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원 찬송가

민호기 | 죠이선교회 | 192쪽 | 12,000원

"찬송가는 장담컨대, 우리 신앙 최고의 유산이다. 성경 말씀이 하늘에서 내린 은혜라면, 찬송가는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른 축복이다. 오랜 세월의 강을 넘고 시간의 문을 통과하며 걷고 또 걸어 길이 된, 밟고 또 밟아 다져진 최고의 보화다."

찬송가는 어린 시절 '영혼의 양식'이었다. 피아노 학원에서 몇 달에 걸쳐 1장 '만복의 근원 하나님'부터 558장 '일곱 번 아멘'까지 쳐 보고는(한두 번씩이었지만) '성경 1독'을 한 것처럼 성취감을 만끽하기도 했다. 소리엘과 좋은씨앗, 박종호와 김명식과 옹기장이를 알게 되고 찬양팀 반주를 맡으면서부터 그 열정은 조금씩 줄어들었지만, 찬송가는 힘들 때마다 기대거나 불러내고 싶은 '엄마 품'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요즘은 교회 주일 '대예배'에서도 찬송가를 부르는 곳이 줄어들고 있다. 여기다 '통일찬송가'에 1백여곡을 더해 만든 '21세기찬송가' 시대 이후, 찬송가는 교계 이권과 분쟁을 대표하는 '애물단지'가 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오래된 영원 찬송가>는, 어쩌면 '찬송가'의 대척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CCM 사역자가 부르는 '찬송가 연가(戀歌)'이다. 읽다 보면 어디선가 풍금으로 연주하는 찬송가의 선율이 들리는 듯하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 또는 할머니·할아버지를 따라 교회를 다닌 이들이라면, 그 기억들이 아스라히 풍겨올 것이다. 저자는 이를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노래는 시간을 보존한다"며 '음악의 기억 질량 보존의 법칙'으로 표현한다.

찬미워십 리더이자 소망의바다 멤버이고, '하늘 소망', '십자가의 전달자' 등을 쓴 민호기 목사는 이 책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 찬송가와 함께했던 신앙의 추억들을, 그 추억과 함께했던 신앙의 선배들을 떠올린다. "오래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켜켜이 쌓인 시간의 무게가 새로운 숨결로 살아나게 하옵소서."

부상으로 인한 뜻밖의 공백기를 그는 '하나님의 쉼표'로 받아들이고, 찬송가를 돌아보는 이 책과 동명의 음반을 내놓았다. 책에는 민 목사가 편곡한 찬송가 곡들의 악보가 수록돼 있고,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또 민호기 목사의 독서량과 성경 묵상 등이 곳곳에 담겨 있어 영성의 깊이를 짐작하게 해 준다. 곡을 쓰는 목회자답게 글솜씨도 뛰어나 단숨에 읽힌다.

민 목사가 이 작업을 시작한 이유는 "20년 동안 음악 사역을 해 오며 많은 노래와 음반을 만들었는데, 정작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내 음반이 없다는 고민에서"부터였고, 그래서 "부디 현대적인 교회 음악의 흥왕에 정작 소외감을 느끼셨을지 모를 부모님과 어른 세대에 드리는 작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개정 이전의 찬송가와 성경을 사용해 더욱 반갑다. '부름받아 나선 이 몸'이 한 기독교 라디오 방송에서 선곡 리스트에서 제외된, 이유 같은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담겨 있다.

그가 고른 곡은 '주는 나를 기르시는 목자(장수철·최봉춘)', '예수가 우리를 부르는 소리', '주님께 귀한 것 드려', '복의 근원 강림하사', '너 근심 걱정 말아라', '너 근심 걱정 말아라', '내 주여 뜻대로', '그 맑고 환한 밤중에', '눈을 들어 하늘 보라(석진영·박재훈)', '부름 받아 나선 이 몸(이호운·이유선)', '구주와 함께 나 죽었으니' 등이다. 애초 계획은 한국인이 만든 노래만을 싣는 것이었는데, 결국 세 곡만 선택됐다.

"겸손히 엎드린 무릎. 성소를 향해 든 두 손. 입술엔 찬송의 열매. 거룩한 축제의 외침. 강 같이 흐르는 정의. 이웃을 돌보는 섬김. 낮은 곳 향하는 나눔. 몸과 맘 온전한 경건. 주께서 찾으신 산 제사 되게 하소서. 뜻 없이 무릎 꿇는 그 복종 아닌 언(言)과 행(行)의 일치를, 글과 곡의 일치를, 삶과 노래의 일치를, 나의 뜻과 주의 뜻의 일치를 이루어 가며 일생을 드려 날마다 새 노래를 써 내려가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