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질기디 질긴 것이 사람의 목숨이라지만 힘들고 억울한 일을 당할 때는 이렇게 살아서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죽고 싶다는 생각이 열에 아홉 이라면, 나머지 한 번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절박한 실존적 고뇌를 책상 위의 가족 사진 보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랍 속의 총을 손에 쥐고 한다면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 지난 2012년 코네티컷 주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잘못된 생각이 현실로 이어져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을 포함해서 모두 28명이 사망하였고 그 희생자의 대부분은 방어 능력이 없는 고작 6~7세의 어린이들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총기 규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한번 뜨겁게 일어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건 직후 총기 규제를 더욱 엄격하게 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러나,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더욱 총기 휴대를 확대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건 당시 교사가 총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런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논리다.
미국에서 총기는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온 나라를 들었다 놨다 했던 의료개혁 법안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까지 초래했지만 어쨌든 결국 통과 되었다. 그리고 이민 개혁 법안은 의회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다. 그러나 총기 문제는 이 두 가지 문제 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2조는 총기를 지닐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서부 개척시대부터 이어온 '범법자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고 불의에 저항할 권리'를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미국 민간인이 보유하고 있는 총기는 3억 정에 달한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한 해에 총기 사건으로 3만 1천명이 사망하고 있다. 하루에 87명 꼴로서 그 중 50명은 자살, 30명은 타살,나머지는 오발 내지는 범죄 현장의 총격전으로 사망한다.
이런 가운데, 조지아 주에서는 7월 1일부터 '총기 안전소지 보호법'이 시행된다. 이 법률은 공공 장소에서 총기 휴대가 가능하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공항의 보안 구역 외에서는 총기 휴대가 가능하고, 교회에서도 '시설 관리 책임자가 허용할 경우' 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총기를 휴대하고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된다. 이제는 술 마시러 갈 때 지갑과 함께 방탄복을 챙기지 않으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농담 같은 현실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주 의회는 법안 통과 이유로 총기 휴대의 확대가 시민의 안전의 확대와 범죄율의 감소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오히려 법안 통과 이후로 총기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더욱 아이러니 한 것은, 이 법안을 통과 시킨 의원들은 주 의사당 내에서는 총기를 휴대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이다.
쟁점 법안이 통과 될 때마다 의사당 천장을 향해 축포를 쏘아 올려야 마땅할 것 같은 의원들이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서 총기 규제를 실시하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하여튼, 조지아 주의 이번 법안 실행은 총기 규제 혹은 확대의 논의에서 부정적으로든,긍정적으로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총기 휴대의 찬반을 떠나서, 우려하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 충돌의 완충지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의 가치, 국가의 기능, 종교의 역할은 현저히 감소되고 있는 반면 힘의 대결은 더욱 가속화 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총이 문제가 아니라 총을 든 사람이 문제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다양한 사람들의 욕망의 대립과 분노의 충돌을 어떻게 조정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제 미국은 총기 문제를 통하여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오른다. 폭력을 넘어 설 것인가, 아니면 폭력에 무너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