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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나단 에드워즈의 성화론

이윤석 | CLC | 480쪽 | 22,000원

일그러진 성령의 얼굴이 교회를 어지럽히고 성도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던 시절이 있었다. 무분별한 은사주의와 세속화된 성령운동으로 하나님의 성령을 훼방하는 큰 무리들이 왕성하게 활동했다. 무지한 자들이 성령에 대한 이해와 체험 없이 본질과 영광과 능력이 동등한 제3위이신 하나님의 성령을 저급한 신으로 전락시켰다. 성령의 성품을 모르는 자들이 하나님의 성령을 요술방망이로 변질시켰다.

현대 교회는 하나님의 구속사를 성취하고 교회의 탄생을 돕는 성령의 본질이 훼손됐다. 죄인을 회개시키고 변화시켜 하나님의 거룩을 심어주고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보게 하는 성령의 역할이 사라졌다.

20세기 말 북미에서 유행하던 쓰레기 같은 은사집회가 무분별하게 수입돼 교회를 병들게 하고 성도들을 타락시켰다. 그 이후에 많은 각성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 흉터가 교회에 남아있고 그 상처가 성도의 가슴에 새겨져 있다.

오늘날은 저급한 성령운동이 활발하던 시절보다 가시적인 집회는 덜한 것 같다. 그러나 인간의 욕망과 탐심을 부추기고 교회와 인격을 세속화시키는 은밀하고 자극적인 성령운동이 교회를 침투하여 성도를 유혹한다. 성령의 본질과 사역에 대한 이해가 깊어야 이런 가르침에 넘어가지 않는데, 잘못된 가르침이 성령을 거스른다. 수줍은 얼굴을 지니신 성령님이, 현대 교회에서는 교만과 탐욕의 성령으로 비춰진다.

무엇보다 하나님의 성령은 창세 전부터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가신다. 그리고 택한 백성들을 찾아내 구원의 길을 걸어가게 도와주신다. 살아계신 하나님을 만나게 도와주고 하나님의 빛의 조명을 받아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게 도와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예수를 깊이 사랑하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뻐하게 한다. 그분은 좁은 길을 걷고 십자가의 길을 믿음으로 걸어가도록 도와주신다.

이런 성령님을 참되게 이해하고 풍성하게 경험하도록 돕는 방법은 없을까? 하나님의 성령님, 진리의 성령님, 예수님의 영, 거룩하신 영을 우리가 마음에 모시고 진실로 인도를 받으며 교제할 길은 없을까? 여기 약 3백년 전 하나님의 부흥과 놀라운 회심의 역사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한 한 신학자의 성화론을 정리한 책이 있다. 학문적이지만 결코 사변적이지 않고, 구체적이고 선명한 그의 성화론 잘 보여주는 글이 최초로 탄생했다.

그동안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화론'이라는 주제로 그의 성화론을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현재의 조직신학의 틀로 새로운 옷을 입혀 만들어낸 저작이 없었는데, 이윤석 박사는 최초로 에드워즈의 성화론을 완성했다. 한 학자의 신학주제를 연구할 때 한 책을 선정하여 거기서부터 나오는 특징을 찾아 쓸 수도 있고, 여러 책에 걸쳐 나타나는 것을 종합해 작성할 수도 있다.

그동안 에드워즈의 성화론은 여러 학자들이 자신의 글을 통해 부분적으로만 다뤘을 뿐, 하나의 제목으로 연구하고 출간하지 않았다. 총신에서 조직신학을 가르치는 이상웅 교수도 '조나단 에드워즈의 성령론'으로 학위를 받고 출판했지만 그곳에서도 성화론을 부분으로만 다룰 뿐, 하나의 큰 주제로 획을 긋지는 않았다. 그러나 저자는 에드워즈의 다양한 저작들에서 성화론을 연구해 이것을 조직신학 주제에 접목시켜, 그의 성화론이 무엇이지 아주 탁월하게 저술했다.

책을 간단히 요약하면 1장 '서론'에서는 본 글을 쓰는 연구의 배경과 목적과 범위와 방법 그리고 논문의 구성을 다룬다. 2장 '선행 연구 고찰'에서는 그동안 에드워즈 성화론과 관련된 연구를 살피고, 앞으로의 전망을 다룬다. 여기서는 에드워즈의 구원론과 성화론이 의의 전가보다 주입된 은총에 가깝다는 가톨릭적 주장과, 성화가 칭의보다 앞선다는 성향적 존재론을 부정하며, 그가 개혁파 청교도의 성화를 이어가는 신학자임을 증명한다.

