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에서 흑인 소년의 피살 사건으로 정당방위에 따른 살인에 대한 논란이 있는 가운데 최근 10년 새 정당방위 살인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살인자와 피해자의 인종이 다른 정당방위 살인 사건에서 흑인 사망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50개 주의 범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이 기간 전체 살인사건 건수는 약간 늘어났지만 인구 증가를 고려한 살인율은 감소했다. 하지만 정방방위에 따른 살인은 2000년 176건에서 2010년 326건으로 85% 증가했다.
WSJ은 또 살인자와 사망자의 인종이 다를 경우 전체 살인사건에서는 백인 희생자가 많았지만 정당방위 살인사건에서는 흑인 사망자 비율이 높았다고 밝혔다. 정당방위 살인의 경우 살인자와 피해자가 드러난 사건 중 60%가 살인자와 피해자가 서로 모르는 상태였다. 이에 비해 비(非)정당방위 살인의 경우 사망자의 4분의 3이 평소 알고 지냈던 사람에게 살해당했다.
정당방위 살인에서 총기 사용 비율도 상당히 높았다. 정당방위 살인의 80% 이상이 총기에 의한 것이었지만 비정당방위 살인의 총기 사용 비율은 65%에 그쳤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난달 26일 샌퍼드의 한 편의점에서 과자를 산 뒤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자기 마을로 돌아가던 17세 트레이번 마틴 군이 히스패닉계 자경단장인 조지 짐머만에 의해 사살된 이후 인종 차별 문제와 정당방위 차원의 살상 무기 사용을 허용하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법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경찰은 짐머만이 사건 당시 마틴 군이 자신을 공격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사살했다고 주장해 처벌하지 않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와 유사한 법이 있는 주가 25개에 이르며 마틴 군이 피살된 플로리다주는 가장 광범위한 정당방위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주 가운데 하나다.
WSJ는 정당방위에 따른 살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범죄 통계에서 정당방위 살인과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의 관계 등에 대해 정밀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당방위 살인자가 왜 위협을 느꼈고 사망한 사람의 무장 여부에 대한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 반대자들은 이 법이 우선 총을 쏘고 보자는 심리를 유발해 더 많은 살인을 부추기고 심층적인 조사가 필요한 사건의 수사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법이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범죄에 대응할 힘을 준다고 반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