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실천신학회(회장 김한옥) 제56회 정기학술대회가 '교회의 정체성을 밝히는 실천신학'을 주제로 16일 경기도 군포 한세대학교 신학관에서 열렸다. 총 7번의 발표가 진행됐다.
"더 이상 종교적 감정 맛볼 수 없는 장소가 됐다"
가장 먼저 '교회를 살리는 바람직한 영성신학의 방향'을 제목으로 발표한 유해룡 박사(장신대)는 "산업시대의 경제와 더불어 성장해 왔던 한국교회는 신화적인 성공과 성장 메시지를 쏟아냄으로써, 성공과 성장을 꿈꾸고 살았던 그 시대 사람들의 갈망과 잘 맞아 떨어졌고 그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어 왔다"고 했다.
유 박사는 "당시에는 세상과 교회의 성공 기준이 하나였다. 그래서 교회로 몰려든 성도들은 교회의 가르침과 의무에 그 어느 때보다 충실했고, 교회에 봉사하는 것을 보람으로 여겼다"며 "그러나 이제는 헌금과 봉사의 의무를 강요와 세속적인 요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고 지성적으로 깨어난 사람들은, 성공과 성장보다는 삶의 의미를 찾기 시작했다"면서 "그리고 매우 분주하고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식과 쉼이다. 그들은 경쟁적이고 성공신화적인 이야기가 신앙생활에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유 박사는 "루돌프 오토(Rudolf Otto, 1869-1937)에 의하면 종교 감정은 '압도적인 신비'이자 '매혹적인 신비'라는 '성(聖)스러움의 경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그러나 개신교회의 분위기는 이러한 경외감과는 정반대의 감정요소를 자아내고 있다. 즉 활기차고, 생동력 있고, 일상생활과 밀착되는 것 같지만 더 이상 종교적 감정은 맛볼 수 없는 장소가 되고 있다는 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그리스도인이란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서 거룩함을 이루어 가는 존재인데, '성스러움의 접촉'이 일어나지 않는 곳에서 그리스도인이 영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여기서부터 신앙생활의 내적 의미 곧 영성의 문제가 대두된다"고 했다.
유 박사는 '영성'이 회자되고 있는 배경에 대해 △종교와 문화를 통해서 표현되는 인간 존재의 독특한 특성을 설명하고, △개인적 경험의 차원과 △신학과 활발한 교류가 있는 '영성신학'적 입장에서 영성의 의미를 추구하기 위한 것으로 요약했다.
특히 그는 "기독교 영성신학에 있어 이미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성서신학과 조직신학, 역사신학 등의 도움을 구하지 않고는, 영성신학의 진정성을 가늠할 다른 방도가 없다"며 "영성이 인간의 삶의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신학은 그 삶의 방식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제공함으로써 진정성 있는 영적 삶을 계승해 가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유 박사는 "오늘 교회를 살리는 기본적 영성신학은 세상과 문화 및 각 종교와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고, 한 개인의 영적 갈망을 해소할 수 있으며, 그러한 경험들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면서 진정성 있는 실천적 방식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며 "그러므로 오늘의 영성신학은 이 세상과 보편적인 인간성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타자와 자기 자신과의 성숙한 소통으로 발전할 수 있어야 하고, 동시에 그러한 소통 안에 하나님과의 관계적 측면을 해석해 주고 발전하게 하는 신학적인 통찰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반전 추구하는 성경의 '구속 내러티브' 설교해야"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승진 박사(합동신대)는 '설교 플롯과 반전의 깨달음'을 제목으로 한 발표에서 "현대 한국교회 안에서 설교가 하나님과 신자 사이의 영적인 친교와 연합을 촉진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설교하면 신자들은 그 메시지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목회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나 견해라고 폄하하는 경우들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했다.
이 박사는 "현대 설교에서 설교자와 신자들 사이의 소통이 실패하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강단에서 설교자가 신자들을 무시하거나 자신과 다른 존재로 차별하기 때문"이라며 "설교자가 청중을 자신보다 영적으로 열등한 존재나 혹은 영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존재로 생각하고 설교하면, 청중은 그 설교 메시지에 마음을 열지 않고 설교 메시지를 경청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또 "현대 설교가 하나님과 청중 사이의 영적인 친교를 이루지 못하고 설교자가 두 세계를 중재하는 중재자의 역할을 잘 감당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로, 설교자가 강단 위에서 청중을 그들의 고유한 정체성이 제거된 비인격적인 사물처럼 간주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고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 박사는 프랑스 철학자 레비나스(Levinas)의 '이타적 자아' 개념을 언급했다. 그는 "설교자가 설교 메시지의 선포를 통해 하나님과 회중 사이의 영적인 친교와 연합을 시도할 때, 회중을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자신과 전혀 다른 존재로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박사는 "그보다 청중은 설교자의 내면을 고발하는 설교자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라며 "청중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설교자 자신의 무지와 불신앙을 고발함과 동시에, 그 불신앙을 극복할 하나님의 말씀을 요청하는 하나의 간절한 외침과 절규로 설교자에게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또 "하나님의 말씀 선포로서의 설교가 청중의 영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그 설교는 어떤 식으로든 하나님의 세계와 청중의 세계 사이의 무한한 질적인 차별성과 심연의 간격을 서로 연결할 뿐만 아니라 두 세계로의 급격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현격한 반전의 과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 선포로서의 설교가 두 세계 사이의 현격한 반전을 이끌어내려면, 설교의 3요소인 내용과 형식, 그리고 목표가 설교학적인 반전을 중심으로 통합되어야 한다"며 "달리 말하자면 설교의 내용이 두 세계를 언급해야 하며, 설교의 형식이 두 세계의 반전 과정을 담아야 하며, 설교의 목적은 청중이 설교를 통해서 두 세계 사이의 현격한 반전과 변화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 박사는 "성경이 제시하는 대반전의 드라마는 하나님이 역사 속에서 자신을 계시하시며 통치권을 행사하시는 내용에 관한 구속 내러티브(redemption narrative)로 보존되어 있다"며 "따라서 설교자는 대반전을 추구하는 성경의 구속 내러티브를 설교해, 이를 듣는 청중에게서 무지에서 깨달음으로의 대반전이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결국 설교자가 일차적으로 성경이 제시하는 이타적인 자아에 관한 반전의 깨달음을 설교로 전달하면 청중도 이타적인 자아에 관한 깨달음을 통해 변화를 받을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깨달음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으로 누적될 때 신앙 공동체 전체가 이타적인 자아에 관한 섬김의 내러티브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밖에 이날 학술대회에선 정근하 박사(조선대)가 '교회 오너십의 관점에서 본 효과적인 일본 선교 방안 연구'를, 김형락 박사(서울신대)가 '기독교 예배의 근원적 샘을 찾아서: 삶의 예배, 예배의 삶'을, 정보라 박사(건신대학원대)가 '목회상담에서의 변화 이해: 거킨의 "영혼의 삶"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김경한 박사(제자들교회)가 '한국 성결교회 전도부인의 활동과 복음 전도 활성화에 관한 연구'를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