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갑 목사. ⓒ이대웅 기자
이상갑 목사. ⓒ이대웅 기자

지난 10년간 무학교회에서 청년들과 동고동락해 온 이상갑 목사가 청년목회 단상들을 모아 <설래임>을 출간하고, 기자간담회를 최근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개최했다.

책 제목인 '설래임(說來臨)'은 '오늘 말씀이 내게 임하다'는 의미로, 이 목사는 소셜네트워크 페이스북에 청년사역연구소를 개설하고 '설래임'이라는 이름으로 '편지'를 써 왔다. 내게 임한 말씀으로 인한 '설렘'이라는 의미도 있다. 그가 온라인 연구소를 개설한 이유는 "예수님 당시엔 모든 길이 로마로 통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 목사의 글에는 오랜 기간의 청년사역 경험이 녹아 있어 구체적이고, 청년들이나 그들을 지도하는 사역자들을 위한 실질적 팁(tip) 또는 통찰이 담겨 있다. 책에서는 청년들이 주로 맞닥뜨리는 직장과 일, 비전과 진로, 연애와 결혼, 신앙생활과 공동체 등 4개 영역과 함께, 인생 전체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을 성경 말씀을 토대로 전달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목사는 '말씀'과 '씨름'이라는 단어를 반복해 사용하면서, "말씀을 붙들고 그대로 살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청년들"이 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의 청년사역연구소에서도 "우리의 바쁜 일상에 말씀을 담아내려는 씨름이 필요하다"며 "말로만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 잘 믿기지 않지만, 삶의 한 자락이라도 그분을 담아내려 말씀 한 구절이라도 붙들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왠지 감동이 된다"고 전했다.

이상갑 목사는 "처음 청년들을 맡았을 때는 다른 목회자들처럼 '열심히 해서 부흥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는데, 3-5년차가 되면서 '어떻게 하면 청년들을 도울 수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며 "7년 정도 되니 청년들의 성장 과정을 순차적으로 지켜보게 됐고, 가족이나 조카처럼 느껴졌다. 그러면서 우리 청년들의 문제를 단순히 '사역자와 청년'이 아닌 '가족'의 문제처럼 여기게 됐고,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조카'라는 생각으로 다가갔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과거에는 청년사역이나 청년들을 일컬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렀지만 지금은 거위 대부분이 '죽은 상태'로, 청년대학부가 없는 교회가 부지기수이고 있는 교회들마저 10-3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청년 리더십이나 그들의 실질적 고민에 대해 성경적으로 씨름하고 답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오늘날의 청년사역을 '미전도종족'에 비유하곤 하는데, 과거와는 사고하는 패턴부터 행동, 접근법, 사역 방식 등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기성세대들은 '내가 왕년에...'라고 말씀을 시작하지만, 요즘 청년 세대들에게는 그런 말이 통하지 않는다. 과거 세대는 권위주의와 수직적 명령 체계를 따라 생활했고 형제자매도 3명씩은 있었지만, 요즘은 형제가 1-2명에 불과한 데다 빈곤도 경험하지 못하는 등 모든 것들을 이들의 눈높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갑 목사는 "그러나 한국교회가 이러한 부분에서 잘 못하고 있지 않나 한다"며 "캠퍼스 선교단체들이 과거 반토막 났고, 최근에는 교회 청년대학부들이 반토막 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10년 뒤에는 기존 교회들 자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목사는 "어찌 보면 지금의 청년 사역은 '마중물'의 관점이 필요하다. 아무리 다급해도 마중물을 먹거나 쓰지는 않는데, 안타깝게도 최근 한국교회는 마중물을 마시고 있는 느낌"이라며 "마중물은 마시면 옆사람과 함께 죽지만, 잘 이용하면 다시 물이 흘러가도록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은 청년들이 여러 이단에 미혹되고 있고, 기존 청년들마저 교회에서의 봉사와 섬김에 지쳐 잠수를 타고(떠나가고) 있다. 요즘 회자되는 '가나안 성도'는 고상한 표현이고, 제게는 '잠수탄다'는 말이 더 와 닿는다"며 "이러한 청년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양육훈련을 받지 못했다는 특징이 있다. 봉사하다 점점 지치면서 어느 순간 사라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목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성경은 결코 몰상식하지 않고 기독교라는 신앙 자체는 결코 비이성적이지 않음을 말하면서, 그렇다면 기독교에서 말하는 본질이 무엇인가를 최대한 성경이 말씀하시는 대로 담아내고 싶었다"며 "청년들의 이탈률이 지금처럼 늘어나고 청년들을 빨리 말씀으로 세우지 않는다면, 한국교회가 유럽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했다.

이에 대한 기성세대의 역할로는 "'삶이 메시지'라는 사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부모들이 말씀대로 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녀들이 입에 조금 쓰다 해서 그 모습을 따라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는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들에게 말씀을 먹이길 원한다면, 그들부터 말씀을 통해 달라지는 모습이 보여야 한다"며 "아무리 이야기해도 통하지 않을 것 같지만, 청년 세대들은 계속해서 '길'을 찾고 있다"고 했다.

주제는 요즘 '7포 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는 "개인적으로 청년 시절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씨름하면서, 현상이나 상황 속에 갇히는 게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게 하는 힘이 말씀에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환경과 상황과 여건에 사로잡히면 거기서 빠져나올 길이 없지만, 하나님 말씀에 사로잡히면 현실에 자포자기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말씀을 통해 가능하다"고 했다.

이상갑 목사는 "스펙(Spec)보다 스피릿(Spirit), 스토리(Story)"임을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요즘에는 3포, 5포를 넘어 'N포(많은 것을 포기한) 세대라고도 한다"며 "기독 청년들이라면 포기해선 안 되고,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나님과 말씀에 흐르는 '스피릿'이 생길 때 이 스피릿이 결국 그 인생을 빚어갈 것"이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또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를 '약속의 땅'으로 믿고 척박한 땅을 일궜듯, 사랑하는 청년들이나 성도님들도 광야 같은 세상이라도 말씀을 붙들고 치열하게 씨름한다면 광야에서도 반드시 꽃을 피울 수 있고 그러한 씨름 가운데 생겨나는 것이 바로 '스토리'"라고 했다.

이 목사는 "그러려면 '성공'의 개념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이제까지 세상에서 말하는, 즉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오르고 많이 소유하고 좋은 대학 가는 것을 기독교에서도 성공이라고 했는데, 기독교인들의 성공 개념은 말씀을 붙들고 삶으로 연결하기 위해 치열하게 몸부림치는 것이 돼야 한다. 그렇다면 모두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스피릿'이 생기지 않는 것은 '제자훈련을 통한 씨름'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씨름을 경험한 청년들은 말씀을 삶으로 연결하려는 치열한 작업들을 해 나가는 것을 많이 지켜봤다. 저는 그래서 청년들을 '제자훈련에 참여시키려는 씨름'을 많이 했었다"고 회고했다.

이상갑 목사는 "제 이야기가 100%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더 좋은 답을 주실 수 있는 분들도 물론 있으실 것"이라며 "제가 고민하고 씨름해 온 기록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