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석수동 대한신학대학원대학교의 평강제일교회 매각설이 제기된 가운데, 학교법인 대한신학대학원(이사장 황다니엘 박사)에서 "매각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신학대학원 법인이사회는 지난 8월 24일 법인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일부 학생과 교수들이 주장하고 있는 매각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이사회에서 이를 논의한 바도 전혀 없다"고 했다.
황원찬 명예총장, 차입금 등 설명 후 사과
이사장 "매각 논의도, 거론된 적도 없다"
문제 이사 2인 사임, 2인 사임서 제출해
이사회 후 참석한 한 관계자는 "황원찬 명예총장이 이사회에 참석, 2015년 당시 사학연금 등의 이유로 모 교수로부터 차입한 배경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사과했다"며 "이에 이사장과 이사들이 강하게 질타했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황다니엘 이사장도 "학교 매각에 관해서는 이사회에서 단 한 번도 논의된 바 없고, 거론되고 있는 교회로부터 돈을 차입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사장의 확인서도 공개됐다. 여기에는 "8월 24일 이사회까지 본인과 이사진들은 평강제일교회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최근 상황에 대해 명예총장으로부터 처음 보고를 받은 것"이라며 "본 법인은 평강제일교회와 전혀 관련이 없다. 매각과 관련해 진행한 사실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어떤 제3자에게 학교를 양도할 의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매각설의 근거가 된 문제의 이사 4인에 대해서는 "현재 문제의 4인 중 2인이 사임서를 제출해 처리했다"며 "나머지 2인도 사임 의사를 밝혀와 빠른 시일 안에 처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매수자로 지목된 평강제일교회 측도 "교회 공식 회의에서 대한신대 관련 매수 논의를 한 적이 없고, 이런 문제가 거론조차 된 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날 이사회에서는 매각설 유포 등과 관련해 부교수 1인과 조교수 2인을 직위해제하고, 겸임교수 2인에 대해서는 해촉 및 보직해임을 명했다.
총학생회, 공청회 등 열어 매각설 주장해
이사 4인 명단 녹취록과 확약서 등 공개
"학생으로서 학교 넘어가는 것 막으려 해"
이에 앞서 총학생회 측은 지난 8월 12일 동문과 재학생들을 상대로 한 공청회에 이어,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 매각 협상이 2015년부터 추진됐으며, 자신들은 매각 저지를 위해 노력해 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자회견에서 총학생회 측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황원찬 명예총장과 작성한 소위 '확약서', 평강제일교회 목회자와의 대화 녹취록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녹취록에는 학교법인 대한신학대학원 이사회에 이사로 들어갔던 4인의 명단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확약서에 대해 "황원찬 명예총장과 평강제일교회 목사 사이에 학교를 넘기고자 하는 계약이 있다는 것은 확인된 사실"이라며 "학생으로서 학교가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총학생회 해산과 학생회장 퇴학 조치에 대해서는 "규정에 없는 징계위원회를 만들어 3일 만에 퇴학 조치하고, 일방적으로 학생회를 강제 해산하며 탄압했다"고 반발했다.
황원찬 명예총장, 또 다른 '확약서' 공개
"매각 아니지만, 관선이사 막으려 서명"
일부 교수들 정년 보장과 보직 요구 담겨
이후 8월 26일 대한신대에서는 교수회를 중심으로 이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기서는 총학생회 측의 실제 요구가 담긴 확약서가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황 명예총장이 서명해 줬다는 또 다른 '확약서'에는 일부 교수들의 정년 보장과 보직 요구, 일부 교수에 대한 파면 요구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해당 확약서는 위 내용 등이 담긴 11개 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 5월 20일 황원찬 명예총장과 당시 학생회장 등이 날인해 공증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 '확약서'에 대해 총학생회 측은 지난 12일 공청회에서 "싸움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기에, 교수들의 신분 보장을 위해 정년 보장을 요청했고, 자신에 대한 교수 임용은 황 명예총장의 제안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한 황원찬 명예총장은 "애초에 이들이 모든 확약서를 작성해 들고 나왔고, 서명만 요구했다"며 "학생회장의 교수직 요구 역시 애초 이들이 작성해 온 확약서 안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대자보와 현수막을 들고 나타나, 들어주지 않으면 다음 날 학교에 모두 붙일 것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황 명예총장은 "당시 이사진들의 임기가 만료되는 민감한 시기여서, 잡음이 생기면 관선이사 체제에 놓이게 될까 우려됐다"며 "과거에도 이사회 부재로 학교가 큰 피해를 입은 트라우마가 있기에, 매각설은 사실이 아니지만 최악의 상황을 피하는 일이 우선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차피 저는 명예총장이라 들어줄 위치도 권한도 없었기에, 일단 약속을 해준 것"이라며 "이사회가 완전히 교체된 후에는 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필요가 없었던 것"이라고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한승돈 신학과장은 "개학이 얼마 안 남은 상황에서 일부 세력들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학교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 모두가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이사회가 매각 의사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고, 의혹이 제기된 교회에서도 인수 의향이 없다고 밝힌 만큼, 더 이상 학교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