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미 중서부 권위지 시카고 트리뷴이 16년 전 미국에서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뒤 정당한 법적 대가를 치르지 않고 한국으로 도피한 한국인 S모(73)씨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시카고 트리뷴은 9일 1면 머리기사와 8면 관련 기사를 통해 S씨의 사건 기록과 현재 한국에서의 삶을 심층 보도하면서 미국 사법 당국이 한국 정부에 S씨 체포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고 송환을 적극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S씨는 지난 1996년 10월 시카고 인근 교외에서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추돌 사고를 일으켜 앞 차에 타고 있던 에콰도르 이민 여성 소냐 나란호(당시 43세)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호텔 청소용역원 매니저였던 피해자 나란호는 친구 세 명과 함께 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다. 당시 연간 1만2천달러를 버는 구두가게 매니저로 신분을 밝힌 S씨는 법원에 2천500달러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고 시카고 트리뷴은 전했다.
그러나 트리뷴 조사 결과 S씨는 상가 공동소유주로 명의가 올라있었고 시카고 근교 자택과 상업용 부동산 등을 포함 100만달러 이상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S씨는 재판이 진행 중이던 1998년 자산을 모두 현금화해 한국으로 도주했다. 미국 수사 당국은 10년 이상 S씨 추적에 진전을 보지 못하다가 트리뷴이 지난 해 봄, 해외도피 범죄자 탐사 보도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S씨 사건을 확인하고 검찰과 경찰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 사건 재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해 12월 S씨의 소재를 파악했다. 그러나 아직 한국 정부에 공식 협조 요청을 하지는 않은 상태다.
이와 별도로 트리뷴은 지난 해 11월 해외도피 범죄자 특집 기사를 내면서 S씨 사건을 다루었고 최근에는 한국 용인에 살고 있는 S씨를 찾아내 4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가졌다.
S씨는 인터뷰에서 "나는 미국 법을 모른다.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웠다"고 도피 이유를 밝혔다. 그는 "사고 발생 일, 친구들과 소주를 두 잔 정도 마시고 차를 운전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 기록에는 사고 후 1시간이 지난 뒤 S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법정 기준의 2배 이상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S씨는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S씨는 "당시 차를 들이받은 것도 못느꼈는데 한 여성이 죽었다"며 "불운한 내 운명을 원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으로 도피한 후 미국 당국으로부터 조사받은 일은 없지만 늘 공포 속에 살아왔다"며 "음주운전 사고로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트리뷴은 "S씨 사건은 미국 형사 사법 체계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낸다"면서 "지역 경찰과 카운티 검찰, 연방 수사국, 법무부 간의 협조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 범죄자들이 국경을 넘어 도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미결 사건들처럼 이번 경우도 피해자가 힘없는 이민자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일리노이 검찰청 형사부 파비오 밸런티니 부장은 "미 법무부가 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범죄인 인도 요청을 하면 한국 정부가 S 씨를 체포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법무부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