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신학과교회연구소(소장 이형기 박사, 이하 연구소) 공개세미나 '하나님나라와 지역교회'가 9일 오후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박사) 세계교회협력센터 새문안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 주제에는 지역교회들이 일상적인 예배와 교육, 선교와 구제, 친교와 행정, 재정과 지도력 등의 영역에서 어떻게 하나님나라의 가치를 지향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 연구소는 지난 1년 6개월간 10여 차례 모임을 통해 8명의 학자들이 발표한 논문들을 요약하여, 이날 한국교회 앞에 내놓았다.
이 중 한국일 교수는 '지역교회와 선교'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교회를 강조하는 신앙관을 형성했는데, 이런 특징은 일반적으로 비기독교 사회에서 박해와 핍박을 받으면서 신앙을 갖게 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신생 교회가 있는 아시아 지역 교회 중에서도 교회 중심적 신앙관은 한국교회에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으로, 이는 2천년 선교 역사에서 가장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국내적으로 복음화와 교회 성장, 그리고 해외 선교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 교수는 "교회가 존재 이유와 목적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하나님나라와의 관계에 대해 바로 알아야 한다"며 "교회는 선교의 주체가 아니라 하나님께 세상을 향해 파송받은 공동체이고, 교회가 선교하는 것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교회가 선교활동을 인식할 때, 파송하신 하나님의 뜻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이라며 "교회는 참다운 교회를 회복하고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기 위해, 시대정신과 세속주의의 왜곡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한국일 교수는 "그러므로 교회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면서 소통해야 하고, 지역사회 속에서 그들과 함께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면서 신뢰관계를 회복해야 한다"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하기(doing mission) 전에, 그들과 함께하는 관계(being mission)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교전략적 차원에서 전체 교회의 선교는 세상에서 공신력을 얻고 있을 때 가능하고, 이런 점에서 교회의 사회적 공신력은 선교의 인프라"라며 "하나님나라의 복음은 그것을 전달하는 '증인'으로서 지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지역사회에서 교회의 선교적 차원이 복음 증거와 사회적 책임을 함께 수행하게 될 때 선교의 효력을 얻게 됨을 의미한다"고도 했다.
한 교수는 "우리는 그 동안 '메신저 자신이 곧 메시지가 된다'는 사실을 소홀히 했다"며 "우리의 삶 자체가 전하는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는 증거가 되지 않으면, 전하는 내용 또한 신뢰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도를 향한 우리의 열심은 진실함과 정직함에 바탕을 두어야 하고, 말 뿐 아니라 세상에서 정의를 실현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돌보는 구체적인 실천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진정한 복음화는 교회들 간에 경쟁관계를 극복하고, 지역사회의 복음화를 위해 서로 연합하고 협력하는 관계에서 실현돼야 한다"며 "각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지역사회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고, 그곳에 속한 사람들과 열린 관계를 통해 진정으로 지역을 위해 섬기고 봉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일 교수는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도록 부름받았다는 것은, 선교적 소명이 교회 내 특별한 소수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교회는 평신도를 준비시켜 세상 속에서 증인으로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평신도가 매일의 생활 속에 그들이 처한 각각의 위치와 상황에서 복음을 전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는 신학적으로 평신도가 단지 목회자의 보조 역할 수행자가 아니라, 하나님나라를 위한 목회자의 동역자로서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인식하고 재능을 발휘하도록 인도해야 한다"며 "교회의 사회봉사적 역할은 바로 이러한 평신도들의 소명의식을 일깨우고 그들의 묻힌 은사들이 계발될 때 바르게 실현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 교수는 "평신도들의 관심이 교회 안에만 제한되지 않고, 자신과 같이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필요와 관심을 발견하게 될 때 교회의 선교사역 방향을 결정하고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평신도는 교회와 세상이 분리되지 않도록 다리를 놓는 사람들이자, 교회 안에서 뿐 아니라 교회 밖, 세상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은총을 경험하게 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회는 이러한 평신도에 대한 신학적 이해를 기초로, 하나님이 주신 풍부하고 다양한 자원들을 발견하고 개발하여 전문화할 책임이 있으며, 이들을 통해 이웃과 사회를 위한 봉사자로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