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출판계를 ‘접수’한 곳은 불교계였다. 에세이로 분류됐긴 했지만 승려 혜민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샘앤파커스)>가 인터넷서점 상반기 종합 베스트셀러 2위(교보문고)와 1위(인터파크)에 각각 올랐다. 현재 순위에서도 종합 주간 베스트(7월 첫째주) 10위 내에 승려들의 책이 3권이다.

인터넷서점 인터파크 도서 담당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부터 위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이 ‘힘든 건 다 아는데 어떻게 살아야 되느냐’ 하는 구체적인 해답을 원했다”며 “스님들이 실제 생활과 연결된 해답들에 대해 종교를 초월해 답을 낸 책들이 많이 나왔고, 이게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반해 가톨릭 서적들은 故 김수환 추기경과 ‘울지마 톤즈’ 이태석 신부 열풍이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삼성 창업자 故 이병철의 질문과 해답을 정리한 <내 가슴을 다시 뛰게 할-잊혀진 질문(명진출판)>이 종교서적이 아닌, 자기계발 분야 7위로 전체 28위에 오른 정도였다.

기독교 도서가 판매량 1-10위 대부분을 차지하던 종교 분야마저 <스님의 주례사(휴)>가 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법륜 승려의 책은 교보문고 상반기 종교분야 베스트 20 중 무려 3권이나 이름을 올리기도 했는데, 이는 SBS <힐링캠프> 출연 후광효과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서도 “<스님의 주례사>나 <엄마수업> 등은 일상생활과 양육문제 등이 모두 포함돼 있지 않느냐”며 “특히 스님들이 SNS를 많이 하시면서 독자층이 좀더 넓어진 측면이 있고, 불교계는 전체적으로 종교색을 초월한 책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교보문고 상반기 분석 자료에도 “SNS와 TV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독자들과 친밀하게 소통하고 실제적인 조언을 건네는 종교인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고 나와 있다.

기독교 도서들의 상대적인 침체에 대해서는 “전병욱 목사 등 그간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분들이 주춤해진 이유도 있고, 다른 기독교 인사들도 책을 많이 출간했지만 나오자마자 이슈가 됐던 적이 별로 없었다”며 “이어령 박사나 이민아 목사 등의 책 정도 말고는 크게 이슈가 될 만한 도서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여러 온·오프라인 서점들의 결과 공통적으로 상반기 종교분야 베스트 20에 오른 기독교 도서들로는 이어령 박사의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와 <지성에서 영성으로(이상 열림원)>, 故 이민아 목사의 <땅끝의 아이들>과 <땅에서 하늘처럼(이상 시냇가에심은나무)> 등이 10위권에 올랐다.

또 김하중 장로의 <하나님의 대사3>과 이찬수 목사의 <일어나라(이하 규장)>, 故 강영우 박사의 <내 눈에는 희망만 보였다>와 조정민 목사의 <사람이 선물이다(이상 두란노)>, 주대준 장로의 <바라봄의 기적(마음과생각)> 등이 20위권 내에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등 대체로 상반기 기독교 베스트셀러들은 간증집이나 에세이류가 주를 이뤘다.

이외에 <5가지 사랑의 언어(생명의말씀사)>와 <그 청년 바보의사(아름다운사람들)>, <성경과 5대 제국(통독원)> 등은 꾸준히 20위권을 지키며 스테디셀러로서의 면모를 보였으며, 논란의 책 <마지막 신호(예영)>도 20위권을 벗어나지 않았다.

기독교계 온라인서점 갓피플에서는 故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 원로)의 추천과 함께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던 <기독교,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국제제자훈련원)>가 신학서적으로는 이례적인 전체 2위를 기록했고, 규장출판에서 나온 도서들이 판매량 20위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예스24에서는 권당 150원의 CCC 소책자 <4영리>가 종교분야 전체 4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