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들 대다수는 지난 9일 미주리 퍼거슨에서 비무장한 18세의 흑인 청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 다렌 윌슨이 쏜 총에 사망한 사건을 인종 이슈로 보고 있다.

아직 정확한 사실 규명이 나오고 있지 않지만 그 청소년이 흑인이었기 때문에 백인 경찰이 총을 쏘았다는 인식이 흑인들 사이에서 팽배한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퓨 리서치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의 80%는 이번 사건을 인종 이슈라고 답했다. 반면, 백인의 47%는 이 사건에서 인종 이슈가 지나치게 포커스되고 있다며 인종 이슈라고 보는 시각에 회의적이었다.

이런 시각은 지난해 2월 플로리다에서 역시 비무장한 17세의 흑인 청소년 트레이번 마틴이 히스패닉계 백인으로 자율방범대원인 조지 짐머만이 총 쏜에 사망한 사건 때에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당시 흑인의 78%는 그 사건을 인종 이슈로 보았고 백인의 60%는 인종 이슈가 지나치게 부각되었다며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플로리다 사건은 몸싸움 과정에서 트레이번 마틴이 조지 짐머만의 뒷머리를 땅바닥에 수차례 찍는 등 짐머만이 생명의 위협을 느낀 것이 분명하다며 배심원들은 이 상황에서 짐머만이 총을 발사한 것은 정당방위라고 보았다.

짐머만은 증오나 악감정을 갖고 저지른 살인인 ‘2급 살인죄’로 기소되었는데 재판 과정에서 짐머만이 마틴에 대해 이런 감정을 갖고 있다는 증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6명의 배심원들은 모두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이 판결에 대해 미국의 흑인사회는 정의가 실종되었다며 실망했는데 이면에는 뿌리깊게 남아있는 흑인들의 인종차별에 대한 상처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번 미주리 퍼거슨 사건에서는 백인 경찰이 비무장한 흑인 청소년을 총으로 쏘아 죽였다는 그 사실이 흑인들의 깊은 상처를 건드렸고 분노한 흑인들은 길거리에서 대규모 시위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이 벌어지며 혼란이 발생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이 미국 대통령까지 되었지만 흑인이 미국사회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흑인들의 의식은 여전히 깊다.

오바마 행정부는 퍼거슨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흑인 최초로 연방 법무장관이 된 에릭 홀더를 급파했다.

흑인들 대다수가 경찰, 검찰 등 미국의 사법기관들이 흑인들에게 편견을 갖고 있다며 퍼거슨 사건에 대한 이들의 조사도 믿을 수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흑인 68%는 미국 사법 기관들이 흑인들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퍼거슨 사건에 대한 사법기관들의 조사에 대해서 흑인76%는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홀더 장관은 직접 퍼커슨 지역의 흑인들을 만나며 연방 검찰이 독립적인 수사로 이 사건을 공정하게 조사할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그는 이 자리에서 흑인들이 경찰에 갖는 불신을 이해한다며 본인의 경험을 소개했다.

“나는 미국의 법무부 장관이다. 그러나 나 역시 흑인이다. 예전에 뉴저지 고속도로에서 스피드 위반으로 경찰에 붙잡혔는데 경찰은 내 차까지 수색했다. 트렁크를 열고 의자 밑을 보고.. 얼마나 모욕적이었는지 모른다. 2번이나 그랬다. 워싱턴 DC 조지타운에서 어느날 저녁 극장에 늦기 않기 위해 사촌과 뛰어갔다. 갑자기 경찰차가 와서는 어디로 가냐며 멈추라고 했다. 설명을 했고 우리는 걸어서 극장에 갔다.”

홀더 장관은 흑인이기 때문에 경찰에 의심받았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며 퍼커슨 지역 내 흑인들이 갖고 있는 인종 차별의 아픔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트레이번 사건 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이 당했던 인종적 편견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트레이번은 35년 전의 나일 수 있다”며 “미국 내 흑인들 가운데 백화점에서 쇼핑을 할 때 누군가 따라오며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경험을 안 해 본 사람은 없다. 나도 그 중 하나다. 흑인들 가운데 거리를 걸아가다보면 차문이 잠겨지는 소리를 들어본 경험을 안한 사람이 없다. 내가 상원의원이 되기 전까지 그 일은 내게도 있어 왔다”

그는 “이것을 과장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이런 경험들이 흑인 사회가 플로리다에서 한 밤에 일어난 것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알려주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종 차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전체인구의 13%을 차지하는 흑인들이 높은 범죄율과 학교 중퇴율 등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흑인들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일어나는 살인 사건 희생자의 절반 이상이 흑인이다.

2012년에 살인 사건으로 살해당한 사람이 총 12,765명인데 그 가운데 절반인 6,454명이 흑인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9학년이 될 때까지 흑인 남자 학생의 42%가 중퇴(백인 남자 학생 중퇴율은 14%)하고 전체 청소년 인구의 16%을 차지하는 흑인 청소년들 중 28%가 청소년 범죄로 체포되고 있으며 37%는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월스트릿저널 흑인 평론가인 제이슨 라일리는 “흑인들은 1976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에서 일어난 살인의 절반을 저질렀고 강도 등 다른 범죄로 인한 흑인들의 체포율은 다른 인종보다 2~3배가높다”며 “일부에서는 그 원인에 대해 백인의 인종차별이나 제도를 탓하지만 흑인 청소년과 청년들의 행동이 바뀔 때까지는 이 편견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흑인 등 유색인종 청소년과 청년들을 지도하는 My Brother’s Keeper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퍼거슨을 떠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변화는 가능하다. 뉴저지 고속도로에서 흑인이라고 경찰에 과도하게 수색을 당했던 내가 지금은 미국의 법무장관이 되었다. 이 나라는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사진, 글 : 케이아메리칸포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