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h22

기독교 문화라고 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연상해 보자. 가장 익숙한 것은 바로 음악일 것이다. 좀 더 나아가면, 그림이나 문학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기독교 복식이나 건축까지 생각난다면 꽤 수준급이다. 사실 문화란,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든 사상과 생활 양식을 전체적으로 가리키기에 기독교가 다룰 수 있는, 또 다루어야 하는 문화 영역은 인간 삶의 모든 것이 아닐까?

자기 분야에서 나름 ‘이름 좀 날려 봤다’는 엔젤리노들이 모이는 문화 아지트가 다운타운에 있다. 왠지 우리같은 문외한은 가면 안 될 것 같지만 매월 마지막 토요일엔 완전 개방이다. 아티스틱 본딩(Artistic Bonding)이란 행사다.

다운타운의 한 커다란 창고에 들어서면 오래된 가구 냄새부터 난다. 곳곳에 청바지, 티셔츠, 신발, 장신구가 걸려 있다. 이런 낯섦에 정신 차리고 귀를 기울이면 음악도 들리고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네의 그림까지 이른다. 낡은 가구 냄새가 어느덧 향긋한 커피 내음으로 바뀌어 있는 지점이다.

아티스틱 본딩을 여는 ich22(Immortal Christ Humility 22)는 기독교 문화인들의 모임이다. 매일같이 이 창고에 모여 세상 문화에 복음으로 세례 주려고 고민한다. 패션, 음악, 영상, 예술, 커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식히거나 혹은 머리를 짜내는 일에 한 마음, 한 뜻이 되는 곳이다. 목적은 한 가지. 자신에게 주신 달란트로 복음적 문화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아티스틱 본딩에서는 이 고민의 결과물이 공개된다.

ich22

이 사역을 시작한 이는 패션 디자이너 서기웅 대표(사진 왼쪽에서 두 번째)다. “문화의 복음적 변혁을 위해 모든 이들이 하나 되자”는 불가능한 상상을 시작할 때는 그가 가장 잘 나가던 때가 아니고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였다. 5년 전 사업 실패로 인해 ‘죽고 싶다’ 할 때 하나님은 그를 새벽예배로 초대하셨다. 그리고 그에게 이 비전을 주셨다.
“아무것도 없는데 어쩌라구요?”

그러나 “널 사랑한단다”라고 속삭이는 하나님을 만난 후, 없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되었다. 그냥 작은 장소를 빌려 무작정 시작했다. 지금까지 13번의 아티스틱 본딩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장소도 큰 창고로 옮겼다. 한국에까지 진출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 번 행사에 적어도 수백 명이 방문한다. 성공의 비결은 물어볼 필요가 없다. 서 대표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냥 하라고 하시는 대로 할 뿐이에요.”

ich22

이 단체의 이름 ich22에서 22는 빌립보서 2장 2절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에서 나왔다. 서 대표에겐, 각자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콧대 높은 사람들이라도 그리스도의 겸손 안에서 하나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하나님이시나 자기를 비워 종이 되신 그리스도를 배우지 않고는 겸손할 수 없기에 하나님은 서 대표를 그 밑바닥으로 초대해 만나셨나 보다.

좀 더 멋스럽게 살고 싶다면, 오는 5월 27일 LA 다운타운 776 Towne Ave.에서 열리는 아티스틱 본딩에 찾아가 보자. 한 가지만 준비하면 된다. 기독교는 교회에 갇혀 있지 않고 인간 삶의 모든 문화에 관한 것이란 점을 명심하고, 나도 이 기독교 문화를 누리고 생산하는 주체가 되겠다는 다짐이다. 다른 건 걱정 마라. 먹고 마시고 입고 들을 수 있는 모든 문화가 그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