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우리 날 계수함을 가르치사 지혜의 마음을 얻게 하소서 (시 90:12)
유대인의 안식일과 그리스도인의 주일에 대해 글을 쓰는 동안 많은 분들로부터 전화 또는 이메일을 받았다. 대체적으로 주일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갖게 되었다는 말과 함께 유대인의 안식일이 예배일로서는 더 성경적일 거라는 전화도 받았다. 주일 보다는 안식일이 더 성경적인 것은 그리스도가 오시기 전까지의 견해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구약의 율법을 잘못 해석한 유대인의 전통과 그리스도가 오신 이후 율법이 완성되고, 율법의 행위가 아닌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다는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 아는데도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다.
바울은 자신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였다. “팔 일만에 할례를 받고 이스라엘의 족속이요 베냐민의 지파요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요 율법으로는 바리새인이요 열심으로는 교회를 핍박하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로라. 그러나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 뿐더러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 내가 그를 위하여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김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 안에서 발견되려 함이니 내가 가진 의는 율법에서 난 것이 아니요 오직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니 곧 믿음으로 하나님께로서 난 의라 (빌 3:5-9).”
필자가 이스라엘에서 오래 생활했던 동네는 예루살렘의 북쪽 피스갓 제에브 (Piagat Zeev)라는 유대인 마을이었다. 이곳은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었던 사울의 고향인 기브아 언덕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도시이다. 필자는 이 마을에서만 11년을 생활하였다. 우리가 예루살렘에서 마지막으로 생활했던 아파트의 맞은 편 아파트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이주해 온 유대인 종교 가정이 생활하였다. 젊은 부부에 다섯 자녀를 둔 가정이었는데, 앞으로도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한 계속 자녀를 갖게 될 가정이었다. 그들은 금요일이면 안식일을 준비하기에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금요일 해진 이후 토요일 해질 때까지 아주 평온한 시간을 갖는다. 필자는 그들이 유대인의 여러 절기들을 어떻게 지키는지 아주 가까이서 보았다. 그들을 이웃하면서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이렇게 (전통에 따라) 종교심이 강한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을 수 있을까?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의 종교심을 볼 때 나는 분명히 단언할 수 있다. 적어도 사람의 관점에서는 그렇다. 물론 하나님이 하시면 불가능한 일은 없지만...
사울(바울)은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 갈릴리 나사렛 출신의 예수님을 메시아로 믿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바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율법적이고, 전통에 매였고, 훼방자요 핍박자요 포행자였던 바울이 율법에서 벗어나 그리스도께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고 그 자신도 고백하고 있다: 미쁘다 모든 사람이 받을 만한 이 말이여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임하셨다 하였도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 그러나 내가 긍휼을 입은 까닭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게 먼저 일절 오래 참으심을 보이사 후에 주를 믿어 영생 얻는 자들에게 본이 되게 하려 하심이었다 (딤전 1:15-16). 바울의 회심은 천지개벽만큼 큰 일이었다.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지만 하나님만 하실 수 있는 일이었다.
유대인의 전통에 따른 율법에 매였다가 극적으로 벗어난 바울은 율법과 전통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나는 율법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향하여 죽었다 (갈 2:19), 믿음이 오기 전에 우리는 율법 아래 매인바 되었고 계시될 믿음의 때까지 갇혔다 (갈 3:23). 너희가 그때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여 본질상 하나님이 아닌 자들에게 종노릇하였더니 이제는 너희가 하나님을 알 뿐더러 하나님의 아신바 되었거늘 어찌하여 다시 약하고 천한 초등학문으로 돌아가서 다시 저희에게 종노릇하려 하느냐? 너희가 날과 달과 절기와 해를 삼가 지키니 내가 너희를 위하여 수고한 것이 헛될까 두려워하노라 (갈 4:8-11).
바울의 말을 이해하면, 율법은 분명히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해석되어야만 한다. 율법의 역할은 그리스도가 오시기까지 이다. 그림자는 실체를 볼 수 있게 한다면 그 역할을 다한 것이다. 더 이상 그리스도 이전처럼 안식일이나 칠칠절, 대속죄일, 초막절, 유월절과 같은 절기에 매어 예수님께서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된다. 우리는 날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는 것이다. 유대 율법과 전통에 깊이 빠졌던 바울이 안식일이나 절기에 매이지 말고 그리스도께 향해 있으라 하는데, 일부는 유대 율법과 전통을 모른 채 안식일이란 날에 매이려 한다.
