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크에서 나벽수 기자(왼쪽)와 이규현 목사가 함께한 모습. ⓒ이대웅 기자
북토크에서 나벽수 기자(왼쪽)와 이규현 목사가 함께한 모습. ⓒ이대웅 기자

부산 수영로교회 부임 5년째를 맞은 이규현 목사가 한 기자와의 대담을 통해 자신의 목회관과 교회관을 풀어놓은 「까칠한 벽수 씨, 목사에게 묻다(두란노)」 출간을 기념해 최근 서울 서빙고동 두란노서원에서 북토크를 열었다.

북토크는 '나벽수'(기자)가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질문하면 '열혈샌님'(이규현 목사)이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그 주요 내용.

-저는 천직을 잘 찾은 것 같은데요, 목사님도 목회가 천직이신가요. 힘들진 않으신가요.

"목사는 목회가 즐거워야지, 안 그러면 못 합니다(웃음). 행복하지 않으면 할 수 없지요. 대형교회는 미팅도, 설교의 양도, 사건들도 많아서 힘듭니다. 하지만 청중이 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아주 많고, 수없이 몰려오고, 그 중에서 은혜받고 변화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 '이거 하다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금요일에도 설교를 3번이나 하지만, 어떨 때는 마치 '링 위에 올라가는 복서'처럼 흥분되는 마음으로 서서 기다립니다. 몸은 파김치가 될지라도, 영혼은 즐겁습니다. 제겐 완전히 천직입니다. '잘한다 못한다'를 떠나, 설교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저는 목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변화(transformation)'입니다. 목회 가운데 성도의 변화가 일어나면 행복합니다."

-부활절 특별 새벽기도회(특새)에 참석했는데, 예배 시작 전부터 많은 분들이 본당에 계셨습니다. 동원하신 게 아니라면서요.

"이민교회를 섬기다 한국으로 와 보니, 피로증후군이 많아 보였습니다. 목회자가 교인들을 끌고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 하다 보니 교인들이 지치는 것이지요. 프로그램을 이수하지만, 삶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 교회 목사님이 어느 세미나에 가신다'고 하면 교인들이 겁부터 냅니다(웃음).

강요하고 집어넣어서 따라와야 좋은 신자가 되는 것처럼 만들어 놓은 구조는 피로를 유발합니다. 따라가다 지쳐 버리지요. 본인들이 스스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동원성' 연락을 모두 못 하게 했습니다. 강제로 데려와서, 정작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면 낙심만 됩니다. 결국 내용(콘텐츠)의 싸움이지요.

직장인들은 수요 저녁예배에 식사도 못한 채 지쳐서 들어옵니다. 그냥 보내면 죄 아닌가요. 영적으로 뭔가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맛있는 식당은 알아서 찾아가듯, 말씀과 내용의 싸움이지 분위기나 프로그램, 인위적 조작으로 되는 게 아닙니다. 저 자신도 억지로 하는 스타일이 아니구요."

-예배란 무엇인가요. 예배가 예배다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배를 어떻게 디자인하고, 순서를 짜고, 어떤 악기로 구성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예배 안의 기름 부으심, 그리고 성령의 임재입니다. 하나님이 임하셔야지, 우리끼리 모여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분께 압도당하는 '신적 경험'이 일어나야 합니다. 우리가 현대적 음악을 사용하면서 흥에 겨워 좋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하늘이 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도 그분께서 목회자의 입을 통해서든 청중에게 깨닫게 하셔서든 말씀해 주셔야 하지요. 그래서 인위적 순서보다는 철저히 하나님께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금요 철야기도회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어떤 명절이나 축제보다 신나야 합니다. 흥분과 감동과 충만이 있고, 어떤 시간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기뻐할 수 있도록 해야지요. 10시부터 1시간 설교하고 기도회를 거의 새벽 1시까지 서서 직접 인도하는데, 은혜가 있습니다. 서 있는 이유는 회중과 함께하고, 영적 지도자로서 기도의 한가운데에서 '방화벽'을 세우기 위함입니다. 회중과 공간 가운데 사단의 역사를 막고, 회중 전체가 깊은 기도로 나아가 영적 충만함을 받도록 함께합니다. 기도하는 분위기라, 그 안에 있으면 저도 좋습니다."

-설교에 대한 생각을 말씀해 주십시오.

"설교자로서 메시지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겠지요. 저는 텍스트(Text)와 콘텍스트(context)를 중요시합니다. 말씀 본문이 그대로 잘 드러나게 하는 것이 첫 번째 사명이라고 믿습니다. '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니라 본문에 근거하여 본문 안에서 하나님의 본래 의미를 잘 파악하고 드러내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말씀의 종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지요.

