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긴 책이 바로 시편이다. 총 150편으로 편집돼 있으며, 단 두 절에 불과한 117편부터 무려 176절인 119편까지 그 구성도 다양하다. 저자는 70편 이상을 쓴 다윗을 비롯해 솔로몬과 모세 등이다. 작자 미상의 시편도 있다. 그런데 이런 시편들을 모아 편집한 이는 과연 어떤 기준으로 각각을 배열했을까.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원장 서창원 박사)이 22~24일, 서울 헌릉로 세곡교회(담임 박의서 목사)에서 진행 중인 '하나님의 노래 시편, 어떻게 강론할 것인가?' 주제 세미나에서 주강사로 참여한 팔머 로벗슨(Palmer Robertson, 우간다의 아프리카 성경대학 교장) 박사는 '결혼식 꽃장식'을 예로 들어 이에 답했다.
로벗슨 박사는 시편의 편집자를 "꽃 장식 부탁을 받은 신랑의 친구"로 비유하며 "친구의 결혼식을 꾸밀 꽃송이들을 아무런 생각도 없이 되는 대로 꽂거나 싸구려 도자기 항아리에 그냥 두고서 자기의 일을 다했다고 할까. 물론 아니다. 그는 백합과 장미, 붓꽃이 각각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마음을 쓰며 꽃꽂이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시편의 최종 편집자들도 이렇게 시편을 정리했을 것"이라며 "우선 다윗의 저작으로 알려진 것들이 그 앞부분에 배치돼 있다. 이 시편들은 다윗이 메시야적 왕국을 세우고자 할 때 여러 원수들과 대적했음을 보여준다(1~41편)"며 "이어 편집자는 열방들에 대한 주님의 승리를 선언하는 시편을 배치한다. 그 내용은 솔로몬이 온 세상을 다스릴 것을 기대하면서 정점에 달한다(42~72편)"고 했다.
로벗슨 박사는 "그리고 이방 세력의 강력한 '뿔들'과 충돌하는 실제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시편들이 놓이는데, 그의 백성이 황폐화 되고 메시야의 왕관이 티끌에 던져지는 것으로 끝난다(73~89편)"며 "이러한 비극적인 노래에 대한 응답으로 편집자는 모세의 장엄한 시편을 제시한다. 이는 시편의 네 번째 부분(90~106편)의 서론으로, 이 네 번째 부분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장차 도래할 왕국에 대해 좀 더 성숙한 관점을 갖도록 인도한다"고 설명했다.
로벗슨 박사는 또 "다윗이 시편의 주요 저자로서 그 의미를 인식한 편집자는 다윗의 저작들을 이스라엘의 포로기에 맞게 배치한다(138~145편)"며 "이 포로기는 그 나라의 역사에서 이 편집자가 그의 과업을 대부분 완수한 중대한 시기다. 아울러 편집자는 시편을 '할렐루야'로 끝나는 노래들로 마무리해 전체가 절정에 이르면서 끝나도록 한다(146~150편)"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처럼 시편을 배열하는 것은 물론 지나친 단순화 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편이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 위대한 복합체의 모든 구성 요소들을 전부 발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 더 탐구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벗슨 박사는 이번 세미나 기간 동안 시편의 일반적 주제들과 구조적 요소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필 예정이며, 김헌수(독립개신교회 신학교 구약학)·김희석(총신대 신대원 구약학) 교수도 강사로 나서 각각 '최고의 사랑 노래-지혜의 문헌인 아가서 읽기' '잠언을 통해 본 여호와 경외의 세계관'을 주제로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