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목회와사역연구소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정후 집사, 성기문 교수, 우한별 목사. ⓒ김은애 기자
(Photo : ) 현대목회와사역연구소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순서대로) 이정후 집사, 성기문 교수, 우한별 목사. ⓒ김은애 기자

 

 

'평신도와 가나안 성도를 위한 구약 해석 세미나'가 3월 3일부터 17일까지 매주 목요일 세 차례 서울 용산구 청파동 삼일교회에서 열리고 있다. 현대목회와사역연구소(소장 우한별 목사)가 주관하는 이번 세미나는 3주 동안 각각 토크쇼(3일), 대담(10일), 강의(17일) 형식으로 진행된다. 

3일 '한국교회 구약 적용, 왜 문제인가? 사례와 해석의 원리'를 주제로 열린 토크쇼에는 대신총회신학원의 성기문 교수, 가나안 성도로 지낸 경험이 있는 이정후 집사, 우한별 목사 3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각 각각 교수, 교인, 목사 입장에서 한국교회 구약 해석의 오류와 문제점,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우한별 목사는 시작에 앞서 "한국교회에서는 성경 오독으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데, 신앙과 삶에 대한 해석이 되지 않아 힘들어하고, 말씀을 이용해 잘못된 선택을 정당화하기도 한다"며 "이런 부분들이 한국교회를 멍들게 하고 가나안 성도를 발생시킨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점의 이면에는 구약성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문자주의에 사로잡힌 잘못이 있다"며 "때문에 이번 세미나를 통해 성도에게 어떤 관점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봐야 하는지를 제시하려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성기문 교수는 먼저 한국교회가 성경을 오용하게 된 원인으로 '목회자들의 성경 해석 권한 독점'을 꼽았다. 그는 "목회자들이 성경 해석의 권한을 독점하면서 성도의 의문과 질문을 금지시켰다"며 "다양한 관점이나 사유는 위험하다고 판단해, 가르침이 획일화·단편화됐다"고 했다. 

이정후 집사는 "성경을 읽거나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궁금증이 생기는데, 목사님은 질문하는 것을 싫어하시는 것 같다"며 "성도 간에 성경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나눌 기회도 적었다"고 했다. 또 "성경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면 혼자서 신앙서적이나 주해서를 찾아볼 때도 있는데, (목사님은) 이것도 안 좋아하시더라"며 "혼자서 성경공부를 하는 성도에 대해, 교회에서는 목사님과 등을 지거나 각을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교인들이 이단으로 몰려서 교회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가나안 교인이 되기도 한다"고 했다.

우 목사는 "가나안 성도 사역을 하고 있는데, 이단들이 가나안 성도를 포섭하는 것을 많이 봤다"며 "또 교회에서 평신도를 대상으로 성경을 가르치지 않다 보니, 이단들이 잘 활약할 수 있는 여지와 터전을 마련해 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한 예로, 구원에 대한 이해가 자기중심화되다 보니 구원파가 활약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교회 앞에 '신천지 출입금지'를 붙여 놓고 신천지의 위험성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 성도를 대상으로 성경공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성 교수는 "어릴 때 열심히 교회를 다니던 성도가 관계성이 틀어지거나 성경공부의 부재 등으로 교회를 이탈하게 되면, 교회를 대적하는 성향을 갖게 되는 것을 많이 봤다"며 "교회가 신앙적으로 포용력을 가지고 가나안 성도를 보듬어 주고, 성경에 대한 바른 관점을 가르치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성 교수는 성경 오용의 또 다른 원인으로 '실용주의'를 꼽았다. 그는 "목회자들이 은혜를 끼쳐야 한다는 과도한 목적지향적 설교를 하다 보니, 과정이나 동기가 상실되고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도한 비유 해석과 본문 이탈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또 "설교의 예화가 아름답고 감동적인데, 진실 규명(?)이 안 된 예화로 설교하기도 한다"며 "물론 예화는 성경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부차적인 요소지만, 은혜를 끼치려면 뭐든 된다는 식은 잘못"이라고 했다.

이 집사는 "신도 입장에서 설교를 듣다 보면 목적이 뻔히 보일 때가 많다"며 "설교의 끝은 '헌신해라', '헌금 많이 해라' 등이었고, 심하게는 '헌금 안 하면 저주를 받는다'는 식의 설교를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또 "교회에 가면 안식을 얻고 하나님과 인격적 교제를 하고 싶은데 사실상 어렵다"며 "교회에 일하러 가는 것 같을 때도 있고, 좋은 성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예배에 몇 번 참석하고 헌금을 얼마나 하는지' 등이 되는 것 같아 씁쓸할 때도 있다"고 했다.

구체적인 성경 오용 사례에 대해 성 교수는 ▲창대하리라(욥 8:7) ▲사르밧 과부(왕상 17:8-16) ▲일천번제(왕상 3:1-15, 대하 1:3-12) ▲벧세메스로 가는 소(삼상 6:12) ▲죄의 용서(레위기 6:1-7) ▲정복자 하나님(여호수아서, 사사기) 등을 꼽았다. 

그는 욥기서의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씀에 대해 "본문 전체 문맥을 보면 복에 대한 말씀이라기보다는, 의인인 욥이 고난을 당하는 모습을 보며 친구들이 '너의 죄를 회개하면 하나님께서 용서해 주실 것'이라는 식으로 비꼬는 말씀"이라며 "이 말씀을 식당이나 회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욥이 살아서 한국의 식당에서 이 구절을 봤다면 뒷목 잡고 쓰러졌을 것"이라고 했다.

'일천번제'에 대해서는 "소원 성취의 수단 혹은 헌신의 척도로 설교한다"고, '벧세메스로 가는 소'에 대해서는 "소와 같이 최선을 다해 헌신하고 마지막에 죽으라는(?) 식으로 설교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구약의 하나님에 대해 잔인한 정복자로 오해하기도 하고, 물리적 전쟁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여 절에 가서 불상을 실제로 파괴하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며 "이는 영적인 전쟁에 대한 문자적 해석이 빚은 오용 사례"라고 했다.

'헌금과 십일조'(말라기 3장)에 대해서는 "목회자들이 십일조나 헌금을 의무화하고 헌신의 척도로 삼기도 하고, 십일조를 하지 않으면 도둑질하는 자라고 설교하기도 한다"며 "십일조의 의무 여부, 혹은 사용처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높은뜻정의교회의 '정의헌금' 같은 식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의헌금'은 매월 셋째 주일 교인들이 교회에 헌금하지 않고 직접 선교와 구제에 사용하도록 한다. 그는 "헌금에 대한 강박관념을 갖지 않아 보는 것도 헌금을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