덧붙여서 캘린더와 관련하여 할 말이 있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한 개의 캘린더만 사용하지 않았다. 지역과 민족, 시대에 따라 인류는 다른 캘린더들을 사용했고, 캘린더는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의 그레고리언 캘린더로 자리잡았다.(각주 1) 고대 바벨론 캘린더는 달의 변화를 중심으로 29일, 30일로 구성된 한 달을 체계화했고, 매 8년마다 윤달을 세 번 추가한 캘린더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이 고대 바벨론 캘린더는 주전 300년까지 사용되다가 혼란이 가중되어 더 실용적인 캘린더로 교체되었다. 역시 달의 변화에 기초했던 고대 이집트 캘린더는 해마다 나일강이 범람하는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인들은 달의 변화가 아닌 해가 뜨기 전에 천랑성 (Sirius, Dog Star)이 처음 보일 때를 기준으로 태양에 근거한 태양력을 체계화하였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주전 4236년부터 일년을 365일로 체계화하였는데, 이것이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태양력이다. 반면 유대인들은 초승달이 뜨는 때를 한 달의 시작으로 보았고 이것을 기준으로 달과 연을 계산하였다. 이렇게 달의 변화에 기초한 유대 월력은 태양력과 비교하여 약 11일이 모자란다. 그래서 그들은 2-3년마다 주기적으로 윤달을 추가하되 19년을 주기로 일곱 번 윤달을 더하였다. 윤달을 포함해도 유대 월력은 태양력과 비교하여 평균 약 6 분 25438596초 이상 길다. 그래서 224년마다 유대 월력은 태양력과 비교하여 하루씩 달라진다. 현대 유대 월력은 12세기 마이모니데스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유대 월력의 특징은 19년을 주기로 윤달을 일곱 번 추가와 함께 초막절이 있는 티슈리 달이 가을에 오도록 조정한 것이다.
유대인의 하루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유대인의 하루는 창세기 1장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에 근거하여 저녁 해질 때부터 다음날 해질 때까지를 하루로 계산하였다. 이런 유대인의 날 개념으로는 위도가 높거나 낮은 지역에서는 해가 지고 뜨는 것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하루를 계산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알래스카와 같은 지역에서는 여름철에는 해가 수평선 아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정오부터 정오까지, 그리고 해가 뜨지 않은 겨울철에는 자정부터 자정까지를 하루로 계산하였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하나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신 그 때가 언제인지 모른다. 그리고 그 때를 기준하여 캘린더가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날과 달과 해의 연수를 후대의 캘린더로서 정확히 계산할 없다. 하나님께서 천지 만물을 창조하신 때를 유대인들은 주전 3760년으로 이해하는 것은 실제로 그때가 창조 원년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만 기준을 그렇게 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바울이 율법에 따른 전통에서 “날과 달과 해와 절기”를 지켰지만, 그리스도를 안 이후에는 율법의 매인 것에서 자유하고, 날과 달과 해와 유대인의 여러 절기에서 벗어나 주일을 안식일처럼 예배일로 지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이 주일을 예배일로 지키는 것이 안식일이 주일로 바뀌었기 때문이 아니다. 날과 달과 해와 절기에서 자유케 된 그리스도인들은 나의 주님, 나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죽음에서 부활하셨고 우리에게 산 소망을 주셨기 때문에 우리는 주일을 예배일로 지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일은 나를 구원에 이르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경배를 드리는 날이다.
사진은 이스라엘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쿰란 공동체가 사용했던 해시계이다. 1세기 유대 사회는 바리새인들을 중심으로 한 유대 월력을 사용하였지만, 쿰란 공동체는 공동체의 고유 태양력을 사용하였다. 유대인들은 서로 다른 캘린더를 사용하므로 성경의 절기를 지키는 일에도 차이가 있었다. 특히 쿰란 공동체는 유월절은 수요일, 오순절은 일요일, 대속죄일은 항상 금요일에 오도록 태양력을 조정하였기 때문에 당시 일반 유대 월력과는 차이가 있었다.