3장 '구속사와 언약의 틀'에서 저자는 성화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 논의의 기초가 되는 에드워즈의 구속사와 그리스도와의 연합을 잘 정리한다. 여기서는 그의 신학의 뼈대를 이루고 방향과 목적지가 되는 구속사를 다루며, 하나님의 원대한 계획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성부와 성자 사이에 구속 언약이 수립되고, 성령은 연결끈으로 함께하며, 이것이 역사 속에서 펼쳐지는 것을 은혜 언약이라고 한다.

은혜 언약은 성부와 신비적 그리스도의 몸을 지닌 보이지 않는 전체 교회와 체결을 맺고, 성자와 신자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결혼 언약이라고도 불린다. 4장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신자들이 모든 복을 받게 되는 기반인데, 구속사의 관점과 구원 서정의 관점에서 이 신비를 설명하고 있다. 구속사에서 신비적 그리스도의 모습과 구원 서정에서 그리스도와 개별 신자간의 연합에 초점을 두며 에드워즈가 칼빈과 청교도의 관점을 계승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5장 '성화의 기본 원리'에서는 구속사적 관점에서 성화의 객관적 근거로 삼위일체의 사랑과 선택하시는 사랑, 그리고 구속 언약에 나타난 사랑과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에 나타난 사랑을 다룬다. 그리고 구원 서정의 관점에서 성화의 주관적 근거로 내주하시는 성령을 다루고, 이 성령은 신자 안에서 사랑의 원리로 작용하여 신자의 거룩을 돕는다. 또한 이 성령은 그리스도와 교통을 이루며 성화의 보증으로서 이미와 아직의 측면을 동시에 지닌다.

6장 '성화의 결정적 특성'에서는 그가 가졌던 결정적 양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피는데, 결정적 성화가 이루어지는 방식과 그것을 특징짓는 핵심원리와 그것을 가리키는 다양한 표현들과 에드워즈의 표현들, 그리고 이것을 '실제적인 어떤 것(what is real)' 논쟁에 적용하여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7장 '성화의 점진적 특성'에서는 에드워즈가 이해하는 성화가 이뤄지는 방식과 점진적 성화로 이뤄지는 거룩함의 특징, 거룩을 추구하는 적극적 자세에 대하여 다룬다. 그리고 8장 '결론'으로 본 논문을 요약하고 연구의 의의와 제언을 한다.

필자는 본 논문을 읽으면서 구원받은 주의 백성들에게 나타나는 성화라는 주제가, 거시적으로 또한 미시적으로 그려지는 것에 감탄하였다. 단순히 개인의 거룩의 증진과 영적 성장에 도움을 준다는 간단한 정의가 아니라, 그것의 동인과 목적이 무엇이며 어떤 원리에 의해 어디서부터 시작해 어디까지 이르는지 자세히 풀어지는 것을 보며, 이것을 통해 신자를 만들어 가시는 하나님의 계획에 감사와 찬양을 하게 됐다.

본 논문을 통해 에드워즈의 성화론의 특징을 말한다면, 첫째는 구속사와 언약의 틀에서 성화를 다룬다는 것이다. 성화가 개인 구원 획득 후 나타나는 좁은 개념이 아니라 삼위 하나님의 경륜 속에서 펼쳐지는 사역이고, 구속사와 구원 서정에서 다뤄지는 풍성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또한 구속 언약이 체결될 때 성자께서 비천하고 성육신과 고난에 자발적으로 순종하지만, 이것이 신자들을 위한 공로가 돼 그리스도의 의와 사랑과 거룩을 소유하게 된다.

필자는 여기서 유익이 되었던 것은 구속 언약을 성부와 성자께서 체결하시지만, 성령께서는 연결끈으로 개입하신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령께서 미비한 역할을 하신다는 말이 아니라 언약을 더 단단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언약은 늘 갱신되어 그 본질과 효력이 신선하게 유지돼 왔는데, 동일하게 이런 역할이 신자에게도 역사해 그분이 우리의 연결끈으로서 성화를 온전히 이루어 가신다는 전망을 보게 됐다.

두 번째는 그리스도와 연합에 기초한 성화이다. 그리스도와의 연합은 신자가 모든 하늘의 복을 받는 기초인데, 이것을 통해 신자는 그리스도의 거룩을 자신의 거룩으로 이어받으며 교제와 기쁨을 누린다. 이 신비를 통해 신자는 신비적 그리스도의 한 구성원이 되고, 자신은 그리스도와 실제적으로 연합되는 마음의 연합을 이루어, 생동적 연합과 친척 연합과 법적 연합의 특징과 유익을 얻는다.

