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설계연구회(회장 이승엽 교수) 제23회 심포지움이 27일 서울 서강대 리찌과학관에서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이상일 교수(총신대)는 '신경신학의 연구 동향'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인간의 마음이나 종교를 학문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는 오래 됐다"며 "가장 오래된 예로는 힌두교의 우파니샤드가 있고, 최근 신경과학과 뇌과학, 인지과학, 신경심리학과 신경언어학 등의 학문들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마음과 종교를 연구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 교수는 "유물론자들은 정신과 종교 현상에 대해 뇌가 호르몬에 의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 결과에 불과하다고 치부하지만, 최근 신경과학과 인지과학의 성과에 힘입은 신경신학 실험에 의한 결과들은 정신과 종교 현상에 대해 보다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인간은 정신이 뇌와 독립적인 실체로 존재하고 자기 결정력을 가진 윤리적 존재이기에, 교육과 종교를 통하여 스스로를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회개, 고해성사, 기도 같은 여러 종교 활동들은 정신을 건강하게 해 주고,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긍정적 효과들이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내용에서 이상일 교수는 "신경신학(Neurotheology)은 종교적이고 영적인 개념들을 신경학적(neurological)이고 신경심리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하는 학문을 말한다"며 "신경신학은 과학적인 동시에 영적인 관점에서 수행돼야 한다"는 정의를 소개했다.
인간의 정신 현상이나 종교 현상이 일어날 때 자기공명영상장치를 이용해 인간의 뇌를 스캔하여 활동을 분석할 수 있는데, 자기공명영상장치는 사람들이 실제로 생각하고 느끼고 말하고 무언가를 하는 동안 자기장의 영향을 받는 전자파를 이용해 뇌에서 관찰되는 작고 빠른 변화들을 영상화한다. 같은 방식으로 정신 또는 종교 현상이 발생하거나 행동들을 수행할 때도 뇌의 작용을 분석할 수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인지(cognition)'가 지식을 얻는 과정이나 사고, 경험, 감각을 통해 이해하는 정신적 활동이나 과정을 가리킨다고 할 때, 이러한 연구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인지신학(Cognitive Theology)으로도 부를 수 있다"며 신경신학의 목표는 ①인간의 마음과 뇌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하는 것 ②종교와 신학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하는 것 ③건강과 복지의 상황에서 인간의 상태를 향상시키는 것 ④종교와 영성의 상황에서 인간의 상태를 향상시키는 것 등 4가지이다.
신경신학의 주요 논점들로는 ①정신적 상태와 신체 생리학의 관계, 감정적·인지적 과정, 종교적·영적 경험들의 생물학적 상관성 등을 다루는 '주관적 경험이나 의식' ②종교적 행위가 신경전달체계에 주는 영향 등 '뇌와 신경신학' ③종교가 정신과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영성과 건강' 등 크게 3가지가 있으며, 이 외에도 △신경윤리학 △신의 존재 △영혼의 존재와 성격 △신학의 기원 등이 있다.
이 교수는 몸·혼·영의 삼분설과 영혼·육체의 실체적 이분설, 둘에 대한 비판으로 등장한 단일론과 유기적 통일체론 등 몸과 영혼의 관계에 대한 신경신학적 주요 접근들을 종합하면서, "인간은 전인적으로 이해돼야 하므로 인간의 구원도 전인적 구원이 필요하다"며 "이는 교회도 영혼만이 아닌 '전인'에 관심을 가져야 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회가 선교 대상자들의 영적 필요뿐 아니라 육적 필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라며 "사람의 질병도 육체적 문제가 정신 그리고 영적 문제와 연결돼 있음을 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 "이렇듯 인간의 구성요소는 분리되지 않지만, 구별되는 요소들이 있음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이 구별되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설명하는 데는 신학적·철학적 논증으로 한계가 있고, 보다 실증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도와 방언, '신경신학적' 접근
이상일 교수는 이후 우울증 환자들이나 플라시보(Placebo) 효과, 범주화, 의지 등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신경신학적 접근을 시도했는데, '기도와 방언'에 대한 내용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프란체스코 수녀회의 기도를 통해 단일광자방출컴퓨터(SPECT-CT)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전두엽피질, 하위 두정엽, 하위 전두엽에서 국부적으로 대뇌 혈류량이 급증했고, 오른쪽 전전두엽피질과 오른쪽 시상 각각에서 일어난 국부적 대뇌 혈류량 변화는 매우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었다"며 "반면 양쪽 전전두엽피질과 동측 상위 두정엽 각각에서 일어난 대뇌 혈류량 변화는 반비례 관계가 매우 심했다"고 설명했다.