연대 계산
유대력에서 연대 계산은 천지 창조부터 시작된다. 언제나 일정하지는 않았지만 성경 시대에는 주로 왕들의 왕위 즉위에 따라 왕의 연대를 계수하였다: 솔로몬이 이스라엘 왕이 된 지 사 년 시브월 곧 이월에 솔로몬이 여호와를 위하여 전 건축하기를 시작하였더라 (왕상 6:20), 유다 왕 여호사밧의 십팔 년에 아합의 아들 여호람이 사마리아에서 이스라엘 왕이 되어 십이 년을 치리하니라 (왕하 3:10). 셀루키드 왕조 때에는 ‘셀루키드 연대’를 사용했으며, 로마 시대에는 로마의 건국부터 연대를 계산하였다. 로마 시대에 많은 유대인들은 로마의 연대를 사용하기도 했다. 한편 비잔틴 시대 이후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탄생부터 연대를 계산하기 시작하면서 유대인들은 유대 월력의 필요를 더욱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12세기 마이모니데스에 의해 유대 월력은 체계화되었다.
유대 학자들은 만물의 창조 시기를 주전 3760년으로 계산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태양력을 유대력으로 바꾸려면 3760년을 더해야 한다. 따라서 2014년은 유대력으로 5774년 (2014+3760)이다. 그리고 2014년 9월 24일 해 진 후부터 유대인들의 새해인 ‘로쉬 하샤나 (나팔절)’가 시작되므로 2014년은 9월 25일은 유대력으로 5774년 1월 1일이 된다.
양력과 음력
유대 명절들은 해마다 그 날들이 일정하지 않다. 유대인의 새해 역시 9월 또는 10월에 있는데, 그 이유는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태양력과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월력의 차이 때문이다. ‘달력’이란 단지 큰 단위(달, 년)를 관리하는 체계이다. 사람들은 태양과 달을 이용하여 달(月)과 연(年)을 계산했다. 달이 커지고 작아짐에 따라 ‘달 (개월)’에 대해 이해했고, 계절의 주기에 따라 태양으로부터 ‘년’ 의 개념을 알았다.
오늘날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그레고리안 캘린더는 태양에 따른 양력이다. 모슬렘은 계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단순한 음력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모슬렘의 명절은, 같은 명절이 봄에도 올 수 있고 여름 혹은 가을이나 겨울에도 올 수 있다. 그렇지만 유대인의 달력은 양력과 음력을 혼합한 체계를 사용한다. 기본적으로는 음력을 사용하나 그것은 양력으로 조절된다. 그 이유는 유대인들의 명절을 계절과 조화시키기 위함이다. 달은 지구 주변을 도는데 초승달에서 다음 초승달까지의 시간은 약 29.5일이다. 그러므로 유대인의 월력에서는 한 달이 29일, 다음 달은 30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럴 경우 1년은 354일이 되며, 양력은 1년이 3651/4이므로 태양력에 비교할 때 약 11일이 모자란다. 음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계절을 맞추기 위해서는 3년마다 윤년을 두어 한 달을 추가시킨다. 아달월 (2-3월)에만 한 달을 추가시키기 때문에 그래서 윤년에는 아달월이 제1아달월과 제2아달월이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예를 들면, 대속죄일(욤 키푸르)과 같은 날이 금요일이나 안식일이 끝나는 날(안식 후 첫날 곧 주일)에 오는 것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느 해에는 29일로 구성된 달을 3개월만 배치시킨다. 그리고 윤년은 3, 6, 8, 11, 14, 17, 19년째에 반복적으로 배치를 시키는데 그 해에는 1년의 길이가 383, 384, 385일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일반 달력은 하루가 자정부터 시작되지만 유대인들의 하루는 해질 때부터 시작된다. 이것은 창세기
1:5에 근거한다. ‘빛을 낮이라 칭하시며 어두움을 밤이라 칭하니라 저녁이 되며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그러므로 안식일을 포함한 모든 유대인의 명절은 해질 때 시작되어 다음 날 해 질 때 끝나게 된다.
유대인의 월력 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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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그레고리언 캘린더 (Gregorian Calendar)는 교황 그레고리 8세 (Gregory VIII)에 의해 1582년 율리우스 (Julian Calendar)를 좀 더 구체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