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여러 국가에서 온 이민자들이 뒤섞여있는 영국사회가 최근 인종 차별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인도의 한 유학생이 인종차별 총격으로 숨진데 이어 야당인 노동당의 예비내각 보건장관이 인종차별 트윗으로 구설에 올랐다.


흑인 청년을 무참히 살해했던 백인 2명이 19년만에 종신형 판결을 받으면서 새해들어 영국 사회에 깊숙이 잠복돼 있는 인종 차별 문제가 집중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성탄절 다음날 `박싱데이' 휴일인 지난해 12월 26일 랭커스터 대학에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아누즈 비디브(23)가 맨체스터 인근 샐퍼드를 여행하던중 백인 청년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비디브 등 인도 유학생 9명은 연말 휴가철을 맞아 여행중이었고 이른 아침 호텔을 나와 도심으로 향하던중 백인 청년이 다가와 몇마디 주고받은 뒤 느닷없이 머리에 총을 발사했다.


경찰은 며칠 뒤 키아란 스테이플턴(20)을 체포해 살인 혐의로 기소했으며, 그가 전형적인 '묻지마'식 인종차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에서 자식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영국을 찾은 비디브의 부모는 6일 사건 현장을 찾아 "샐퍼드 지역 주민들을 탓하지는 않는다"면서 "범인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애통해했다.


비디브의 부모는 "지난해 9월 아들이 인도를 떠날 때만 해도 미래를 향한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와중에 5일에는 노동당의 예비내각 보건장관 다이안 애보트(여)의원이 인종차별 트윗을 올려 백인 사회를 들끓게 했다. 흑인 출신 첫 하원 의원인 애보트는 트위터에 "백인은 분할 통치(divide and rule)를 좋아한다. 우리는 백인들이 좋아하는 그러한 것을 해서는 안된다"고 올렸다. 그가 흑인 거주지를 지역구로 두고 있고 흑인 사회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에드 밀리반드 노동당 당수를 비롯해 노동당이 인종차별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는 당 차원의 성명을 내자 그는 결국 사과문을 발표했다. 애보트 의원은 "불쾌감을 준데 대해 사과한다"면서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지 않고 해당 문구만 떼어내 백인에 대한 일반적인 발언으로 해석했다"고 항변했다.


현지 언론들도 애보트 의원이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지만 명백히 잘못된 발언을 했다면서 비난 수위를 높였다.


이들 사건은 버스 정류장에서 흉기를 휘둘러 흑인 청년(당시 18세)을 살해한 백인 2명이 19년만에 지난 4일 종신형을 선고받은 사건과 맞물려 연일 영국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 발생한 대표적인 인종차별 범죄로 꼽히는 이 사건은 초기 수사 과정에서도 흑인에 대한 차별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재수사와 새로운 감식 기술을 동원해 뒤늦게 유죄를 입증했다.


방송인이자 일간 데일리메일의 중견 컬럼니스트인 소니아 폴턴은 "영국 사회는 여전히 인종적으로 나눠져 있다. 미디어 조차 흑인들이 적기 때문에 백인들은 대체로 흑인들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최근 사건들을 계기로 이제 진정으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