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 리서치는 지난 27일 ‘독일에서 멕시코로’(From Germany to Mexico)라는 제목으로 지난 한세기동안 미국에 온 이민자들의 출신국 변화를 발표했다.

1910년에는 독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았다. 50개 주 가운데 17개 주에서는 독일출신 이민자들이 가장 많았다. 영국과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주는 각각 7개였고 캐나다 출신이민자들이 가장 많은 주는 6개주였다. (아래 도표 참조)

다가오는 '히스패닉' 미국
(Photo : 케이아메리칸포스트)

하지만 100년이 지난 2010년에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이 전체 미국이민자들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36개주에서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이 가장 많았고 5개주에서는 캐나다 출신 이민자들이 많았다. (위 도표 참조)

100년 전에는 유럽 출신 이민자들이 주종을 이뤘다면 지금은 멕시코를 비롯, 중남미 국가 출신의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미국 이민자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2012년 기준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는 5300만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흑인(전체 인구의 12.3%)을 제치고 미국 내 최대 소수인종이 된지 벌써 오래다.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구의 성장률은 대단하다. 1970년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구는 910만명이었다. 하지만 1980년 1460만명, 1990년 2240만명, 2000년 3530만명, 2010년 5050만명 등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표 참조)

다가오는 '히스패닉' 미국
(Photo : 케이아메리칸포스트)

인구센서스는 이 성장율이 계속 될 것이라며 2060년에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구는 1억2900만명이 되어 미국 전체 인구의 31%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그동안 미국 인구의 대다수를 구성했던 백인들의 수는 감소하고 있다.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백인들은 2000년 전체 인구의 69.1%였으나 2010년 62.8%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흑인은 12%에서 12.3%로 증가했고 아시안은 3.6%에서 4.9%로 늘었으며 히스패닉은 12.5%에서 17%로 대폭 증가했다.

퓨리서치는 2011년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중 50.1%가 비백인이고 같은 해 5세 이하의 어린이 가운데 50%가 역시 비백인이라며 이들이 성년이 되는 30년 뒤 미국에서 백인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추세로 2060년이 되면 백인은 전체 인구의 45% 가량되고 히스패닉은 31%가 되면서 바야흐로 ‘히스패닉 미국(Hispanic America)’의 시대가 열리게 되는 것이다.

벌써 일부 주에서는 주 전체인구에서 히스패닉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뉴멕시코는 전체인구의 47%가 히스패닉이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는 38%, 아리조나 30%, 네바다는 27% 순이다. 2012년 기준 히스패닉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은 캘리포니아로 1450만명이 있다. 다음은 텍사스(1000만명), 플로리다(450만명), 뉴욕(360만명), 일리노이(210만명)이다.

히스패닉들이 미국에서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난 첫번째 요인은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급증이다. 히스패닉들은 1965년 미국의 이민법 개혁 후 문호가 열리면서 대거 미국으로 들어갔다. 특히, 미국과 국경을 접한 멕시코에서 많은 자들이 미국으로 들어가기 시작해 멕시코는 단일 국가로 가장 많은 자국민을 미국으로 이민 보낸 나라가 되었다.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출신국을 보면 멕시코가 가장 많고(58.5%) 푸에르 토리코(9.6%), 쿠바(3.5%), 도미니카(2.2%), 살바도르(1.9%) 등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는 불법체류자들이 많아 미국 내 1120만 불법체류자의 대부분이 멕시코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번째는 높은 출산율이다. 2010년 기준 미국인 평균 출산율은 2다. 백인과 아시안은 각각 1.8이고 흑인은 2.1 인데 히스패닉은 이보다 높은 2.4다. 2000년부터 2010년 사이 미국에서 히스패닉 인구가 급증한 것은 이민자들의 유입보다는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 아이들의 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퓨 히스패닉 센터에 따르면 1980년과 1990년 사이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 아이 총수는 270만명이고 히스패닉 이민자는 310만명이다. 1990년과 2000년 사이는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 아이와 미국으로 이민 온 히스패닉의 수가 동일한 470만명이었다. 하지만 2000년과 2010년에는 미국에서 태어난 히스패닉 아이는 720만명이고 같은 기간 이민온 히스패닉은 420만명이었다. (표 참조)

2000년대 미국으로 오는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06년 신규 히스패닉 이민자가 1백만명이었는데 2010년에는 40만명으로 약 60%가 감소하는 등 히스패닉들의 미국 이민은 줄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미국 경제의 침체, 강화된 국경통제, 불법 월경의 위험성 증가, 멕시코의 경제상화 호전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에서 태어나는 히스패닉 아이들의 급증으로 현재는 매년 80만명의 미국 출생 히스패닉들이 성인이 되고 있고 10 뒤에는 매년 100만명의 히스패닉들이 미국에서 성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히스패닉 인구의 급증에 가장 관심을 갖는 곳은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이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수는 꾸준히 증가해 2004년 대선에서 전체 유권자의 8%, 2008년 9%, 20102년 10% 였다.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투표한 히스패닉은 71%였다. 1996년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이 히스패닉 표의 72%를 받은 이후 최대로 히스패닉의 몰표는 오바마 대통령 재선에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공화당은 이후 히스패닉 표를 얻기 위해 히스패닉들의 관심사인 이민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제프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대선 후보 물망에 오르는 것도 그의 아내가 히스패닉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로 다가오는 ‘히스패닉 미국’을 미국인들은 우려와 기대가 섞인 눈으로 보고 있다.

고(故) 사무엘 헌팅톤 하버드대 교수와 같은 사람들은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다수의 백인이 그동안 만들어 놓은 미국의 정체성이 흔들리며 미국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헌팅톤 교수는 저서 ‘Who Are We? The Challenges to America's National Identity’(2004년)에서 영국의 백인 프로테스탄트들이 미국을 세우지 않았으면 지금의 미국은 없었다며 이들이 자유, 평등, 개인주의, 정부 대표, 사적 재산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정체성을 만들고 유지 발전시켜왔다고 분석했다. 이런 정신으로 미국을 건국하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백인들이 소수가 되어 영향력이 약해지면 미국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히스패닉을 비롯, 흑인, 아시안들이 백인들과 함께 이 정신들을 잘 계승하고 각자 고유의 가치로 더 나은 미국을 만들 수 있다며 기대하는 시각도 크다.

헌팅톤 교수는 비백인 이민자들이 잘 할려면 이들이 미국인들의 삶에 참여하고 영어를 배우고 미국 역사와 풍습을 익히며 자기 출신국이 아닌 미국을 자기 나라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히, 미국은 종교개혁의 원칙에 근거한 매우 종교적인 나라라며 미국사회가 개신교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주인의식과 함께 자원봉사, 영어공부, 투표참여, 지역행사 참여, 타인종과 어울리기 등을 솔선수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사진/기사 제공 케이아메리칸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