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의 산악 국립공원에 대규모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북동쪽에 있는 앤젤레스 국립 수목공원 내 윌리엄스 관리소 부근에서 지난 3일 발생한 산불은 5일까지 무려 15㎢의 숲을 태웠다.


여의도 면적의 두배에 가까운 산림이 불길에 사라졌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 그리고 험준한 지형 탓에 진화 작업은 좀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800여명의 소방관이 투입됐고 대형 수송기 4대와 헬리콥터 10대를 동원해 물을 쏟아 부었지만 나흘 동안 화재는 고작 15%만 진화됐다.


험준한 산악 지대에서 가파른 경사면을 타고 내리면서 불길과 싸우던 소방관 6명이 다쳐 병원 신세를 졌다. 소방 당국은 산불을 완전히 끄려면 앞으로 일주일 가량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샌개브리얼 산맥에 자리잡은 앤젤레스 국립 수목공원은 제주도 면적의 1.5배에 이르는 광활한 수목 지대이다.


무성한 숲과 계곡, 호수, 강줄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해발 2천m가 넘는 산봉우리만 5개가 있어 행락객이 몰리는 곳이다. 불이 나자 휴일을 맞아 이 곳을 찾은 1만2천여명의 행락객들에게 대피 지시가 내려졌고 삼림 지역을 우회하는 도로까지 모두 폐쇄됐다.


앤젤레스 국립수목공원은 지난 2009년 한 달 동안 계속된 산불로 서울특별시 전체 면적에 육박하는 566㎞의 숲을 태운 적이 있다. 당시에는 불길이 거주 지역을 위협해 주민들이 집을 비우고 일시 대피했고 연기와 재가 로스앤젤레스까지 날아들었다. 이번에 불이 난 지역은 2009년 산불이 났던 곳에서 100㎞ 가량 떨어졌다.


불은 다행히 남서풍을 타고 로스앤젤레스에서 반대 방향인 사람이 살지 않는 수목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건물이나 자동차, 목장 등 재산 피해도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