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믿는 청년 김건희씨(왼쪽)가 광화문에서 노점을 하며 시를 쓰는 뇌병변장애를 가진 정재완 시인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오상아 기자
예수 믿는 청년 김건희씨(왼쪽)가 광화문에서 노점을 하며 시를 쓰는 뇌병변장애를 가진 정재완 시인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오상아 기자

예수 믿는 청년, 김건희. 기자는 SNS를 통해 그에 관한 동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지하도에 있는 노숙자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그들 한명 한명에게 '아버지'라 부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길을 가면서는 한 명 한 명에게 필요한 일 있으면 연락달라며, 한 할머니에게는 지낼 곳을 구해주고 싶다며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명함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예수 믿는 청년' 김건희입니다" 라고 쓰인 명함이었다.

지난 4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김건희 씨(극단 '배우는 사람' 대표)를 만났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고 하신 말씀처럼 '예수 믿는 청년'의 빛이 참 밝아 사실 만나기 전 내심 부끄러웠다.

자기 손해 보면서 '선한 행실'을 하는 것이 드문, 그래서 선한 일 하는데 용기가 좀 필요한 시대가 아닌가?

그래서 그도 "늘 용기를 내며 살고 있다"고 했다.

연극배우이기도 한 그는 "아무리 좋은 공연을 준비해도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보러올 힘이 없는 것 같다"며 "그래서 찾아가서 박수쳐주고 조명 비쳐주고 그 사람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외쳐준다"고 말했다.

"그러고 싶어서 삶과 연극이 섞여 버린거에요. 이게 무대에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무대에서도 연기 안 하고 삶에서 만났던 얘기 하면 되니까...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극배우라서인지 인터뷰를 하는데도 그의 이야기는 깊은 마음들이 같이 묻어 나오는 영화의 장면들 같이 다가왔다.

"누가 격하게 환영해 준적이 언제세요? 저는 노숙자 아버지들이에요. 술한잔 드시다가도 저를 보면 벌떡 일어나세요. 그러시면서 '술...죄송합니다'이러세요. 저 눈치볼 것도 없고 인생 선배들이고 그러신데도요. 마음이 얼마나 가난해지면 저렇게 할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만나자마자 마음이 울컥해요."

"선생님, 술 한 잔 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날씨 추워서 그러신 거잖아요"

"선생님은 내 마음 아시네"

"그래도 내 술 기운에 기도도 합니다"

"우리 아버지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아버지, 무슨 기도 하세요?"

"죄송하다구요. 잘못 했다고요"

김건희 씨는 "너무 사람 냄새 나지 않아요?"라며 이 이야기를 나눴다.

(Photo : ) ▲김건희 씨는
김건희 씨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했다. 위(胃)가 안좋은 친구에게 선물로 귤을 준비해서 친구 기뻐하라고 귤에 아기자기한 그림을 그려서 줬더니 친구가 받고는 기뻐했다고 한다. 그래서 노숙자 아버지들 줄 귤에도 그림을 그렸다.

"한 노숙자 아버지가 아침에 음식이 손에 닿으니 자기가 짐승 같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래서 죽으려고 했는데 맨 정신으로 안 되니 술을 먹으신 거에요. 그러던 차에 제가 귤을 드렸는데 아버지한테는 거기에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 그게 선물로 느껴지신 거에요. 선물은 사람한테 주는 것 아니냐고 하시면서 나도 사람이면 살아야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런 훈훈한 일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김 씨는 "속상할 때는 저 때문에 예수님이 오해될까봐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해요. 그 마음을 추스리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라며 "그때는 하나님 마음이 답이구나 싶다"고 말했다.

"누가 말이 안 통하게 나오는 모습을 보면 그 안에 내 모습도 있어요. 저도 지키지 못할 약속도 하지 싶고요. 그분들 통해 그게 들통나고 드러나는 거죠. 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면 하나님 주신 복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마음을 잡고 있는 것 같아요."

김건희 씨는 "사과할 상황이 아닐지라도 한 줄일지라도 먼저 사과를 한다는 것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그 사람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며 "다음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고 기다려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랑은 오래 참는다는 그 세계관을 벗어나는 세계를 살게 돼서 아픈 세상을 살게 된 것 같아요. 어린아이만 아픈 것도 아니고 할아버지만 아픈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이 아픈 것 같고요 아프니까 눈치 보지 말고 울게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도 않잖아요."

김 씨는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한 또 다른 아픈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오죽 했으면 저같은 사람이 이렇게 부각될까요?"라며 " 저는 그저 그 아픔을 함께 하는 것 뿐이에요. 이렇게 살때 저는 살아있는 것 같고요"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수 믿는 사람은 아직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믿고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걸로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거에요"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