필자는 구속사적 전망에서 그리스도와의 연합이 더 은혜가 됐는데, 창세 전에서 갖는 특징은 그리스도와 택자들이 연합돼 있었다는 것이고 인간의 타락 이후 성육신 전까지의 특징은 은혜 언약이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제시되고 점진적으로 선명해지며 신비적 그리스도가 자라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종말 시대의 특징은 그리스도의 부활이 신비적 그리스도의 부활이고 이 부활이 신비적 그리스도의 성화이다.

세 번째는 에드워즈의 성화의 결정적 양상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에드워즈는 현대의 존 머레이가 주장한 것처럼 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에드워즈가 성화의 점진적이고 효과적이고 교회적인 특징을 주장하는 것처럼, 그의 저술에서 성화의 결정적인 양상을 지속적으로 주장한다. 아마 부흥의 시대 때 하나님께서 사람을 거듭나게 하시고 새롭게 하시는 역사 속에서, 그의 눈에는 성화의 결정적인 특징이 두드러지게 보였을 것이다.

하나님의 성령이 신자 안에 내주할 때, 하나님의 사랑과 거룩과 탁월함이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성화의 결정적 양상이다. 이제 신자는 새로운 영적 시각과 미각, 신적이고 초자연적 빛에 대한 감각과 영적 이해가 생긴다. 그리고 에드워즈는 그를 거룩해진 사람, 영적인 사랑, 영으로 난 사람, 신성한 본성을 지난 사람, 거룩한 감정을 지닌 사람, 선한 사람으로 다양하고 생생하게 표현한다.

네 번째로는 성화의 점진적 양상을 풍성하게 보여준다. 자칫 우리는 내면과 삶에서 성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나타나는지 어려워할 수 있다. 그러나 에드워즈만큼 성화가 눈에 그려지도록 이렇게 잘 설명할 수 있을까? 필자는 그의 점진적 성화의 원리와 방법과 열매들을 보며, 신앙 상태와 내면을 점검하게 되었다. 저자는 에드워즈의 성화를 존재적이고 실제적이고 실천적으로 잘 포착하고 분석하였다.

성화는 신자의 내면에 심겨진 믿음의 원리이다. 하나님의 성령이 신자의 마음에 내주하고 그의 삶에 동행하는 자에게만 나타나는 은혜의 열매이다. 성령은 이끌기도 하지만 가르치는 방식으로 성화를 이루시는데, 신자는 이 말씀을 깨달아 적극적으로 성화의 삶을 산다. 이미와 아직 사이에 사는 신자는 그리스도를 더욱 사랑하며 거룩에 힘쓰게 된다. 그리고 이 거룩은 지식과 미덕과 기쁨으로 발생한다.

끝으로 이 논문은 정통적 개혁주의 신학을 바탕으로 에드워즈의 성화론을 종합하고 조직신학의 주제로 드러냈다. 개혁주의 신학의 깊고 풍성함이 울려 퍼지고, 성화가 결코 추상적인 게 아니라 그리스도의 연합과 교제와 교통 속에서 아름다운 열매로 나타나는 사귐으로 제시된다.

그리스도인은 성화의 삶을 살아야만 한다. 아니 그리스도인은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 하나님의 성령께서 그리스도의 공로를 의지함으로 그를 진리와 거룩의 사람으로 만들기 원하신다. 무엇보다 그리스도께서 성화의 길을 걸어가시고 우리의 모범이 되셨다.

주님께서는 이 땅에서 가장 향기롭게 성화의 삶을 이루셨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가 그분의 뒤를 따라오기를 원하시는데, 그냥 따르라가 아니라 이미 이루어 놓으신 공로와 보혜사이신 성령을 보내주셔서 따라오도록 해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을 통해 거룩한 감정을 가지고 그분을 즐거워하는 기쁨 속에서 성화를 걸어야 한다.

이 개혁신학의 풍성함을 보여주는 성화론, 결코 인간의 열정만 다그치지 않고, 삼위 하나님의 풍성한 사랑과 그리스도의 선택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에 근거하여 성화론, 삼위를 아는 지식과 그분을 향유하는 즐거움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성화론, 비록 이 땅을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십자가와 눈물 골짜기가 있지만, 내면과 몸과 삶으로 나타나는 성화를 기쁨으로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이 책을 감사하며 추천해 본다.

방영민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열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