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중국 칭다오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검색대를 통과하다 중국 공안국에 체포 된 탈북민 보호활동가 온성도 목사가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쓴 편지가 공개됐다.
북한 인권 선교단체 고향선교회(회장 최창효 목사)가 본지에 보내온 온성도 목사의 편지에는 중국 공안에 붙잡혔던 안타까운 순간과 구금 소식을 전하려는 온 목사의 긴박한 상황이 잘 드러났다.
온 목사는 지난 2월 18일 아내 이나옥 씨와 쌍둥이 딸들과 산둥성 칭다오(靑島) 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마치고 대기하다 함께 붙잡혔다. 공안국은 온 목사는 계속 구금하고 있으며, 가족들은 1주일 간 조사 후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왔다.
온 목사는 편지에서 끊임없이 탈북민들의 북송을 염려하면서 중국 공안에 탈북자들의 신변 안전을 요구했다.
온 목사는 "제가 보냈던 탈ㅂ(탈북) 형제 자매들이 잡히지 않도록 간절히 ㄱㄷ(기도)해주십시오. 저는 한국 사람이기에 처벌이 약하지만 그분들을 북송 돼 목숨을 잃게 된다"며 기도를 요청했다.
이나옥 씨는 "탈북민 돕기는 한국인으로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남편과 저는 중국에서 붙잡히면 무조건 북송 되는 탈북민들의 인권 상황,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빠져 나온 중국에서도 얼마나 비참하게 사는지 늘 가슴이 아팠다. 저희는 함께 잡혀 있던 6일 동안에도 함께 있던 탈북민들을 붙잡지 말아달라고 매일 사정했다"고 밝혔었다.
이나옥 씨는 또 "아이들과 12시간 동안 감시를 받았고, 공안들은 계속 겁을 주면서 윽박질렀다"며 "긴 취조가 끝나고 6일간 잡혀 있다 저와 아이들은 돌아왔고, 남편은 다른 지역 간수소로 이동했다. 아이들은 아빠와 헤어지면서 계속 울었고, 아빠를 남겨두고 돌아 온지 30일이 지난 지금도 계속 울고 있다. 남편의 부모와 형제들도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는가. 저도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하는 온 성도 목사가 보낸 편지의 일부
첫번째 편지
ㄱㄷ(기도) 부탁드립니다. 저와 가족이 중국 공안국에 체포되었습니다. 소지품들을 돌려받아 몰래 메일을 보냅니다. 제가 보냈던 탈ㅂ(탈북) 형제 자매들이 잡히지 않도록 간절히 ㄱㄷ(기도)해주십시오. 저는 한국 사람이기에 처벌이 약하지만 그분들을 북송 되어 목숨을 잃게 됩니다. ㄱㄷ(기도) 부탁드립니다.
두번째 편지
사랑하는 동역자분들께. 잠깐의 시간과 환경이 주어져서 몰래 메일을 보냅니다. 저희 가족들이 18일 아침에 공항에서 붙잡힌 후 벌써 6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의 상황 설명을 드립니다.
저희 가족이 무사히 공항에 도착한 후 비행기표를 끊고, 짐을 붙이는 것 까지는 순조로웠습니다. 다 붙잡히면 안되겠기에 저는 모자를 쓰고 CCTV등을 피해 혼자 따로 움직였습니다. 그런대 역시 검색대가 문제였습니다.
저의 얼굴이 수배령이 내려져 있었는지 검색대를 통과한 후 바로 붙들리게 되었습니다. 가족과 한참 떨어져서 출국장을 나갔기에 괜찮을 지 알았는데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만 붙들렸는데, 시간이 지난 후에 아내와 자녀들도 공안들에게 붙들려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방송에서는 계속해서 우리가 타야 할 대한항공 비행기에 서둘러 탑승하시라는 안내가 흘러나왔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공안들은 나를 붙잡자마자 내 주머니를 뒤지더니 핸드폰과 소지품들을 압수하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번에 나가다가 붙잡힐 수 있다는 생각에 핸드폰 안의 내용들을 전부 삭제해 버린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나중에 나를 취조하는 사람이 내 핸드폰 안을 뒤지더니 왜 아무 내용도 없느냐고 매우 심하게 화를 냈습니다. 어쨌든 내가 붙잡힌 것은 괜찮은데 아내와 자녀들까지 공안들에게 붙잡혀 울면서 나오는데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바로 모든 소지품과 짐들을 압수당한 채 저는 혼자 공안들에게 붙잡혀 공안 안에 위치한 경찰서 취조실로 연행되었습니다.
그리고 2-3명이 저를 취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부러 더 중국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척 하면서 "팅부동" 이라고 했습니다. 팅부동은 "나는 너희 말을 못 알아 듣는다"는 뜻입니다.(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