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이정익·박노훈 목사. ⓒ이대웅 기자

(Photo : ) ▲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이정익·박노훈 목사. ⓒ이대웅 기자

"너무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신촌성결교회 이정익 목사와 박노훈 목사가 '바톤 터치'를 한지 1년 4개월여가 지났다. 담임목사 이·취임식 후 1년 4개월 만에 만난 두 목회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원로가 된 이정익 목사는 교회가 교수 출신(연세대 신약학)을 담임으로 청빙한 것에 대해 처음에는 많은 염려의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학교에 있다가 오면 (교회 현장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주변에서 상당 기간 해멜 거라고들 했지요. 하지만, 1년 반 다 돼 가는데 그런 염려는 크게 없어요. 빨리 적응하신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안도하고 있습니다. 염려하시던 분들도 다행이라고들 하십니다."

많은 교회들이 목회자 교체기에 신자 수가 다소 감소한다는데, 신촌성결교회는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리 설교를 잘 하고 경험이 많아도 떨어지게 돼 있지요. 그런데 아직 줄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좋은 출발 아닌가요(웃음)? 지금 신촌교회는 너무 문제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문제가 있어야 기도도 하고 그럴텐데, 바톤 터치가 너무 잘 돼서 크게 자극되는 일도, 기도할 일도 없고 심심하지 않나 할 정도입니다. 리더십이 이양된 교회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을 듯 합니다. 우리 박노훈 목사님은 성품과 진지함, 순수함 등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박노훈 목사도 "다른 어떤 교회보다 신촌교회 목사가 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이정익 목사님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고, 지속적인 기도와 지도편달을 받을 수 있지 않습니까? 가까이서 모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입니다. 신촌교회에 부임한 것도 이 목사님이 계셨기 때문입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목사님이 계셨기에, 두렵지만 기쁨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이정익 목사는 '리더십 교체'를 앞둔 교회를 향해 3가지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가장 먼저는 "대부분 그때쯤 되면 욕심이 나온다"며 "은퇴 목사님들이 욕심을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은퇴 목사님들은 '만 몇 세'까지 마지막을 고집하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저도 최소한 1년 전 은퇴하려 했는데 잘 안 됐지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일찍 하고 싶어 (만 70세) 한 달 전에 했습니다. 최소한 1년 전부터 이양을 선언해야 좋습니다. 은퇴 빨리 하면 큰일날 것처럼 생각하는데, 오해입니다. 교회가 지루해하고, 침체될 수 있습니다."

셋째는 "후임자 선정에 너무 깊이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회에 위임하면서, 한 가지를 당부했습니다. 부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 인기를 좇는 사람 말고 진지한 목회자, 우선 성품과 인격을 첫째로 보라는 것입니다." 후임자의 경우, 전임자의 '잔영'을 너무 빨리 지우거나 전임자의 길과 다른 길로 빨리 바꾸려 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도 했다.

"목회자는 설교를 아무리 잘 하고 교회를 부흥시킨다 해도, 진실하지 않으면 오래 못 갑니다. 다른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그 부분이 장점이면 좋은 목회자입니다. 저도 목회자이지만, 목회자들이 참 의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도리도 없고, 선후배 개념도 없고, 기본이 안 된 분들이 많습니다. 지킬 건 지켜야지요. 은퇴하시는 분들이 이 3가지만 유념하시면 큰 무리가 없지 않을까요. 후임자 선정에 있어 이런 것들보다 자신과의 관계에 우선을 두면 오류에 빠집니다. 그것은 교회를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이 3가지는 교회를 위한 것이므로, 하나님께서 좋은 분을 보내주실 것입니다."

이정익 목사는 은퇴 후 한 달에 한 차례 신촌교회에서 설교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제 경우에도 원로목사님(故 정진경 목사)이 10년간 한 달에 한 번 설교해 주셨습니다. 저는 1부 예배 때는 사회를 보고, 2-3부에는 기관들을 돌아다녔습니다. 가서 설교도 했지요. 저는 2년 동안만 설교할 생각입니다. 박 목사님이 학교에 계시다 현장으로 오니 긴장이 많습니다. 한 달에 한 주만 쉬어도 굉장한 휴식이 될 것입니다. 저는 그것 때문에 2년만 도와드리려 합니다."

이 이야기에 박노훈 목사는 "(기사에서) 2년 이야기는 빼 달라"고 웃으며 부탁하기도 했다. "목사님께서 건강하셔서 계속 건강한 메시지를 흘려보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교회 10대 목회자로 뽑히신 분이고 아직 정정하시기에, 한국교회를 위해서라도 강단을 지키셔야 한다고 믿습니다. 원로목사님께서 한국교회를 위한 메시지를 많이 갖고 계십니다."

은퇴했지만, 지난 1년 4개월 동안 이정익 목사는 계속 바빴다고 한다. "담임목회를 하면서 갈 수 없었던 곳에 초청도 받으면서 지냈습니다. 은퇴 후 설립한 희망재단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조금 미뤄져서 금년 말이나 내년 봄에 첫 행사가 이뤄질 듯 합니다. 여러 준비를 하고 정신없이 지내고 있는데, 고마운 일이지요."

신촌성결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매년 봄, 가을에 여는 신촌포럼을 오는 10월 19일 오전 개최할 것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정익 목사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회고하고 과정도 설명하면서, 한국교회와 비교도 하고 문제점도 점검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그래서 루터교회 출신이자 독일인인 이말테 교수님과 역사신학을 전공한 민경배 교수님을 강사로 모셔서 원칙과 현실을 살필 것"이라고 했다.

박노훈 목사도 "신촌교회는 7개 대학에 둘러싸여 있는데, 학자들과 함께 기독교와 사회, 기독교와 정치, 기독교와 역사, 기독교와 문화 등 그 접점에서 지속적으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포럼을 계속 해 나갈 생각"이라며 "특별히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의 역사적 의미를 생각하고 현대 교회에서의 의미를 짚어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한국교회 대표적 목회자 중 한 사람인 이정익 목사는 서울신대, 고려대 교육대학원,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 풀러신학교(D.Min),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최고위, 미국 아주사퍼시픽대학교(D.D)를 거쳤으며, 춘천소양교회, 아현교회, 신촌교회를 차례로 담임했다. 기성 100주년 총회장, 서울신대 이사장, 기독교사회봉사회 이사장, CBS 이사장,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한국외항선교회 부이사장 등 교계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박노훈 목사는 연세대 신학과와 서울신대 신대원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예일대 신학석사, 밴더빌트대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조치원교회 출신으로 미국 내쉬빌연합교회 담임목사, 중앙교회 협동목사, 연세대 부교수와 교목 등을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