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잘 사는 것

 

김남준 | 생명의말씀사 | 224쪽 | 15,000원

책 <인간과 잘 사는 것>은 '인간은 누구이며, 인간의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김남준 목사(열린교회)의 대답이다.

김 목사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종양 제거수술' 때문이었다. 네 시간여의 수술을 마치고 마취에서 깨어나는 순간, 가장 먼저 그리고 명료하게 떠올랐던 생각은 '내가 아직 살아 있구나'였다고 한다. 김 목사는 다음 날, 마취가 풀리면서 수술 당일보다 더한 통증이 몰려온 가운데서도 '잘 사는 것'에 대한 집필을 시작해 열흘만에 얼개를 완성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으로서 잘 사는 것'은 '인간이 존재하는 목적'에 대한 질문이지만, 피조물인 인간 자신 안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 그것들은 인간과 세계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계획 안에 각각 의도를 갖고 창조됐으므로 하나님의 지혜에 대한 앎이 필요하고, 이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을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 기독교 신앙을 갖는다는 것은 복음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모든 사물의 가치와 질서를 재배열하여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행복도 '행복의 근원'이신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데 있고, 하나님께서는 관계적 삼위일체 안에 있는 행복을 인간들 사이에 수립되는 올바른 관계를 통해 확장시키신다. 그런데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깨어진 관계가 회복될 수 있는 길은 하나님이 주도하셔야 한다.

"한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을 받는 것은, 그가 참으로 인간에게 지정된 행복의 삶에 이르는 길에 들어서는 것인 동시에 인간으로 잘 사는 것이 가능한 길에 들어선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중생과 회심을 통해 그리스도인이 된 후에도 성화(聖化)를 통해 참된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부름받는 것은 참으로 하나님께서 창조 때 의도하셨던 인간으로 돌아가게 하시기 위함입니다."

김 목사는 책 옆에 놓인, 8년 된 구형 휴대전화기로 병실에서 이 책의 얼개를 작성했다.
 김 목사는 책 옆에 놓인, 8년 된 구형 휴대전화기로 병실에서 이 책의 얼개를 작성했다.

김 목사는 '잘 사는 것'을 위해 '거룩함'을 강조하고 있다. 신자가 되지 않고는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인간이 되어 잘 살 수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자기 만족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들의 행복으로 복을 누리는 그런 행복이다. 우리가 하나님의 기대대로 '거룩함' 가운데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 자체가 선교가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인간성과 삶의 관계는 '존재의 접힘과 펼침'의 관계이다. 인간성의 펼침이 삶이라면, 삶의 접힘이 인간성이라는 것. 그러기에 하나님께서는 중생과 회심 그리고 성화를 통해, 우리의 인간성을 재창조에 가깝도록 갱신하시고 그 갱신된 것을 보존하시고 더욱 새롭게 하심으로 하나님나라를 이뤄 가신다.

김남준 목사는 책에서 '무신론자'였던 시절부터 가졌던 '인간은 누구이며, 인간의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철학과 신학의 도움을 받아 제시하고 있지만, 아직 그 답 중 일부는 아직 충분히 자기 것이 되지 않았음도 겸허하게 고백한다.

"올바르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보다 오류가 있지만 익숙한 것을 따라 살고 싶어하는 저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때마다, 신앙 가운데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진리에 의해 선교되지 않은 저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한 신자로서 평생 지고 가야 할,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저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