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당하는 기독교인 5~7만 명 추정"

"수용소 폐쇄하고 기독교 탄압 멈춰야"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가로 지목돼 온 북한이 올해도 어김없이 기독교 박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북한은 국제오픈도어가 박해 순위를 본격적으로 발표한 2002년부터 18년째 부동의 1위에 오르는 불명예 기록을 썼다.

한국오픈도어는 16일 사랑의교회 국제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인 북한은 어떤 다른 신념과 종교도 최고 영도자에 대한 정치적 범죄로 취급한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한국오픈도어는 "작년 6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 개최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북한의 20~40만 명가량의 기독교인의 생활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고 본다"며 "이들은 대를 이어 믿음을 지켜 온 지하의 그루터기 신자들, 중국에서 복음을 듣고 북한에 돌아와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신자들을 포함한 수"라고 밝혔다. 오픈도어는 현재 북한 내에서 수용소 감금, 탄광, 오지 추방 등 이미 공개적으로 박해당하는 기독교인을 5~7만 명으로 추정한다.

이종만 한국오픈도어 사무총장이 2019 세계 기독교 박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이종만 한국오픈도어 사무총장이 2019 세계 기독교 박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이지희 기자

올해 북한(박해점수 94점)은 전체 박해 순위 2위를 차지한 아프가니스탄(박해점수 94점)과 함께 개인 및 가족, 공동체, 국가, 교회 등 총 5개 영역에서 최고점수(박해 최고점수 83.3점 중 83.3점)를 받았다. 그러나 교회와 그리스도인에 대한 미움을 나타내는 '폭력 지수'에서 북한이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오픈도어 이종만 사무총장은 "아프가니스탄은 핍박을 피해 타 지역이나 국경을 넘어 도망칠 수 있는 이동의 자유가 있으나, 북한은 그마저 굉장히 어렵고 통제가 심하다"며 북한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요청했다. 큰 전환의 계기가 없다면 북한은 계속 기독교 최대 박해 국가로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 관련 브리핑을 맡은 이다니엘 간사는 "2018년 북한이 종전과 다르게 비핵화를 표방하며 대화 테이블에 나서면서 변화에 큰 기대감이 있었으나, 인간 존엄에 대한 인식과 인권 존중 분야에서는 아쉽게도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비사회주의 그루빠를 통한 단속이 강화되어 자본주의풍을 통제한다는 명목 아래 복장, 두발까지 단속하는 것은 물론 개인이나 기업소 물품들도 세세히 검열하며 엄격하게 단속하고 있다"며 "단속 대상에 종교 물품이나 행위가 중요하게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김정은 정권의 기독교에 대한 반감은 명백하며, 기독교는 북한 정권에서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간사는 "미국 국적 억류자들은 대부분 석방되었지만 북중 국경에서 활동하다 억류된 한인 선교사들,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는 종신형에 가까운 형을 선고받고 수감되어 있다"며 "여전히 성경이나 예수 영화 등 종교 물품을 소지하거나 미디어를 유포하면 사형시킬 만큼 큰 죄로 여겨지며, 당국에 체포되어 소식이 묘연한 신자에 대한 정보도 입수됐다"고 알렸다.

북한정치범수용소
▲북한 정치범 수용소 현황 ⓒ

남북 정상 간의 화해 모드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북한 선교환경은 경직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는 중국의 종교 통제 강화도 한몫하고 있다. 그는 "시진핑은 집권 이후 중국 내 가정교회 통제, 조선족 교회에 대한 외부 기독교 그룹과의 협력 및 선교사역, 특히 북한 대상 사역을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기조에 더해 동북아 외교지형의 변화로 김정은이 수차례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나누어 북중관계가 밀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내 탈북자들에 대한 대우가 악화되고 관련 사역에 참여하는 선교사, 조선족 교회에 대해 강한 통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신앙 때문에 희생된 기독교인 수, 파괴된 교회와 기독교 건물, 재판 없이 체포 또는 구금, 수감된 기독교인 수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 데 대해서는 "추정된 수치를 제외하고 파악된 수치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너무 박해가 심하면 교회를 공개적으로 지을 수 없으니 교회 건물 파괴 등 사건이 발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도어 2019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
▲한국오픈도어는 16일 사랑의교회에서 2019 세계 기독교 박해 지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지희 기자

한국오픈도어는 북한을 위한 기도제목으로 먼저 "북한의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위해서 기도해야 한다"며 "북한이 협상에 나선 이유가 정말 국제 사회에서 보통국가로 인정받고 경제적 번영을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면, 국제 규범으로서 인권도 존중해야 함을 깨닫고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되길 바란다"며 "현재도 12만 명 이상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정치범 수용소를 폐쇄하고 특히 기독교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과 박해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한반도 평화가 북한 주민의 삶을 물질적, 정신적으로 더 나아지게 할 뿐 아니라, 특별히 기독교 박해 중단과 자유로운 예배 및 복음전파를 가능하게 하며, 복음적 평화 통일을 위한 토대를 닦는 일이 되길 기도하자"고 말했다. 한국오픈도어는 북한선교와 통일 준비를 위해 오는 4월 1일부터 7월 22일까지 총 15주 과정으로 매주 월요일 저녁 7~9시 생명나래교회(하광민 목사) 본당에서 제7차 오픈도어 북한선교학교를 진행한다.

한편, 2019년 세계 기독교 박해 순위에서 10위권에 든 국가는 북한(1위), 아프가니스탄(2위), 소말리아(3위), 리비아(4위), 파키스탄(5위), 수단(6위), 에리트레아(7위), 예멘 아랍 공화국(8위), 이란(9위), 인도(10위)로 나타났다. 기독교 폭력 순위 10위권(북한 제외) 국가는 파키스탄(1위), 인도(2위), 시리아(3위), 나이지리아(4위), 이집트(5위), 중앙아프리카공화국(6위), 말리(7위), 에티오피아(8위), 멕시코(9위), 콜롬비아(10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