그리고 '두 세계'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도 그렇지만, 목회자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이 좀 부족하지 않나 반성해 봅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 말입니다. 당연히 말씀이 맞지만, 그냥 던져 버리니 소화가 안 되는 것이지요. 이 말씀이 오늘 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잘 전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개념화된 것을 현대적 의미와 언어로 잘 풀어내 우리 가슴에 와 닿는 메시지로 만들어 줘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고통당한 사람에게 우리는 너무 쉽게 처방을 내립니다. '기도하고 승리하세요', '믿으면 됩니다' 등이 맞는 말이지만, 여기에는 그 사람과 함께 고통 가운데로 들어가는 과정이 없습니다. 완전하지 못하지만 공감하려는, 그 고통과 함께 몸을 뒹굴면서, 힘들지만 함께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도 우리 고통을 제거하신 분이 아니라, 고통 한가운데로 들어오셔서 충분히 느끼시며 불쌍히 여기신 분 아닙니까. 그런 몸부림과 고뇌, 공감의 작업이 조금 더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피곤한 주일 밤에도 부교역자들의 심방 기록들을 일일이 다 읽습니다. 그것을 몸에 담고, 현장과 설교가 괴리되지 않도록 현장 속으로 들어 공감하고, 시장의 언어로 이를 풀어내고자 합니다. 그래서 설교가 '명령형'보다는 함께 고통과 어려움을 통과하자는 '청유형'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설교 준비를 어떻게 하시는지요.

"오전 시간은 외부와의 연락을 일체 끊고 설교 준비에 할애합니다. 낮 12시 전에는 아무도 안 만납니다. 수도원에 있는 것처럼 저 자신을 감금시켜 놓고, 철저하게 오전 시간을 보호해서 주초에 빨리 준비해 버립니다. 특히 월요일이 중요한데, 주일예배와 금요철야 설교의 기본 틀을 다 잡아 놓습니다. 시간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팅이 많은 오후에는 독서를 주로 합니다.

가급적 외부 집회나 미팅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주로 방 안에 앉아 있습니다. 오늘날 대형교회 목회자로서 '수도원적 삶'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삶을 극기하고 절제하려 노력합니다. 식사도 우리 목사님들과 주문해서 먹는 편입니다. 처음 수영로교회에 와서 로마서를 강해했고, 최근 30주 계획으로 '십계명'을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은 기준이 무너진 시대인데, 교인들도 그렇지 않은가 하는 마음이 들어서 십계명을 선택했습니다."

-'목양의 1번지는 성도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목회자들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시는데(웃음)....... 「내면 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을 쓴 고든 맥도널드는 '목회자의 설교는 설교자 자신의 영혼을 전시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시카고 윌로우크릭교회 빌 하이벨스 목사도 '목회자 심장의 한가운데에 무엇이 있는지 성도는 정확히 안다'고 말했습니다. 성도는 설교를 들으면 목회자의 영적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성도님들은 이제 설교를 듣지 않고 '보고'자 하십니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가리키는', 보여 주는 목회 말입니다. 설교가 어렵겠습니까, 그렇게 사는 게 어렵지. 설교자로서의 살려면 자신의 영혼을 돌봐야 한다는 것은 기본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40년간 광야 생활을 이끌었던 모세도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려웠을 것입니다. 결국 가나안을 목전에 두고 분노하면서 반석을 두 번 치는데, 백성들의 노예 근성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성도가 아니라 목회자 한 사람이 영적으로 자라가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교회의 모든 문제의 원인은 목회자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도는 죄가 없어요(웃음). 교회의 문제는 목회자의 문제입니다. 변화되지 않는 성도가 있다 해도, 끊임없이 자신에게서 문제를 찾아내야 합니다. 성도의 수준이 바로 내 수준입니다. 날마다 자신을 성찰해야 합니다.

한 교회의 운명은 담임목사가 어떤 순례의 길을 가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교인들이 요구한다 해서 뭐든 완벽히 해내는 영웅이 되고자 해선 안 됩니다. 성도가 많이 성숙해졌기 때문에, 이제 좀 비켜서서 영혼의 순례에서 동반자로 이끌 수 있도록 격려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책임질 순 없지 않겠습니까."

한편 '도전자' 입장에서 책을 집필한 나벽수 기자는 북토크 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책을 통해 이규현 목사님, 저 나벽수, 수영로교회 모두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목회관-이것이 목회이고 목양이다, 내 양을 이렇게 키우면 좋겠다-만 드러나길 바란다. 이 목사님의 말씀을 통해 잘 드러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