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뿌려진 가라지 용어들」의 저자 변이주 목사. ⓒ김진영 기자
(Photo : ) ▲「교회에 뿌려진 가라지 용어들」의 저자 변이주 목사. ⓒ김진영 기자

스물여덟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신학에 입문해 목사가 된 변이주 목사. 현재 전북 장수읍에 있는 알곡교회 담임목사다. 그가 얼마 전 「교회에 뿌려진 가라지 용어들」(나침반)을 펴냈다. 부제는 '교회에서 쓰는 용어-바르게 사용하고 있는가'이다. 그가 왜 이런 책을 썼는지는 그의 독특한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변 목사는 신학을 공부하고 나서도 국어(박사)를 비롯해 중국어와 영어 등 여러 언어를 공부해 왔다. 심지어 소설가로 등단해 작품집도 내는가 하면 문학상도 수상했었다. 그 만큼 이런 분야에 관심이 커서다. 당연히 교회에서 쓰이는 용어들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최근 변이주 목사를 만나 책을 쓰게 된 동기와 책을 통해 바라는 점 등을 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국어를 공부하게 된 동기가 있나?

"목회자가 된 후 '죽으시다'라는 것과 '사역'이라는 표현에 의문을 갖게 됐다. 아무리 높은 사람이 죽어도 '죽으셨다'라고 잘 쓰지 않는데 왜 유독 예수님의 죽음에만 '죽으셨다'는 표현을 쓰는지 의아했다. 또 '사역'의 영어번역어는 'employment'다. 그렇다면 교회를 섬기는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에게 고용된 자란 말인가. 이런 것들을 주변에 물어도 누구하나 속 시원한 대답을 해주는 이가 없었다. 결국 대학에 들어가 스스로 연구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래서 확실한 해답을 얻었나?

"그렇다. 우리말에 '죽으시-'라는 어형은 없으며, '죽으시-'라는 표현이 가능한 경우는 '풀이 죽으셨다'든가 '기가 죽으셨다' 등 죽음과는 상관없는 경우에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또 앞서 언급했듯 '사역'의 영어번역어는 'employment'인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교회에서는 이를 'ministry', 혹은 'work' 등으로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 아마 '사역'의 원뜻을 모른 채 임의로 그렇게 쓰다 보니 그대로 굳어진 것 같다.

-그래서 책을 통해 바로잡고자 한 것인가?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시급히 고치지 않으면 '사역'의 경우처럼,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자신들의 고용살이를 당당히 드러내고 다니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책에는 이것 말고도 한국교회가 비판 없이 잘못 쓰고 있는 용어 20개를 선정해, 그것이 왜 잘못된 것인지를 밝히고 있다."

-'가라지'라는 표현을 쓴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잘못된 용어는 신학 자체를 혼란스럽게 하기 때문에 그것을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는 생각에서 '가라지'라고 썼다."

 

교회에 뿌려진 가라지 용어들
▲교회에 뿌려진 가라지 용어들

-언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이렇게 꼼꼼히 따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법도 개정할 수 있지만 그 전까지는 반드시 지켜야 하지 않나. 그래야 질서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언어는 그것을 쓰는 사람의 삶의 모습을 나타내기에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규호 선생이 쓴 「말의 힘」에도 나오는 것처럼, 언어가 빈약한지, 풍부한지, 모호한지, 분명한지, 혼돈상태에 있는지, 정리되어 있는지 등을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 역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잘못된 용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일을 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특히 목회자들이 잘못된 용어를 쓰면서도 그것이 잘못인 줄 모른다는 점과, 그렇게 쓰고 있는 용어들 중 습관처럼 굳어져 고치기 어렵게 된 것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 이면에는 국어에 대한 무관심과, 관련 전공자가 많지 않은 현실이 있다고 본다."

-용어를 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다음과 같은 용어의 의미를 정확히 알면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①관습적 지시 ②언어의 다의성 ③언어의 선택제약 ④의미자질 등인데 각각의 구체적 의미는 책에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은?
  
"우선 한국교회가 특강이나 세미나를 통해 우리말 교육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국어 전문가도 양성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립국어원처럼 한국교회에도 우리말 연구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바른말 기독교용어 사용을 선도해 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