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의 도화선이 된 '구동독 라이프치히 성니콜라이교회 월요평화기도회'의 지도자 크리스토프 보네베르거(71) 목사가, 3월 31일 오후 서울 방배동 홀리씨즈교회(담임 서대천 목사)와 동 교회 부설 기독교 대안교육기관 SDC인터내셔널스쿨을 방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선언 1주년을 맞아 우리민족교류협회 주관으로 개최된 '피스 코리아(PEACE KOREA) 국제심포지엄' 참석차 방한 중인 보네베르거 목사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며 기도하는 다음 세대들을 향한 사랑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성니콜라이교회 월요평화기도회는 처음에는 서독의 군비 증강에 반대하는 운동으로 진행되다, 80년대 중반 반전·평화·인권·여성을 위한 기도회로 발전했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당시 성니콜라이교회 담임 故 파레 C. 퓌러 목사와 함께 이 운동을 주도한 당사자로, 86년부터는 평화기도회를 직접 주관했다.
기도회 인원이 급증하자 독일 당국이 탄압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보네베르거 목사는 시민단체와 함께 인권활동을 계속 전개했다. 성니콜라이교회에서 '비폭력'을 주제로 한 설교는 조직적인 월요평화시위의 기폭제가 됐다. 보네베르거 목사의 주된 강론 내용은 산상수훈(마태복음 5장~7장)이었다. 그는 고통당하는 동독 주민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고, 89년 10월 8일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라는 제목의 호소문 3만장을 배포해 비폭력 시위를 이끌었다. 시위가 있은 지 한 달이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은 무너졌다.
보네베르거 목사는 이날 홀리씨즈교회에서의 강연에서 당시 평화기도운동을 펼치며 사용하고 기록했던 많은 자료들을 학생들에게 상세히 보여주며, '비폭력운동'과 '실천하는 크리스천'에 대해 열정적으로 전했다. 그는 "동과 서가 미사일을 마주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서로 간 마음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며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라는 성경의 말씀을 담아 포스터를 만들고 호소문을 작성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놀랍게 빠른 속도로 물결처럼 퍼져나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진정한 기도란 마음으로만 생각하고 주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모든 것을 활용해 하나님께 바쳐야 하는 것"이라며 총칼로 위협하는 군인들이 즐비했던 거리에 나와 데모를 펼쳤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다는 말씀처럼, 군인들이 총칼로 다가올지라도 두려워하지도 싸우지도 말고 사랑으로 기도해야 한다"며 평화행진을 이어갔고, 30여만 명이 참여한 시위는 독일 통일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하지만 통일을 열흘 앞두고 뇌졸중으로 쓰러져 15년간 실어증에 걸렸던 보네베르거 목사는, 건강을 회복한 뒤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유럽에서 자전거 행진을 펼쳐왔다. 그는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한국에서 평화의 자전거 행진을 펼치게 된다면 꼭 참여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촉박한 일정 불구 특별 방문... "최초의 통일 염원 청소년 기도회 격려하고자"
한편 보네베르거 목사가 촉박한 일정 속에서도 SDC인터내셔널스쿨을 방문한 것에 대해, 서대천 목사는 "SDC 학생들이 대한민국 최초로 남북통일을 위한 청소년 정기 기도회를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목사는 "독일의 통일을 주도해왔고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들의 통일 염원을 잘 아시는 목사님께서, 이 땅의 기도하는 다음 세대를 위로하고 격려하고자 방문하셨다"며 "청소년들이 온 몸과 마음을 다해 통일과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에 마음이 움직인 것 같다. 학생들의 기도가 한반도 복음 통일의 작은 초석이 되었으면 하고, 이를 계기로 전국적으로 청소년들의 통일 기도모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SDC인터내셔널스쿨은 예장 합동 소속 홀리씨즈교회 부설 사역기관으로, 지난 2월 14일 과천시민회관 대강당에서 '남북 평화를 위한 청소년 콘서트'를 개최했다. 2월 24일을 시작으로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정기적인 청소년 통일기도회도 열고 있다.
국제기독교학교연맹(ACSI)의 멤버십 기관이기도 한 SDC인터내셔널스쿨은 학생들의 이성·지성·감성·영성·체성의 균형 있는 발전을 추구하며, 매년 20~30명씩 UC버클리, 펜실베니아주립대, 워싱턴주립대 등 미국 명문대로 진학시키고 있다.
ACSI는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에 본부를 두고 세계 여러 나라에 기독교 학교 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는 복음주의적 기독교교육기관으로, 전 세계 100여개 국가 2만 4천여 회원학교들과 함께한다. 멤버십 기관은 그 자격만으로 미국대학과 해외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공식 학점과 학력과정이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