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 이동윤 기자] 한국복음주의상담학회(회장 김준수 교수) '제23차 학술대회'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로 총신대 대강당에서 '기독교상담과 상실'이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는 김준수 교수의 사회로(아세아연합신대)로 이영은 교수(고신대 간호대학)가 '호스피스 대상자와 가족이해'에 대해 발표했다. 이어진 논문 발표는 김미경 교수(한영신대)의 사회로 안경승 교수(아세아연합신대)가 '상실로 인한 슬픔 이해하기'에 대해 발표했고, 김영근 교수(장신대)가 논평을 담당했다.
안경승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상실로 인해 슬픔을 겪고 있는 내담자를 위한 기독교상담자들이 감당해야 할 목회적 돌봄에 대해 말했다.
안 교수는 먼저 상실연구의 동향에 대해 전하며, 일반적인 접근과 기독교적인 접근의 두 차원으로 나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일반적 접근에 대해 "19세기까지는 믿음에 기초해서 죽음에 대한 낙관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고, 죽음 자체를 일상의 삶에서 경험하는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며 "그런데 20세기에는 죽음은 공동체적인 사건이 아닌 개인적인 사건이 됐고, 그 결과로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 죽음을 추모하고 영원을 기대하는 종교적 신앙과 문화는 자취를 감추게 됐다"고 밝혔다.
또, "죽음에 대한 다양한 상담심리학적인 연구가 있었는데 실존주의적 접근에서는 죽음으로 인한 삶을 받아들이도록 권면했고, 정신분석학에서는 과학적인 연구방법론으로 죽음을 연구했는데, Erich Lindemann은 화재로 가족을 잃은 사람과 생존자를 연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안 교수는 20세기 중후반에 말기 환자를 수용하는 호스피스 사역이 활발하게 전개됐으며, 사망학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러한 일반적 접근 후 기독교적인 접근을 제시했다.
그는 "대표적인 기독교사상가인 C. S. Lewis의 사별의 고통에 대한 경험을 다루었다. Lewis는 인간은 슬픔의 과정을 겪으면서 인간의 마음은 세상에 안주하려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영혼의 나침반을 하나님 나라에 고정시키게 된다"고 전했다.
안 교수는 이 논문에서 국내의 기독교상담자학자들의 상실의 슬픔에 관한 연구를 분석, 상실의 슬픔에 대한 기독교적인 이해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는 "첫째,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그 분의 오심에 대한 복스러운 소망이 상실의 슬픔을 이겨낼 자원으로 등장한다. 둘째, 상실에 대한 신앙인의 직면과 감정적 표현을 격려하고 있다. 셋째는 예전을 통한 위로 사역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예전을 통한 슬픔에 대한 공동체 참여가 죽음, 상실, 슬픔에 대한 견고한 신앙적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와 같이 상실의 슬픔작업에 대한 연구동향을 제시한 뒤, 기독교상담의 관점에서 슬픔에 대한 목회적 돌봄을 제시했다. 제시된 핵심 내용은 첫째는 반응이해하기, 둘째는 놓아주고 수용하기, 셋째는 붙잡기 등의 세 단계다.
그는 첫 단계인 <반응이해하기>에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보이는 슬픔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단계에서는 상실자는 말하고 감정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서 회복의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슬픔의 내용과 표현방식, 지속여부 등을 이해하고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목회적 돌봄의 중요한 과제라고 전했다.
안 교수는 "감당하기 어려운 내면의 슬픔은 숨기보다는 드러내는 가운데 통제의 가능성이 열리고 건강한 해결을 위한 출발점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한 사례로 사라의 죽음에 대한 아브라함의 반응, 야곱의 죽음에 대한 요셉의 반응, 모세의 죽음에 대한 이스라엘백성들의 반응, 나사로의 죽음에 대한 예수님의 반응, 시편기자들의 슬픔에 대한 반응을 제시됐다.
안 교수가 밝힌, 둘째 단계인 <놓아주고 수용하기>는 상담자가 내담자로 하여금 상실의 현실과 그 현실을 수용하도록 돕는 과정이다.
상실로 인하여 주어진 그리고 받아들여야 하는 힘겨운 숙제는 놓아 줄 것을 놓아주고 수용할 것을 수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해결된다.
이 과정에서 제시되는 성경의 해법은 집착을 버리고 흘러갈 것은 흘러가게 하고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이 단계는 내담자로 하여금 신앙 안에서의 수용으로 인생의 한계와 모호한 현실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도록 하며 더 나아가서 하나님을 바라보도록 돕는 과정이다.
안 교수는 셋째 단계인 <붙잡기>에서 상담자는 의미요법의 방법론을 활용해서 의미를 찾는 과정을 통해서 내담자가 잔혹한 삶의 고난 속에서도 그것을 직면하고 이겨내는 개인적 능력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 과정에서 Jackson Rainer가 제시한 통찰을 통한 인지적 재구조화와 의미붙잡기를 내담자의 삶에 실현할 수 있다"며 "Rainer는 통찰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내담자가 개방적 자세를 가져야 하고 타인의 지지와 피드백이 통찰형성을 돕는다"고 했다.
특히, 안 교수는 성경의 교훈에서 통찰을 통한 '의미붙잡기'를 제시했다.
그는 "<붙잡기> 단계에서 상실을 겪은 사람들이 슬픔 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것은 하나님 안에서의 소망"이라며 "이 소망은 미래에 도래할 하나님 나라에 대한 기대뿐만 아니라 과거를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을 바꾸게 하고 현재의 상실의 고통을 이기게 하는 힘과 지혜가 된다"고 강조했다.
안경승 교수의 발표에 이어, 김영근 교수(장신대)가 논찬을 했다.
김 교수는 "본 논문은 기독교 상담자는 하나님의 함께 하심과 돌보심의 대리자로서 내담자의 슬픔의 현장에 동참해서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능력과 지혜로 내담자가 고통을 견디고 그 가운데 의미를 발견하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안 교수는 논문에서 상실로 인한 슬픔이해에 대해 학문적으로 체계적이고 구조상 짜임새가 있으며 주제에 관련된 충분한 내용을 담고 있다"며 "특히 기독교상담자들에게 상실로 인한 슬픔을 겪고 있는 내담자를 상담하게 될 때에 아주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또, "보수적인 신앙인들이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살전5:16-18)는 말씀을 문제 그대로 적용해서 가까운 분들의 죽음에 대해 슬퍼하고 있으면 기뻐하라는 성경말씀에 위배되고, 불평하고 있으면 감사하라는 말씀에 위배된다고 믿고 죄책감에 빠질 수가 있다"며 "이 논문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죽음에 따른 슬픔작용을 수용하고 표현하고 해소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충분한 슬픔작용을 통한 건강한 인격을 함양하도록 방법론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논문은 죽음에 관한 담론을 피하기를 원하고 상실의 아픔을 억압시키도록 사회적인 강요를 받았던 사람들과 이들을 돕는 상담자들에게 유익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술대회는 이후 '상담소 설립과 운영'이라는 주제로 패널토의가 진행됐다. 패널토의에는 전요섭 교수(성결대), 오윤선 교수(한국성서대),이명진 박사(백석대), 정순례 박사(한국성서대), 이향숙 박사(성결대)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