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응답 시간, 발표자들이 루마니아 국립정치행정대 안드레이 타라누 교수(맨 오른쪽)의 경험을 청취하고 있다. ⓒNKDB 제공
(Photo : NKDB 제공) 질의응답 시간, 발표자들이 루마니아 국립정치행정대 안드레이 타라누 교수(맨 오른쪽)의 경험을 청취하고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이사장 김상헌, 이하 NKDB)와 독일 한스자이델재단 주최 ‘북한인권 사건기록과 인권운동’ 세미나가 지난 19일 서울 신촌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개최됐다.

세미나에서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북한인권 사건리포트 진행사항을 소개하던 중, ‘종교박해’ 실상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지난 2000년 겨울, 함경북도 회령시에 살던 박명일 씨와 1998년 함경북도 무산군의 전 가내반장 차영희 씨가 대표적 사례. 박 씨의 박해 사실을 알려 준 정보제공자는 이 사건을 북한에서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1975년생인 박명일 씨는 1990년대부터 중국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피해자는 처음 중국에 나갔을 때 중국 길림성 연길시 대소촌의 한 교회로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고, 이 때 성경책을 처음 접하게 됐다고 한다. 이후 중국에 갈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교회를 방문했다.

수 차례 중국 방문을 통해 박 씨는 생활 형편이 조금씩 나아졌고, 이 사실은 곧 국가안전보위부 감시망에 포착돼 요주의 감시인물로 떠올랐다. 그러던 중 2000년 어느 겨울날, 박 씨는 술기운에 성경책에 대해 언급하면서 함께 있던 이들에게 성경책을 꺼내 보이는 ‘실수’를 저질렀다.

며칠 후, 함께 있던 이들의 신고에 의해 박 씨는 보위부에 체포됐다. 미혼이던 박 씨는 체포 이후 보위부 구류장에 구금돼 있다 정치범수용소로 옮겨졌다. 현재 그는 어느 수용소에 감금돼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는다. 정보 제공자는 “관리소는 가족도 면회를 시켜주지 않기 때문에 어느 관리소인지도 모르는 상태이지만, 지금도 살아있다는 이야기는 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차영희 씨의 경우는 중국에서 태어나 문화혁명 때 북한으로 남편과 함께 이주했다. 무산군에 정착한 차영희 씨 가족은 중국에 사는 친척들의 잦은 방문으로 살림이 풍족한 편이었다. 차 씨는 1998년 중국에 살던 어머니가 병환으로 위독할 때 중국을 처음으로 다시 방문했고, 이후 몇 차례 왕래하면서 길림성 화룡시 근교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있던 친척을 만나게 된다. 이후 차 씨는 북한 내부에서 교회를 세우고 선교활동을 했다고 한다.

차 씨는 지하교회 성도들의 명단을 사진으로 찍어 중국 화룡시의 교회로 보내려다 세관에 발각됐고, 보위부로 연행됐다. 얼마 후 무산군 주초구 여맹 총화에 보위지도부원이 차영화를 데리고 나와, 차 씨의 죄명을 성경책 유포 및 교회 조직 활동이라고 발표하면서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시켰다. 이후 차 씨는 함경북도 보위부로 끌려가 70여일간 취조를 당한 후 박 씨와 마찬가지로 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

차영희 씨는 2-3년 후 무산군의 한 버스에서 처음 차 씨를 체포했던 보위부 지도원과 함께 앉아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차 씨는 몸을 스스로 가누지도 못한 채 ‘시체’처럼 앉아 있었다고 한다. 목격자는 “2-3년간 징역살이를 시킨 게 아니라, 관련자들을 찾기 위해 계속 취조와 고문을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그 지도원은 한 승객에게 차 씨의 맥박을 짚어보게 했고, 맥박이 거의 없다고 하자 차 씨를 끌고 내린 후 사라졌다. 이후 그 지도원은 주변 사람들에게 차 씨가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윤여상 소장은 “북한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종교는 아편’이라는 김일성 교시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종교탄압 정책을 펴 왔다”며 “그 결과 현재 북한 주민들은 종교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윤 소장은 “특히 기독교는 북한 정권이 가장 경계하는 종교로, 탄압도 가장 심한 편”이라며 “주민들은 단순히 성경책이나 십자가 목걸이를 갖고 있기만 해도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외에도 김상헌 이사장의 인사말과 신현식 NKDB 후원회장의 환영사, 박경서 초대 인권대사의 축사 등의 순서가 마련됐다. 발표에서는 Gezim Peshkepia 알바니아 공산독재청산연구소 이사가 ‘알바니아 공산주의 체제 기간의 인권침해와 공산독재청산연구소 활동 소개’, Peter Beck 아시아재단 한국지부 대표가 ‘누가 북한 인민을 더 염려하는가’, 한명섭 변호사(법무법인 한미)가 ‘북한인권 기록과 과거청산’을 각각 전했다. 이후에는 종합토론 등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