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휘튼대학교(Wheaton College) 필립 G. 라이큰(Philip Graham Ryken) 총장이 한국을 방문, 한동대학교(총장 장순흥 박사)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시더홀에서 협력의향서(MOU)를 체결했다.

휘튼대학교는 기독교 신앙과 학문을 함께 익히는 사립·기숙형·초교파 인문과학대학으로, 지난 1860년 설립됐다. 학부생 2,400명, 대학원생 480명이 수학하고 교수 203명이 재직 중이며, 초기 한국 선교사였던 사무엘 모펫(Samuel O. Moffett)과 세계적 기독교 지도자 빌리 그래함(Billy Graham) 등을 배출했다.

두 학교는 통합적 기독교 선교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고, 언어와 문화를 뛰어넘어 성경이 없는 곳에는 성경을 번역하며, 성경이 있는 곳에는 성경이 개인과 사회·문화 모든 영역에 구체적으로 실천돼 사회를 변혁시키도록 하는 일에 협력할 예정이다. 장순흥 총장과 라이큰 총장은 교수 교환, 미국 교사자격증 프로그램 협력 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원재천 교수(대외협력실장) 사회로 두 총장이 협약서에 서명한 후,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장순흥 총장은 "휘튼대는 한동대와 마찬가지로, 목회자를 양성하지는 않지만 기독교 정신으로 학생들을 교육하는 대학"이라며 "한국 기독교 역사 130년보다 20년 오래된 휘튼대와의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과 전 세계로 축복의 물결이 흘러가고 다음 세대를 일으키는 빛을 발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전했다.

필립 라이큰 총장은 "한동대와 휘튼대는 높은 교육의 질을 제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모든 교육에 그리스도께서 중심에 있으시도록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저희 학교는 선교사 자녀들을 입학·교육시키는 전통을 갖고 있고, 한국 유학생들과 2세 학생들도 많이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큰 총장은 "총장이 된 후 제 목표는 저희 대학이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 교육을 섬기는 것이고, 이를 위해 교육 체계를 세계화해야 함을 느꼈다"며 "학생들은 벌써부터 전 세계의 빈곤과 인종화합, 제3세계의 인신매매와 여성 폭력 문제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세계 복음화에도 큰 열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장순흥 총장(오른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동대 제공
 장순흥 총장(오른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동대 제공

특히 장순흥 총장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4/14 운동'을 위해서도 협력을 다짐했다. 미국의 루이스 부시 목사와 뉴욕 프라미스교회 김남수 목사 등이 앞장서고 있는 '4/14 운동'은, 하나님을 알고 헌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인 4-14세 청소년들에게 복음의 열정을 회복시키고, 그들을 영성과 인성을 겸비한 크리스천 리더로 양성하자는 캠페인이다. 한동대는 이를 위해 지난 18일 부산 수영로교회와 '4/14 운동'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장 총장은 "현재 한국교회는 청소년 복음화율이 3%에 불과하고, 예장 통합의 경우 소속 교회 중 절반에서 주일학교가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의식 있는 교회와 기독교 신앙에 기초한 대학의 협력을 통해, 성경적 원리에 부합하는 기독교적 문화 콘텐츠를 적극 개발해 청소년 세대를 위한 새로운 선교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위해 주로 교육과 문화 분야에 힘쓰고자 한다"며 "문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로, 두 학교와 교회들이 힘을 합쳐 좋은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전파하는 전략 등을 수립한다면 주일학교도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동대와 휘튼대는 그런 점에서 사회 각계각층의 기독교 지도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며 "저는 주일학교 교사도 굉장히 중요한 지도자 중 한 사람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필립 라이큰 총장은 미국의 사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현재 교회가 정체 상태에 있고, 젊은이들 중에서는 '무신론자도 아니지만 아무런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는 소위 'Nons(없음)'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복음은 청년들과 어린이·청소년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라이큰 총장은 "과거 세대는 '과연 기독교는 진실된 것인가?'를 질문하고 답했지만, 지금 세대는 '과연 기독교는 진짜인가? 진정 내 삶을 바꿀 수 있는가?'를 묻고 있다"며 "우리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진실된 말을 할 뿐 아니라 진실된 삶을 살고,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을 드러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라이큰 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라이큰 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그는 "오늘날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선포할 수 있는 용기'"라며 "그래서 저희 학교는 학생들이 교실 안에서 공부만 하는 게 아니라, 바깥에서도 하나님을 열심히 섬기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장 총장은 "4/14 운동이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 같지만, 교회에서 어린이·청소년을 사랑한다면 어른들의 신앙도 좋아지리라 생각한다"며 "각 교회도 장년부 중심 프로그램들을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것으로 바꿈으로써, 어린이들의 신앙도 좋아지고 어른들의 신앙도 성숙해지면 좋겠다"고 했다.

마지막 인사에서 라이큰 총장은 "두 학교 간의 관계가 깊어지고, 모두에게 축복의 통로가 되길 바란다"고, 장 총장은 "휘튼대와의 협력이, 기독교가 사회에 빛과 소금 역할을 해서 참된 복음을 곳곳에 펼치고 다음 세대 복음화를 위해 더욱 힘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각각 말했다.

이번에 방한한 필립 라이큰 총장은 휘튼대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한 후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옥스포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필라델피아 제10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다 지난 2010년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휘튼대 총장에 추대돼 지금까지 재직하고 있다.

그는 아내 리사와 다섯 명의 자녀를 뒀으며, 학자로써 30여권의 책과 성경주석을 집필했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그의 전임 제10장로교회 목사였던 제임스 몽고메리「The Last Words(생명의말씀사)」와 「개혁주의 핵심(부흥과개혁사)」, 「하나님은 누구신가(P&R)」, 「개혁주의 예배학(P&R·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