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월례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하석수 기자
(Photo : ) ▲기윤실 월례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하석수 기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14일 '기독교인의 두 얼굴 -다원주의 사회를 사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주제로 월례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에 나선 기독 철학자 강영안 교수(서강대 철학과)는 "한국 기독교는 '보수'와 '진보'라는 두 얼굴이 있다"며 "철저히 복음을 수호하는 '보수'와 끊임없이 나의 죄성을 깨트리는 '진보'가 어우러지는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과거에 신학적·교단적으로 진보와 보수로 분류돼 있던 한국교회가, 'WCC에 가입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통합과 합동으로 분열됐다"며 "2002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파병 문제를 놓고 서울광장에서 보수를 대변하는 한기총은 찬성 목소리를, 진보측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교계와 정계에서 보수와 진보가 나뉘게 된 원인으로 일제강점과 6·25전쟁을 지목했다. 강 교수는 특히 6.25에 대해 "상처를 입지 않은 국민이 없을 정도로,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 있는 사건이고 한국사회에서 가치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전쟁 당시 한국인들과 한국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존'이었다"고 했다.

강 교수는 "3년 동안의 전쟁을 통해서 집과 고향을 떠나고, 논과 밭, 그리고 가족을 잃으며 형성된 가치는 '생존' 외에 다른 게 있을 수 없다"며 "안전·평화는 굉장히 사치스러운 가치에 속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그러나 1970년대 산업화 이후 1980년대를 지나며 우리가 급격히 잘 살게 되었고, 이때 태어난 국민들은 전쟁과 배고픔을 겪어보지 못하며 진보성을 띠게 됐다"며 "이번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세대는 친정부적, 진보적인 세대는 유가족 중심의 사고를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6.25가 신앙관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강 교수는 "6.25 이전에는 한국교회가 다시 오실 예수님에 대한 기다림으로 충만했다"며 "현재 나의 생활과 신앙의 접촉점을 찾으려는 노력은 전혀 없었고, 철저히 '내세 중심'의 신앙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6.25 직후 일어난 순복음 운동은 정신적·육체적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에게, '지금 이 땅에서 치료받고 몸 건강하고 물질의 복을 받는 것'이 곧 기독교 신앙이 되게 했다"며 "극단적 내세주의가 6.25를 전후해서 극단적 현세주의로 전환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쉽게 이야기하면 6.25 이전에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신앙이었다면, 70년대 들어서면서 순복음적인 신앙이 장로교·감리교에 다 들어갔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