또 불교 명상가 8명과 프란체스코회 수녀 3명의 기도 도중 방사성 물질을 주입한 후 혈류와 신진대사에 일어나는 변화를 SPECT-CT로 측정한 결과, 수녀들이 신을 만나기 위해 '향심기도(존재의 중심에 현존하는 신을 만나기 위해 내면으로 들어가는 기도법)'를 하는 동안 일상적 공간감각을 상실한다고 했는데, 신경과학적 자료와도 일맥상통했다"고 소개했다.
실험은 측두엽에 위치한 '신(神) 부위' 따위는 단 한 곳도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종교적 경험은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며 지각·인지·감정·신체표현·자의식 등과 연관된 수 많은 뇌 영역에서 조정하는 것이었고 이는 피실험자들이 느끼는 경험과 일치했다. 또 수녀들이 자전적 기억들을 회상할 때 뇌의 활동과 신비적 상태일 때 뇌의 활동이 서로 달랐는데, 이를 통해 신비적 상태는 감정적 상태와 다른 것임을 확실히 알게 됐다.
'방언'에 대한 신경신학적 연구 결과도 언급했다. 그는 "방언은 범종교적 현상으로, 인류학과 심리학, 언어학에서는 방언의 가능성에 대해 여러가지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인류학에서는 세계 많은 부족들이 무속 의식을 할 때 방언을 한다고 발표된 바 있다"고 했다. '방언이 언어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선 "다른 언어를 할 경우엔 언어로 분류될 수 있으나, 소위 '천사의 방언'은 언어의 특징 중 전달 기능만 있는 점에서 언어로 분류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상일 교수는 "몇몇 정신병자들이 방언을 하는 경우가 있고 방언을 하면서 우울증과 분노, 강박증과 정신이상, 환영에 사로잡히는 것이 증가돼 심리학자들은 방언을 정신병리학적 문제로 다뤄 왔지만, 기독교 방언의 경우 유익한 심리치료 효과가 나타났다"며 "영국 복음주의 목회자 1천 명 대상 조사 결과 80% 정도는 방언이 심리적 안정감을 크게 하고 신경증세를 줄여준다고 응답했으며, 모든 피실험자가 방언으로 심리적 유익을 얻었다"고 보고했다.
이 교수는 "방언을 할 때 뇌 속 언어 영역은 전혀 변화도 반응도 없었는데, 그 이유는 언어 패턴의 혼돈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방언이 언어가 정상적으로 발화되는 방식과 다른 형태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여기서부터 신자와 불신자 사이의 입장이 차이를 보이는데, 신자는 방언을 또 다른 실재에 대한 증거로 보지만, 불신자는 시상(thalamus)이 언어 영역에 관계할 가능성 또는 방언이 불완전한 언어이기에 언어 영역에서 반응하지 않는다고 이해했다.
또 "방언을 할 때 공통적인 특징은 자신의 의식을 하나님의 성령께 맡기고 기도를 하게 되는데, 이는 인간의 감정, 생각, 몸의 움직임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활동하지 않음을 의미해 자의성을 배제한다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며 "전두엽이 활동을 덜 함으로써 무언가가 움직이게 하는 의식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등, 방언에 대한 뇌 영상 촬영은 종교적 영역이 존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배성민 씨(경북대 철학과 박사과정)가 '지적설계론의 숨은 역사들: 사회학으로 조명한 지적설계론의 역사적 쟁점들', 신준호 박사(번역가)가 '지적설계론에 대한 한 가지 신학적 제안', 정성수 교수(충남대 의대)가 '체내 일산화탄소 생성은 설계의 오류인가?', 조민수 박사(프랑스 국립컴퓨터과학연구소)가 '인공지능과 정보보존'을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