸은 나의 것일까? 동양에서는 전통 유교의 영향을 받아 근대까지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여 신체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이기에 신체(건강)를 잘 보존해야 올바른 삶을 사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한편 기독교는 더 나아가 인간의 몸을 거룩하다고 가르친다. 일제 강점기 한국에 와서 세브란스에 정신과를 창설한 호주의 의료선교사 찰스 맥라렌은 인간의 몸(육체)도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로서 원래 신성하며, 몸도 정신과 영과 같이 등등하게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의료선교사로서 당연히 질병으로부터의 치유는 영혼 구원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이해했다. 그에게는 사람의 건강을 회복시켜주는 것은 바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구원의 사역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독교의 교훈은 내 몸은 내가 권리를 갖는 자산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남들도 나의 몸을 함부로 침범하면 안 되지만, 나 자신도 나의 몸을 함부로 하면 안 된다. 이는 단순히 몸이 병들게 하거나 다치게 하는 위험을 피하고, 술, 담배 마약으로 몸을 더럽히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수준을 넘어, 몸을 존중하고 거룩하고 깨끗이 유지하라는 의미이다.

보통 사람들은 육체의 욕망을 하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맥라렌의 교훈에 적용하면 건강한 식욕과 성욕에 의한 기쁨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거룩한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올바른 행동에 대한 보상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는 생명의 보존과 창조(생식)이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께서는 식욕과 성욕의 추구에 대해, 에덴동산의 생명의 과일에 대한 것처럼 일정한 금단을 명하시었다.

옛 부터 사람들이 잘 절제하지 못하는 육체적 욕망이 있는데, 그것은 식욕과 성욕이다. 사회가 풍요해지면서 사람들은 더욱 더 탐식이나 성문란에 빠져들고 있다. 그 이유는 현대인은 자신의 몸을 자신의 "자산" 그리고 식욕이나 성욕을 자신의 권리로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인들은 몸과 성욕과 관련하여 프리섹스, 자기결정권, 낙태할 권리, 장기 매매, 죽을 권리 같은 몸에 대한 개인적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이제 대놓고 몸을 쾌락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식욕과 성욕을 "해방"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 결과 현대인은 타인이 자신의 몸을 함부로 다루는 것에 대해 과민반응으로 하면서도, 자신은 자신의 몸을 함부로 다룬다.

그 결과는 생명의 훼손이다. 탐식은 비만으로 이끌고 프리섹스는 성적 문란으로 이어지고 각종 성병에 잘 걸리게 한다. 성-매개 전염병들은, 활발한 성교육과 강력한 항생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성욕의 자유화는 동성간 섹스의 증가를 가져왔고, 그 결과 에이즈, 간염, 이질 등의 전파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인간의 지식과 의지가 빈약하여, 성욕의 통제에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 모두는 생명을 손상시키고 수명을 짧게 만든다. 생명의 훼손은 생명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권능을 거역하는 것이다.

일찍이 맥라렌은 근대 의학이 성취한 많은 질병의 치료, 특히 전염병의 정복은 오랫동안 기독인들이 "찾으라 그러면 얻을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수행한 결과이며, "기도의 직접적 응답"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또다시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닌가 두렵다. 첨단 의학도 발달하지만, 결핵 같은 옛 질병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증가하고 있고, 새로운 무서운 질병(독감, 에이즈, 사스, 원인 불명의 폐렴 등)도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하나님의 창조물로서 거룩하게 여기고 깨끗이 보존하여야 한다. 특히 쉽게 유혹에 빠지게 하는 성욕에 관해서는 우리는 성경에서 명령한 대로 대응하여야 한다. "성"이 우리를 더럽힐 기능성은 항상 있다. 욕망은 죄를, 죄는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성경의 교훈은 마땅히 후세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민성길 교수(연세의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