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예장 고신(총회장 김상석 목사) 제67회 총회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노회 명칭 변경 및 노회구역 조정안'이었다.

교단 내에서는 오래 전부터 각 노회의 명칭이 우리나라 행정구역 상의 그것과 맞지 않아, 노회 이름만으로는 교회가 속한 지역을 알기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 결국 이번 총회에서 해당 안이 전격 통과됐다.

그러나 오랫동안 익숙했던 것을 바꾸는 것에 대한 적응 문제 등을 이유로 얼마간 유보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특히 지난 2015년 제65회 총회에서 고신 측과 통합한 예장 고려 측 목회자들은 통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노회구역이 조정될 경우, 또 다시 적응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었다.

2년 전 당시 예장 고려 측 직전총회장이자 교단통합추진위원장으로 통합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천 환 목사는 지난 21일 총회 현장에서 고려 측 목회자들의 이 같은 애로사항을 이야기 하며, 설사 노회구역이 조정되더라도 교단이 이런 점을 헤아려 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어차피 통합이 되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함께 살면서 화합적 연합을 하는 것이 마땅히 여겨지지만, 몇 차례의 조정과 조율을 거치면서 피로감을 갖는 동역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1년간의 행정개편의 유예와, 한시적으로나마 총대 수 증원과 통합 정신에 맞는 교단행정에 동참과 통합 기념 교회를 설립하는데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감히 청원하는 바"라고 했다.

아래는 천 목사의 당시 발언 전문이다.

존경하는 고신 총대 여러분!

제65회 총회(2015년) 시 40년 동안 분열되어 살아왔던 고신과 고려의 형제들이 하나님의 손안에서 하나가 되었습니다(겔 37:17). 지난 2년간 하나됨의 밀월기간을 보냈고, 옛 고려의 선교사, 목회자, 교수, 신학생들은 연금과 의료, 선교와 교육, 학업과 연구 등 유형, 무형의 자산을 함께 공유하며 축복을 맛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살림살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부의 존중과 사랑이 아닌가요? 부부가 만나 결혼해 살면서도 몇 번의 위기를 겪으면서 성숙한 가정을 세워가듯 집나간 며느리가 전어 굽는 맛에 돌아온다는 이 가을철에 오늘 우리의 총회는 옛 고려 동역자들의 새로운 축제가 되는 총회가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아침 학교 식당에서 조찬을 하는데 옛 고려인들 끼리 모여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낯설고 물설은 곳에서 어울리지 못한 형제의 모습들이 내 눈에 밟혔습니다. 편하고 익숙한 곳에 머물고 싶었던 분들께 "40년 광야를 끝내고 가나안으로 들어가자"는 제안에 따라와 준 고마움과 함께 가슴 먹먹한 책임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오랜 숙원이자 또 하나의 교회사적 가치가 있는 교단 안 구역조정과 행정개편이 이렇게 마음 무겁게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 부족한 아비따라, 형제따라 짐 싸가지고 이사왔는데, 아직 통성명도 밝히지 않았고, 손 한번 잡아 보지 못했고, 눈길 하나 제대로 주지 못한 낯선 분들과 흩어져 산다는 것은 집안이 분산되고 해체되는 물리적 변화보다 징검다리 하나 놓아주지 않고 몰아가는 대책없는 행정에 존재감의 박탈과 위기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존경하는 총대여러분!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의 말처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주십시오. 세상 공동체는 힘을 가진 자가 이깁니다. 숫자가 평가를 좌우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 공동체의 질서는 힘이나 사람이나 그 숫자가 아니라 복음입니다. 그래서 소자에 대한 주님의 크게 여기시는 섬김과 배려가 고신 공동체 안에 살아 있기를 소원해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통합이 되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함께 살면서 화합적 연합을 하는 것이 마땅히 여겨지지만, 몇 차례의 조정과 조율을 거치면서 피로감을 갖는 동역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1년간의 행정개편의 유예와, 한시적으로나마 총대 수 증원과 통합 정신에 맞는 교단행정에 동참과 통합 기념 교회를 설립하는데 힘을 모아 주실 것을 감히 청원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총대여러분!

주 안에서의 형제들과 싸움은 K.O나 판정승이 아닌 무승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겨도 이기는 것 아니고, 져도 지는 것 아닌 모두의 승리여야 합니다. 이유는 그 징검다리가 사랑이고 복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이 순간이 지속적인 사랑과 세움으로 우분투(Ubuntu)해 주실 것을 감히 소원해 봅니다. 존경하는 원로 자문 위원님, 그리고 총회장님과 임원님 모두의 격려와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