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이하 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조일래 목사, 이하 한교연)의 기구 통합 논의가 좀처럼 진전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한기총과 한교연은 그대로 둔 채 제4의 연합단체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두 기구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교회 연합추진위원회'(위원장 이종승 목사, 이하 추진위)는 5일 아침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모임을 갖고,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고받은 뒤 조만간 다시 모여 향후 통합 기구의 가칭을 비롯해 조직과 정관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래서 올해 성탄절 전에 일을 사실상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처럼 추진위가 구체적인 통합의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정작 통합의 당사자 중 하나인 한교연은 여기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5일 추진위 모임에도 조일래 대표회장 등 한교연 측 핵심 위원들은 불참했다. 한교연 관계자 역시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 단계에선 (한기총과의) 통합이 어렵다"고 못박았다.
추진위와 한교연이 평행선을 달리는 원인 중 하나는, 양측이 이번 사안에서 '통합'이라는 개념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추진위는 한국교회 연합, 즉 그 구성원들의 대표라 할 수 있는 각 교단의 연합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한교연은 그야말로 한기총과의 통합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추진위는 "한국교회가 연합할 수 있는 중차대한 시기에 유독 한교연만 협조를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반면, 한교연은 "왜 당사자인 우리를 배재한 채 통합을 추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이 논의의 출발점은 한기총과 한교연의 기구 통합 문제였다. 지난해 양병희 목사가 한교연 대표회장을 역임하던 당시, 두 기구의 대표회장들이 공개적으로 통합을 희망하면서 그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교회 교단장협의회' 가 그 과정에 목소를 내기 시작하고, 이후 추진위가 발족되면서는 실상 한기총-한교연 통합보다 '한국교회 연합'이라는 대의명분 쪽으로 흐름이 기우는 양상이다.
현재로선 한기총과 한교연의 기구 통합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리고 추진위가 다음 모임에서 어떤 의미로든 통합 기구의 가칭과 정관 등을 검토하기로 한 만큼, 한기총과 한교연, 그리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잇는 또 다른 연합기관의 탄생이 점차 가시화 되고 있다.
일단 한기총은 최근 임원회를 통해 이영훈 대표회장에게 한교연과의 통합과 관련된 전권을 위임했고, 추진위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이경평 목사가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