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한국인 그리스도인 두 명이 피를 뿌린 지 10년이 지난 지금, 아프간 땅과 아프간 민족을 위한 기도와 선교의 역사가 새롭게 일어나고 있다고 샘물교회가 밝혔다.
2007년 아프간 피랍 당시 목숨을 잃은 배형규 목사, 심성민 형제의 순교 10주년을 기념하여 샘물교회(최문식 목사), 은혜샘물교회(박은조 목사), 좋은나무교회(방영균 목사)는 23일 경기도 분당 샘물교회 2층 본당에서 순교자기념 연합예배를 드렸다. 이 자리에는 배형규 목사, 심성민 형제의 유가족과 당시 함께 피랍된 21명의 귀환자 중 10여 명 및 교회 성도들이 참석했다.
이날 설교에 앞서 배형규 목사, 심성민 형제의 생전 영상과 사진이 담긴 순교자기념영상이 상영되자, 예배당 이곳 저곳에서 두 사람의 안타까운 희생에 조용히 눈물을 훔치고 코끝이 빨개지는 성도들이 많았다.
'별과 같이 빛나는 사람'(단 12:1~4)을 주제로 설교한 박은조 목사도 10년 전 아프간 피랍사건으로 희생된 배형규 목사, 심성민 형제를 추억하면서 "순교 10년을 맞는 지금 아주 최근에 시작된 아프간 민족을 위한 기도운동을 여러분 모두와 나누고 싶다. 오늘날 터키의 난민들 사이에서 새롭게 일어나는 모라비안 운동을 위해 함께 기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사람이 죽고, 돌아오지 못할까봐 너무 두려워서, 돌아온 이들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지 안 될지 너무 겁이 나서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고백한 그는 "저부터도 하나님이 무슨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고 하루하루 버텼다. 시간이 지나 하나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기 시작하면서, 하나님이 행하신 일들을 오히려 세월이 지나면서 더 명확하게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피랍 사건 이후 "평생 탈레반, 아프간 사람과 비슷한 사람은 얼굴도 보기 싫었다. 비슷한 사람이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렸다"며 "그러나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샘물교회와 박 목사님은 아프간 민족을 위해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것이 틀림없다'고 말하시는 분을 만나면서, 하나님 앞에 너무 죄송하고 아프간을 쳐다보기도 싫던 분노와 상처가 어느 순간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당시 피랍된 23명 중 2분이 돌아가시고 남은 21명이 40여 일 동안 죽음과 같은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 예배당을 가득 메우며 기도한 성도들과 전 세계에서 기도한 많은 분이 있다"며 "그 모든 일을 통해 하나님께서는 이 땅에서 가장 곤고하게 사는 아프간 민족에게 모든 이의 시선과 관심을 끌어오신 것이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 난민이 된 모라비안들에 의해 시작된 개신교 세계선교 운동을 소개하고, 오늘날 이 같은 모라비안 운동이 터키에서 일어나도록 선교사들이 기도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23일 아프간에서 배형규 목사, 심성민 형제의 순교 10주년을 기념하여 순교자기념 연합예배가 드려졌다. ⓒ이지희 기자 |
박 목사는 "터키에는 약 450만 명의 난민이 머물고 있으며, 그 중 가장 많은 시리아 난민이 300만 명, 아프간 난민은 15만 명이 있다"며 "이들이 전국에 흩어지는 곳에 터키교회가 앞장서 난민을 복음화하려고 하는데 역부족이다. 감사한 것은 이란교회가 부흥하면서 터키에 있는 이란 난민 2만 명 중 약 8천 명이 적극적인 그리스도인이고, 이들이 가는 곳마다 교회를 세워서 같은 언어를 쓰는 이란교회 때문에 아프간 교회가 터키 땅 여기저기에 세워지는 초입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그는 "난민 정책이 5~10년 안에 바뀔 가능성이 커 이 모라비안 운동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하나님께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선교사들의 꿈을 축복하는 것을 보았다. 하나님이 새로운 난민운동, 새로운 시대의 모라비안 운동을 허락해주신다면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신앙운동, 영성운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가족 인사를 전한 심성민 형제의 아버지 심진표 씨는 "어언 10년 세월이 되었는데, 유수와 같이 세월이 빠르다. 결국 인생살이가 돌아보면 찰나라는 것을 이런 데서 교훈을 얻게 된다"며 "배형규 목사님이 하신 말처럼 먹고 살고 생존해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이제는 무언가를 전하고 남기고 인생을 마칠 것인가를 생각하고 싶다"고 말했다.
배형규 목사의 형 배신규 장로는 "그때 배 목사의 딸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대학생이 됐다"며 "10년 동안 샘물교회가 기억해주고 예배 드려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형규 목사의 삶을 통해 얻은 한 가지 교훈은 배 목사가 청년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키우는 데 일생을 거는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했던 것처럼 저 자신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이다"며 "개인적으로도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에 대해 하나님 앞에 깊이 묵상하고, 샘물교회도 순교 정신을 기리고 잘 계승해서 이 세상에 수많은 교회 중 또 하나의 교회로 남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위해서 이 세상에 꼭 필요한 교회로 세워져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최문식 목사도 목회편지를 통해 "순교 10주년의 가장 큰 열매는 바로 아프간 난민들을 위한 쉼터 마련"이라며 "10주년이 되는 오늘 순교의 사건을 공유하고 전수하며 선교적 삶을 살아갈 것을 재다짐하는 성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편, 2007년 당시 아프간 피랍 사건을 공유한 샘물교회, 은혜샘물교회, 좋은나무교회는 10주년을 맞아 2017 순교자기념 연합집회를 22일부터 23일까지 샘물교회에서 진행했다. '순교자의 길, 제자의 삶'(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 로마서 14:8)을 주제로 한 이번 집회는 22일 오후 피랍자 모임과 순교기념 조형물 제막식 및 순교기념관 리모델링 개관식, 선교포럼, 23일 순교기념 1~4부 주일예배와 순교자기념 연합예배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